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북동부에 있는 보르하 마을 교회에서 19세기 화가 엘리아스 가르시아 마르티네스의 작품 '에케 호모'의 복원화 앞에서 한 여성이 사진을 찍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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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지난 2012년 성당 벽화를 복원하면서 예수 그림을 원숭이처럼 바꿔놓아 세계적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스페인의 아마추어 화가가 94세로 사망했다.
지난 30일(현지시각) 스페인 북동부 보르하 지역의 한 양로원에서 숨진 세실리아 히메네스는 13년 전 스페인 보르하 지방의 미세리코르디아 성지 성당에 그려진 19세기 벽화인 ‘에케 호모’ 복원을 맡았다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당시 성당측은 100년 넘은 예수 벽화 복원 작업을 전문가가 아니라 독실한 신도였던 노부인 히메네스에게 맡기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세실리아는 가시 면류관을 쓰고 박해받는 예수 벽화를 복원하면서 원작과는 딴판인 원숭이 그림을 그려 놓았다.
벽화에서 면류관을 쓴 예수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였고, 영국 BBC와 미국 CNN 등 전 세계 언론은 ‘역사상 최악의 복원’ ‘망친 작업’ ‘원숭이 모습으로 복원된 예수’ 등 비난을 쏟아냈다.
온라인에서는 라틴어로 ‘이 사람을 보라’라는 뜻인 ‘에케 호모’(ecce homo) 벽화를 ‘이 원숭이를 보라’라고 바꿔 부르며 조롱하기도 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당시 비난 여론이 높아지며 히메네스가 체중이 17kg이나 줄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엉성한 복원 작업이 도리어 인터넷 화제가 되며 성당은 관광 명소가 되었다. BBC에 따르면 평균 연간 방문객이 5000명 정도였던 보르하 마을에 4개월만에 4만6000명의 관광객이 찾아왔다.
마을은 60만 유로의 수익금을 올려 지역 자선단체 기금으로 쓸 수 있게 됐다. 지금도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유럽 저가 항공사인 라이언에어가 이 성당에서 가까운 공항인 사라고사에 특별 항공편을 배치했을 정도다.
교회는 벽화를 보기 위해 온 관광객들에게 입장료를 받기 시작했고 세실리아는 해당 그림을 사용한 티셔츠, 머그잔 등 기념품 제작에 대한 저작권 수익을 나누는 계약도 맺었다. 이후 마을 관광국장에 취임하고, TV 프로그램에 특별 게스트로 출연하는 등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세실리아가 망친 벽화는 2022년 재평가에선 ‘복원 가능’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미 이 그림이 너무 유명해져버린 탓에 복원되지 않은 채 유지되고 있다.
19세기 화가 엘리아스 가르시아 마르티네스의 ‘에케 호모(Ecce Homo)’의 원본(왼쪽), 손상된 버전(가운데), 그리고 세실리아 히메네스가 복원한 버전(오른쪽)의 비교 모습. 출처=AP연합뉴스, 스페인 보르하 연구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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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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