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파 카리나(왼쪽부터)와 닝닝, 윈터, 지젤이 10월 15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제20회 유방암 인식 향상 캠페인 자선 행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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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NHK 홍백가합전에 걸그룹 에스파의 멤버 닝닝이 전격 불참하면서 중·일 갈등의 불똥이 튄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에스파의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29일 “닝닝은 병원에서 인플루엔자(독감) 감염을 진단받고 휴식을 권유받았다”며 불참 소식을 알렸다. 이에 따라 에스파는 12월 31일 도쿄 시부야 NHK홀에서 열리는 '제76회 NHK 홍백가합전'에 닝닝을 제외한 카리나, 윈터, 지젤 등 3인만 출연한다. 에스파의 홍백가합전 출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NHK 홍백가합전은 그 해 일본에서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펼친 연예인들이 참여하는 무대로 평가 받는다.
에스파 닝닝.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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닝닝이 2022년 게시했던 버섯 모양 조명 관련 일본에서 진행되는 홍백가합전 출연 반대 투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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닝닝은 2022년 팬 플랫폼 버블에 공유했던 버섯 모양 조명이 최근 재주목받으면서 곤욕을 치렀다. 일본 네티즌들이 원자폭탄 폭발 후 생성되는 '버섯구름'을 연상시킨다면서 "역사 인식이 부족하다"는 질타를 쏟아내면서다. 이들은 '에스파의 홍백가합전 출연을 취소하라'는 서명운동을 벌이며, NHK 측을 압박했다. 서명운동엔 31일(오전 10시 현재) 14만6798명이 참여한 상태다.
SM 측에서 '독감'을 이유로 들었지만, 실제로는 이러한 압박에 부담을 느낀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3년 전 올렸던 게시물이 뒤늦게 논란이 된 것과 관련해 최근 악화하고 있는 중·일 관계가 반영됐을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에스파 홍백가합전 논란은 중·일 관계의 대리전처럼 비화하는 측면이 있다.
이달 2일 일본 참의원 총무위원회에서는 일본유신회 소속 참의원 이시이 나오코(石井苗子)가 NHK 측에 에스파의 출연 배경과 판단에 대한 근거를 설명하라고 요구하는 일이 있었다. 이에 NHK 측은 "소속사에 확인한 결과, 해당 멤버가 ‘원폭 피해를 경시하거나 조롱(揶揄)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전달받았다'고 답했다.
이와 더불어 일본의 각종 SNS에선 "중국인 오지마"라는 노골적인 게시물도 올라오고 있다. 닝닝이 중국인이라는 점을 겨냥한 것이다. 반면 중국의 SNS ‘웨이보(微博)’에서는 일본의 에스파 출연 반대 운동 관련 포스팅에 “일본인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해왔는지 모르나” 같은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의 아사히신문도 29일 중국 측의 반발을 소개하면서 "이번 일로 에스파가 일본에 사과하면 중국 팬들의 분노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고 짚었다.
지난달 29일 중국 상하이에서 무관중 공연을 감수한 일본 톱가수 하마사키 마유미. 사진 JTB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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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중국에서는 일본 톱가수 하마사키 아유미(浜崎あゆみ)가 지난달 29일 상하이 콘서트 하루 전 중국 주최사로부터 '불가항력의 요인으로 중지한다'는 일방적 통보를 받고 무관중 공연을 진행했다. 또, 애니메이션 '원피스' 주제곡을 부른 일본 가수 오쓰키 마키(大槻マキ)도 지난달 28일 상하이에서 열린 한 페스티벌에서 노래 도중 조명이 꺼지며 무대 밖으로 나오기도 했다. 양국의 정치 갈등이 문화계로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한편, 일각에선 K팝의 국제화로 인해 이와 같이 예기치 않은 갈등을 피하기 어려워졌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갈등이 증폭됐던 한·일 관계, 중·일 관계, 양안 관계 등이 맞물리면서 해당 국가 출신 가수들이 무심코 올린 포스팅이나 발언, 또는 의류 등이 공격 소재로 지목당하는 일이 빈번하다. 에스파는 한국(카리나·윈터), 일본(지젤), 중국(닝닝) 등 3개국 출신으로 구성된 4인조다.
태극기와 대만 국기를 들고 방송에 출연했다가 사과 동영상을 올린 걸그룹 트와이스의 멤버 쯔위. [중앙포토] |
앞서 2015년엔 트와이스의 대만 출신 멤버 쯔위가 한 방송에서 태극기와 대만 국기인 청천백일기를 흔들었다가 중국 네티즌들의 항의가 폭주하자 사과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기도 했다. 같은 그룹 사나는 2019년 일본 연호가 헤이세이(平成)에서 레이와(令和)로 바뀌자, 한 세대가 저무는데 대한 느낌을 SNS에 올렸다가 국내 네티즌들로부터 '극우' 공격을 받은 뒤 한동안 활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2018년에는 방탄소년단(BTS) 멤버 지민이 원자폭탄의 버섯구름이 인쇄된 티셔츠를 입었다가 일본 네티즌들로부터 항의를 받았고 일본 TV 출연이 일시 중지된 일도 있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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