2030 몰리는 '블루칼라'
청년 목수팀 '월화수목수'
구직지원 하루 20건 달해
직업학교 찾는 직장인도↑
"땀 흘린 만큼 보상받는 일이죠."
경기 안산의 한 카페 인테리어 현장에서 청년목수 3명이 텅 빈 상가를 목자재로 채우며 카페의 기반을 다지고 있었다. 춥지만 문을 열어놓아야 할 정도로 톱밥먼지가 날렸다. 그래도 청년목수들의 후드모자 위에 톱밥이 쌓였다. 이들은 각자 '툴벨트'라고 불리는 작업도구 주머니를 허리에 차고 바쁘게 움직였다.
4년차 청년목수 배재욱씨가 전기 그라인더를 사용해 목재를 자르고 있다. /안산=최문혁 기자 cmh62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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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차 목수 배재욱씨(30)는 카페 사장과 함께 설계도를 보며 작업계획을 논의했다. 작업 첫날인 29일은 카페공간을 구분하는 가벽을 세우는 날이다. 배씨는 "첫 시작이 중요하다"며 줄자와 연필로 정확한 치수를 쟀다. 배씨는 3D(3차원) 디자인을 공부하다가 형의 권유로 목수가 됐다. 그는 "운 좋게 대기업에 들어가더라도 매일 버스를 타고 출퇴근해 점심시간을 기다리는 일상이 행복하지 않을 것같았다"며 "지금은 점심을 먹으면서도 어떻게 작업할지 떠올릴 정도로 즐겁다"고 말했다.
여성목수 이진희씨(29)는 "목수가 몸만 쓰는 직업이라는 것은 편견"이라며 "몸만큼 머리를 써야 하고 꼼꼼함도 필요하다"고 했다.
11개월차 초보목수인 권도훈씨(24). 권씨의 손등에 붉은 흉터가 보였다. 권씨는 "작업 중 세워둔 자재가 넘어지면서 다쳤다"며 웃으면서 상처를 보였다. 무거운 자재와 날카로운 기계장비를 다뤄야 하는 목수들에게 이 정도 상처는 흔하다고 했다.
동물병원에서 일하다 전직한 권씨 역시 땀 흘린 만큼 보상받는 목수 일에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동물병원에서 일할 때는 일에서 매력과 비전을 느끼지 못했다"며 "몸은 힘들지만 일한 만큼 벌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라고 했다.
3년차 목수 노세광씨(28)도 "목공업계는 연차보다도 숙련도를 더 따지는 분위기"라며 "목수는 정말 자기가 한 만큼 버는 직업"이라고 했다. 이어 "아무것도 없던 공간을 꽉 채워 멋지게 완성하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2030 청년들로 구성된 청년목수팀 '월화수목수' 소속이다. 목수가 자율적이고 주도적으로 일한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청년들의 지원문의가 늘었다. 배재형 대표는 "2~3년 전부터 청년들의 관심이 확 늘었다고 느낀다"며 "요즘도 하루에 3건, 많을 때는 20건의 지원서를 받는다"고 말했다.
직업학교를 찾는 이도 많아졌다. 사무실에서 일하던 직장인이 찾기도 한다. 3년간 청년목수학교를 운영한 김대희 바오밥목공전문학원 대표는 "20~30대 수강생이 80%일 정도로 최근 청년 수강생이 늘었다"며 "경쟁률이 10대1까지 오른 적도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수강생들을 만나보면 사무직 업무에 심적으로 지쳐서 온 친구가 많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목수 등 블루칼라(생산직에 종사하는 육체노동자)를 AI(인공지능) 시대에 대체하기 어려운 직업군으로 주목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대학에 진학했으니 특정 직장에 취업해야 한다고 했던 과거와 비교해 요즘 청년들은 사회적 평판을 신경 쓰지 않고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판단으로 블루칼라에 도전한다"며 "청년들의 블루칼라 선호가 노동시장 수요와 관계없는 지나친 '학력 인플레이션'을 해결할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문혁 기자 cmh6214@mt.co.kr 김미루 기자 mir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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