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자원개발 빙자 90명 등치고
금은방 사장이 100억 갖고 잠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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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금값이 올 들어 70%가량 급등한 틈을 타 ‘안전자산’이라는 이미지를 악용한 투자 사기가 전국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금을 매개로 고수익을 약속하는 투자 권유를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영업자 박모 씨(56)는 8월 지인을 통해 한 해외자원개발사업 업체에 투자하라는 제안을 받았다. 이 업체는 아프리카와 필리핀 등에서 정광(금이 함유된 광석)을 수입해 국내 공장에서 제련해 판다며 매달 10%의 이자를 지급하겠다고 홍보했다. 박 씨는 총 5000만 원을 투자했지만 제대로 돈이 들어온 건 두 달뿐이었다. 이후로 업체는 연락을 받지 않았다.
교직원 배수연 씨(61)도 같은 업체로부터 지난해 7월 ‘매달 이자 40%를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총 6억5000만 원을 투자했다. 업체는 배 씨 등 투자자를 공장으로 불러 금을 일부 제련하는 모습을 견학시켜 주기도 했다. 하지만 업체는 처음 몇 달만 이자를 주다가 자취를 감췄다. 현재 이 업체로부터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하는 이들은 9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일부가 울산 울주경찰서에 업체 대표 장모 씨(56)를 사기 및 유사수신 혐의로 고소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충북 충주시에서는 금을 싸게 산 뒤 고가에 되팔아 수익을 내준다는 지역 금은방 사장의 말에 20여 명이 100억 원을 투자했다가 돈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이 금은방 사장은 26일로 예정됐던 배당일을 앞두고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금은 안전 자산’이라는 인식으로 인해 투자자들이 현혹될 수 있는 만큼 금을 매개로 한 투자 권유를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경제가 불안한 상황 속에서 금으로 투자가 몰리고 있다”며 “지인을 통해 투자를 유도하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고 전했다. 금융감독원 또한 10월 국내 금값이 국제 금값보다 치솟는 현상이 발생하자 “국내 금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금융상품 투자 시 유의해야 한다”며 소비자 경보를 발령했다.
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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