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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19 (목)

    이슈 오늘의 사건·사고

    30년 전 교통사고 손해배상 회피…차명계좌 은닉 부부 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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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지검 마산지청, 강제집행면탈 혐의로 불구속 기소

    1996년 1억원 배상 판결…2018~2024년 4억원 수입 숨겨

    계좌 추적해 범행 자백 확보…유족 "아버지의 한 풀어"

    [이데일리 이지은 기자] 30여년 전 발생한 교통 사망사고와 관련 손해배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차명계좌로 재산을 은닉해 온 부부가 검찰의 보완수사로 덜미가 잡혔다. 가장을 잃은 유족들은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억울함을 풀고 뒤늦게나마 피해를 회복할 수 있게 됐다.

    이데일리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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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지방검찰청 마산지청은 31일 강제집행면탈 혐의로 A씨와 배우자 B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2018년 12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공모해 약 4억원의 수입을 배우자 B씨 명의 차명계좌로 은닉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들이 1996년 교통 사망사고와 관련해 A씨에게 선고된 손해배상 판결에 따른 채무를 피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고 있다.

    A씨는 당시 자신의 회사 차량을 운전하던 직원이 교통사고를 일으켜 피해자가 사망하자 사용자 책임에 따라 피해자 유족들에게 약 1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하는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이후 수십 년간 배상은 이뤄지지 않았다.

    사건은 지난해 11월 피해자의 아내와 자녀 등 유족 4명이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경찰은 고소 접수 당시 이미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올해 2월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유족들은 “남편과 아버지의 한을 풀어달라”며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기록을 넘겨 받은 검찰은 강제집행면탈죄에 대해 차명계좌로 수입을 받을 때마다 범죄가 성립하고 이를 하나의 범죄로 보는 ‘포괄일죄’ 법리가 적용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했다.

    이후 검찰은 직접 계좌추적과 세무서 사실조회 등을 진행하며 수사를 이어갔다. 피의자들이 신용이 좋지 않아 본인 명의 계좌를 사용하지 못했을 뿐이라고 주장하자, 검찰은 금융·세무 자료 등 증거를 제시해 이를 반박했다. 지난해 9월에는 영상녹화 조사를 통해 피의자들의 범행 자백도 확보했다.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들은 형사조정을 신청했고 올해 11월 형사조정이 성립됐다. 검찰은 지난달 피해 변제금이 전액 지급된 사실을 확인한 뒤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유족들은 검찰에 감사 편지를 보내 “경찰에서 사건을 시효 만료로 종결하려 했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절망을 느꼈지만 결정적인 증거로 범죄를 입증해 아버지의 한을 풀게 됐다”며 “단순한 사건 해결을 넘어 고통을 희망으로 바꿔줬다”고 전했다.

    검찰은 “적극적인 사법 통제와 직접 보완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고, 형사조정 제도를 활용해 실질적인 피해 회복까지 이뤄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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