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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31 (수)

    [스타트업 리포트] '600개 기업의 마케팅 해결사 된 챌린저스' 최혁준 화이트큐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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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리 뛰어난 기술과 우수한 제품도 세상에 알려지지 않으면 소용 없다. 제품과 기술을 시장에 알려 잘 팔리도록 만드는 작업이 마케팅이다. 한마디로 마케팅은 소비자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이다. 그래서 시장을 선도하는 주요 기업들은 제품 개발 못지 않게 마케팅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자본과 경험이 많지 않은 신생기업(스타트업)들은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는다.

    2018년 설립된 화이트큐브는 마케팅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신생기업(스타트업)이다. 자본과 경험 대신 이들이 들고 나온 무기는 인공지능(AI)과 데이터다. 이들은 AI를 이용한 데이터 분석으로 의뢰 기업의 상품이 시장에서 잘 팔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것도 다양한 전자상거래별로 각기 다른 공략방법을 맞춤형으로 제시한다. 창업자인 최혁준(40) 대표를 서울 선릉역 사무실에서 만나 비결을 들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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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혁준 화이트큐브 대표가 서울 테헤란로 사무실에서 '챌린저스'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화이트큐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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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자상거래는 IT다"


    화이트큐브의 대표 서비스는 마케팅을 돕는 플랫폼 '챌린저스'다. "챌린저스는 인터넷에서 상품 판매를 돕는 서비스입니다. 특히 전자상거래별로 소비자들의 특성을 파악해 매출을 올리는 방법을 알려주고 실행도 해줘요. 제품 소개 방법과 간략한 소개사진(썸네일) 구성, 가격 설정 등을 어떻게 하는지 알려주죠."

    그러려면 중요한 것이 전자상거래 서비스별 특성을 파악해야 한다. 최 대표는 전자상거래를 유통이 아닌 정보기술(IT) 서비스로 본다. "전자상거래는 기술 기반의 IT 서비스여서 일반 유통과 달라요. 유통에서 경험을 많이 쌓았어도 IT 회사가 어떻게 플랫폼을 만드는지 모르면 전자상거래를 이해하기 힘들어요. 화이트큐브는 기술에 대한 이해력이 높아 전자상거래의 특성을 잘 알죠."

    그러다보니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로레알 등 오랜 유통 경험을 갖고 있는 국내외 대기업들도 이 업체에 온라인 마케팅을 의뢰한다. "600여 기업이 챌린저스와 협업하고 있어요. 이를 통해 5,000억 원의 누적 거래액을 올렸어요. K뷰티로 일컫는 미용 분야 외 식음료, 생활용품, 의류 등 다양한 분야로 고객기업군을 넓히고 있죠."

    온라인 마케팅 창구 '챌린저스'


    챌린저스는 기업들의 온라인 마케팅 창구 역할을 한다. 챌린저스가 제공한 인터넷 공간에 의뢰 기업들이 들어와 제품 소개를 올린다. "의뢰 업체들의 제품을 챌린저스를 통해 180만 명의 누적 회원들에게 소개해요. 이를 본 회원들이 마음에 들면 여러 전자상거래 서비스로 넘어가 주문을 해요."

    이때 기업들이 제품 소개를 잘 올리도록 맞춤형으로 도와준다. 특정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서 판매하기를 원하면 해당 전자상거래 사이트로 연결되는 버튼을 붙여 바로 구매가 일어나도록 만든다. "국내 전자상거래 서비스들은 모두 챌린저스에서 연결할 수 있어요. 덕분에 월 평균 100개 기업이 챌린저스를 이용하죠."

    챌린저스 회원들은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앱)나 웹서비스를 이용해 챌린저스에서 다양한 상품들을 만날 수 있다. 챌린저스에 소개된 상품을 구입하면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받는다. "매달 챌린저스를 통해 제품을 구입하는 회원이 월 2만 명 이상이에요."

    의뢰 기업들은 제품 판매 실적으로 성과를 측정한다. "기업들은 판매 기간과 원하는 판매 수량을 결정해요. 이렇게 기업들이 스스로 정한 챌린저스의 목표 달성률이 98%입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 도구 '뮤즈바이'


    최근 새로 시작한 실험은 짧은 동영상에 최적화된 인터넷 유명인(인플루언서)들을 활용하는 '뮤즈바이' 서비스다. "8월부터 시작한 뮤즈바이는 조회수가 많은 유명인을 섭외해 입소문을 내고 판매를 끌어 올리는 인플루언서 마케팅 대행 서비스입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영향력 있는 유명인을 선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조건 구독자가 많은 유명인을 고르면 구독자에 허수가 섞여 있어 실패할 수 있어요. 뮤즈바이는 AI로 조회수가 많아 입소문이 널리 퍼질만한 유명인을 찾아 연결해줘요."

    그러려면 제품 분야별 유명인을 잘 파악해야 한다. "유명인들과 일하며 쌓은 경험을 AI에 그대로 담았죠."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화장품을 만드는 기업들과 뮤즈바이를 이용해 협업을 진행한 결과 고무적인 결과를 얻었다. "그루민이라는 유명인과 협업해 알페신 샴푸를 알리는 작업을 진행했는데 결과가 좋았어요. 그래서 내년초 향상된 기술을 적용한 뮤즈바이 2.0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한국일보

    최혁준 화이트큐브 대표가 서울 테헤란로 사무실에서 자동차 구독 서비스 '패러데이' 를 소개하고 있다. 화이트큐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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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특한 전기차 구독 서비스 '패러데이'


    이 업체의 서비스 중 특이한 것은 전기자동차 구독 서비스 '패러데이'다. 지난해 1월 시작한 이 서비스는 다달이 이용료를 내면 전기차를 빌려 준다. 구독 기간은 12개월부터 84개월까지 다양하다. 빌려주는 전기차는 주로 테슬라 제품이다. 일부 내연기관 차량도 포함돼 있어 총 30종을 이용할 수 있다. "자동차 리스와 흡사한 서비스죠. 이용자들의 비용 걱정을 덜기 위해 만들었어요. 자동차 리스 이용을 위한 할부 심사에서도 20, 30대 젊은이들은 50%가 떨어져요. 그만큼 자동차 구입과 리스 서비스의 이용 문턱이 높아요."

    패러데이는 독자 개발한 신용평가시스템으로 이용 문턱을 낮췄다. 신용평가시스템은 나이스 등 신용평가기관과 연결해 이용자들의 신용 정보를 가져온다. 여기에 독자 개발한 가중치를 부여해 이용자들의 신용도를 결정한다. 따라서 금융사에서 거절당한 일부 이용자들도 이용할 수 있다. "금융사들이 리스 할부를 제공하지 않는 중신용자까지 서비스 제공 범위를 넓혔어요."

    그러면서 인터넷 금융서비스 '토스'처럼 이용절차를 간소화했다. "토스의 간편송금처럼 자동차 구독서비스를 단순화했어요. 웹사이트에서 버튼 몇 개만 누르면 하루 만에 심사를 마치고 다음날 집 앞에 차가 도착해요."

    뿐만 아니라 전담 관리자를 통한 차량 관리와 수리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것이 기존 자동차 리스와 차이점이다. "이용자와 끝까지 함께 하는 것이 모토죠. 자동차가 고장나면 수리 서비스까지 제공해요. 월 이용료에 차량관리와 수리 비용이 포함되죠. 단 자동차 보험은 이용자가 들어야 해요."

    이 같은 장점 때문에 운용 차량이 지난해 200대에서 올해 500대로 늘어났다. "구독 서비스에 필요한 차량은 제휴를 맺은 여러 금융사의 지원을 받아 구입해요. 이렇게 구입한 차량의 서비스 가동률이 99%에요. 9월말 현재 400명의 이용자가 400대 차량을 이용하고 있어요."

    내년 해외 서비스 확장


    3가지 서비스를 통해 거둔 지난해 매출은 147억 원으로, 전년 57억 원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올해 매출은 지난해 대비 85% 증가한 272억 원이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16억 원을 기록하며 2년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올해도 흑자를 예상합니다."

    투자는 누적으로 60억 원을 받았다. 알토스벤처스, 우리벤처파트너스,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등에서 투자했다. "서비스 강화를 위해 현재 추가 투자 유치를 진행 중입니다."

    내년에는 해외 진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이 업체는 챌린저스를 일본에서 사업하는 국내 기업들을 위해 일본까지 확대했다. "9월 기준으로 일본 사업의 분기 매출이 6억 원을 넘어섰어요. 일본에서도 화장품으로 시작해 의류, 식음료 등으로 확장하고 있죠. 내년에는 해외 진출 지역을 미국, 유럽 등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중국 진출을 원하는 기업들이 많아서 중국 사업도 고민 중입니다."

    매출 100조 원을 꿈꾸다


    서울대에서 에너지자원공학으로 학사와 석사과정을 마친 최 대표는 SK이노베이션에서 병역 특례 연구원으로 3년간 일했다. "대학원에서 유가 예측 연구 등을 주로 했어요. 이를 살려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SK이노베이션의 석유개발 연구소에서 일했죠."

    창업을 한 것은 대학생 때부터 사업가를 꿈꿨기 때문이다.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구글의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다. "사람들의 인생을 가장 많이 달라지게 만든 것이 유튜브라고 봐요. 유튜브처럼 삶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을 하고 싶었어요."

    이를 위해 2018년 습관 앱을 만들어 사업을 시작했다. "대학 시절 자기계발 동아리를 만들어 7년간 운영했어요. 그때 함께 일한 대학 친구들과 창업해서 약 복용처럼 매일 해야 하는 일을 사진 찍어 인증하는 습관 앱을 만들었어요. 아이디어가 좋아 국내 1등 앱이 됐는데 수익 모델이 마땅치 않아서 돈을 벌지 못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돈을 낼 만한 서비스를 고민하다가 지금의 사업을 하게 됐죠."

    최 대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 제공이다. 그래서 약 60명의 직원들에게 점식 식사를 출장 요리(케이터링)로 제공한다. 또 오전 8~10시 사이에 직원들이 스스로 정하는 자율출근제를 하고 있으며 AI 서비스 등 필요한 소프트웨어 구독 서비스를 월 100만 원 이하에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직원들에게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줄이고 최대한 업무 외 고민을 하지 않도록 해주고 싶어요."

    그의 목표는 100조 원 매출을 올리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사람들이 의식주와 미용, 자동차 등중요한 5가지 분야에서 겪는 문제를 풀어주는 회사가 되고 싶어요. 앞으로 주택 문제까지 사업을 확장할 수 있겠죠. 고객에게 필요한 가치를 제공하면 자연스럽게 매출도 올라갈 겁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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