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4일 서울 양천구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53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16강 배명고와 군산상일고 경기에서 군상상일고 선수들이 5-4로 승리해 8강행을 확정한 뒤 환호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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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역전을 꿈꾸는 소년들|청춘의 9회말 : 군산상일고의 여름] 스틸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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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의 매력은… 낭만이 있다고 생각해요." (군산상일고 2학년 포수 백준기)
스포츠 경기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9회말 투 아웃까지 승부를 뒤집을 기회가 주어지는 야구에선 더더욱 그렇다. 그 기회를 잡기 위해, 또는 그 기회를 주지 않으려 선수들은 마지막까지 온 힘을 다해 던지고, 치고, 달린다. 유난히 뜨겁던 올여름에도 운동장은 선수들의 땀과 함성으로 가득 찼다. 한국일보가 제53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 출전한 군산상일고 선수들의 여름을 43분 분량의 다큐멘터리 영상으로 담았다.
고교 야구는 1970년대 전국적인 인기를 누렸다. 대통령배와 황금사자기, 청룡기, 그리고 봉황대기가 '4대 고교야구대회'로 꼽혔는데, 몰려드는 관중으로 입장권이 매진되는 일도 잦았다. 특히 봉황대기는 지역 예선 없이 전국 어느 고교야구팀이든 출전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변이 속출하는, 가장 드라마틱한 대회로 인기를 끌었다. 군산상일고는 전신인 군산상고 때부터 4개 메이저 대회에서 12번이나 우승을 거뒀다. 나창기 전 군산상고 야구부 감독은 "군산상고가 결승에 올라가면 거리에 사람이 없어서 군산 택시가 (영업이)안됐다"고 회고했다.
1972년 군산상고와 부산고가 맞붙은 황금사자기 결승전은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명승부다. 당시 3만여 명의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9회말 원 아웃까지 1대 4로 뒤지고 있던 군산상고가 내리 4점을 뽑아내며 대역전승을 거둔 것이다. 군산상고는 창단 3년 만에 첫 전국대회 우승기와 함께 '역전의 명수'라는 명성까지 거머쥐었다.
하지만 군산상고의 영광은 쇠퇴하는 고교야구의 역사 속에서 점차 빛을 잃어갔다. 그 사이 까까머리 선수들의 활약에 들썩이던 군산 지역 분위기 또한 가라앉고 만다. 비단 군산상고 야구부의 성적 부진 때문 만은 아니다. 군산은 1970년대 수출자유지역에 선정되고 1980년대 GM대우 공장 등 제조업 일자리가 잇따라 들어서며 급성장했다. 그렇게 상업과 교육, 문화 도시의 면모까지 갖추었지만, 1990년대 산업구조 변화로 제조업 기반이 흔들리더니 2000년대 들어 GM대우 공장마저 철수하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지역 경제의 붕괴는 고용 불안과 인구 감소로 이어졌고, 그 영향으로 군산시내 초∙중학교 야구부가 하나 둘 문을 닫고 있다. 고교야구의 기반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다큐멘터리 [역전을 꿈꾸는 소년들|청춘의 9회말 : 군산상일고의 여름] 스틸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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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역전을 꿈꾸는 소년들|청춘의 9회말 : 군산상일고의 여름] 스틸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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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올여름 한국일보 다큐멘터리팀이 만난 군산상일고 선수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설상가상으로 전국 5대 고교야구 대회 중 상반기 열린 4개 대회에서 이렇다 할 성적도 내지 못했다. 번번이 16강 문턱에서 좌절했고, 대통령배와 청룡기는 아예 나가지도 못했다. 뙤약볕 아래 치러진 연습 경기마다 선수들의 플레이는 주눅이 들어 있었다. 문제는 프로 구단 지명도, 대학 진학도 최소 전국대회 16강에는 올라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올해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봉황대기에서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3학년들을 중심으로 선수들은 마음을 다잡기 시작했다. 대회 날짜가 다가올수록 그들은 그야말로 '피 터지는' 훈련을 소화했다.
기록적 폭염에 맞서며 흘린 땀방울은 자신감으로 되돌아 왔다. 8월 15일 울산공고BC와의 64강전에 이어 19일 경기항공고와의 32강전에서 승리하며 올해 첫 16강 진출을 확정한 군산상일고는 기세를 몰아 전통의 강호 배명고마저 꺾고 8강에 올랐다. 같은 달 27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명문 경북고와의 8강전. 9회 말 투 아웃까지 4대 6으로 뒤지던 군산상일고는 특유의 뒷심을 발휘하며 기어이 6 대 6까지 따라잡는다. 과연 군산상일고는 '역전의 명수'라는 별명답게 대역전승을 이뤄낼 수 있을까?
"더 약한 팀이 언제든 강한 팀을 이기는 게 매력"(3학년 외야수 박지호)이라는 군산상일고 선수들에게 올여름은 "19년을 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여름"(3학년 외야수 이진효·주장)이 됐다. 선수들의 야구 인생도 이들을 응원하는 지역 주민의 희망 찾기도 이제 다시 시작이다.
※ 다큐멘터리 ‘역전을 꿈꾸는 소년들 I 청춘의 9회말: 군산상일고의 여름’은 한국일보 홈페이지와 유튜브, 네이버TV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다큐멘터리 [역전을 꿈꾸는 소년들|청춘의 9회말 : 군산상일고의 여름] 스틸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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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하 뉴콘텐츠팀장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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