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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01 (목)

    '축구장 54배' 세계 최대 P5 윤곽···용인선 24시간 골리앗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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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년기획-K제조업의 심장을 가다]

    ■반도체 투톱의 미래 거점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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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P5

    3층 높이 6개 구역 '원스톱' 구축

    숙련공 연내 3만명 투입 속도전

    AI칩 생산·패키징까지 맞춤 공략

    12월 29일 새벽에 찾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는 1만여 명의 근로자가 차가운 날씨에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줄지어 현장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근로자들은 우산 대신 이름과 소속 업체명이 적힌 안전모를 눌러쓴 채 현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새벽 출근 중 일부는 김밥과 어묵을 파는 노점 앞에 삼삼오오 모여 허기를 달래기도 했다. 앞으로 최대 3만 명 수준까지 인원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전국의 숙련공들이 평택에 대거 집결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2025년 11월 P5 공사를 전격 재개한 것은 인공지능(AI) 메모리 패권 탈환을 위한 배수진이다. P5는 기존 평택 1~4공장과는 체급부터 다르다. 기존 공장이 2개 층 4개 구역(존)으로 나뉜 것과 달리 P5는 P4보다 1.5배 큰 12만 7000㎡ 부지에 3층 구조로 6개 구역에 달하는 초대형 건축물로 지어진다. 완공되면 단일 반도체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삼성전자는 P5를 원스톱 패키지 전략의 전진기지로 삼을 예정이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생산 라인과 위탁 생산(파운드리) 라인을 레고 블록처럼 탄력적으로 배치한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부터 최첨단 패키징까지 한 곳에서 끝낸다. 칩 간 연결 속도를 극대화해야 하는 AI 반도체 시대에 빅테크 고객사가 가장 원하는 솔루션이다. P5 건설에만 최대 80조 원에 달하는 자금이 투입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최근 기술 리더십 회복에도 속도가 붙었다. 삼성전자는 2025년 초 33년간 지켜온 D램 1위 자리를 위협받는 위기를 맞았으나 1c(6세대 10나노급) D램 재설계에 성공하며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10월 엔비디아 품질 검증(퀄 테스트) 통과가 기폭제가 됐다. 차세대인 HBM4부터는 기술 격차가 사실상 사라졌다는 평가 속에 새해 2월 평택캠퍼스에서 양산 제품이 쏟아져 나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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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하이닉스 용인 클러스터

    1기 팹에만 120조 쏟아부어

    2030년 D램 月100만장 양산

    이천 M16선 선주문 대응 분주

    SK하이닉스의 도전도 이어지고 있다. 26일 찾은 SK하이닉스의 용인 클러스터 건설 현장은 ‘골리앗’들의 춤사위가 한창이었다. 국내에 10여 대밖에 없는 초대형 골리앗 크레인 6~7대가 집결해 거대한 반도체 팹의 뼈대를 세우고 있었다. 축구장 580개가 들어설 만큼 광활한 황무지가 향후 세계적 반도체 기지로 탈바꿈하게 된다.

    이곳은 SK하이닉스가 생산능력(CAPA)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승부수를 띄운 현장이다. 현재 SK하이닉스의 월간 D램 생산량은 55만 장(12인치 웨이퍼 기준) 정도로 경쟁사인 삼성전자 생산량(약 70만 장)의 78% 수준이다. SK하이닉스는 용인 1기 팹 건설에만 120조 원을 쏟아붓는다. 청주 M15X 팹을 6개 짓는 것과 맞먹는 규모다.

    SK하이닉스는 2027년 1기 팹의 양산 체제 구축을 목표로 7세대 제품인 HBM4E와 커스텀 HBM 등 차세대 제품을 이곳에서 주력으로 생산할 예정이다. 용인 팹이 본격 가동되면 2030년 SK하이닉스의 D램 생산능력은 월 100만 장 이상으로 늘어난다.

    미래를 위한 준비는 용인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현재 진행형인 메모리 물량 전쟁은 이천캠퍼스가 맡고 있다. 이천 공장은 밀려드는 주문에 대응하기 위해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팹 가동을 위한 인력과 자재를 실은 차량 행렬이 꼬리를 물고 공장으로 밀려들어 오고 있고, 365일 24시간 가동하는 핵심 생산 라인인 M16 팹 클린룸 내부는 총성 없는 전쟁터다. 약 6600㎡(2000평) 규모의 클린룸에는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등 첨단 설비가 빼곡히 들어차 있으며 그 위를 천장 레일을 타는 무인운송장비(OHT)가 쉴 새 없이 오가면서 반도체를 대량으로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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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도체 ‘투 톱’의 치열한 경쟁 덕분에 2025년 우리나라 수출은 사상 처음으로 7000억 달러 고지를 밟았다. 이 중 23.5%를 반도체가 차지했다. 메모리 한파가 몰아친 2023년 수출액이 986억 달러에 그치며 비중이 15.6%까지 떨어졌던 것과 비교하면 극적이다.

    새해 반도체 수출 전망도 밝다.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투자 열기가 식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평택과 용인 두 곳에서 벌어지는 두 회사의 생산력 경쟁은 앞으로도 한국의 수출 전선을 든든히 지켜줄 보루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과제도 적지 않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용수 공급 능력은 현재 계획된 1·2기 팹 준공까지만 감당할 수 있다. 앞으로 들어설 3·4기 팹을 위한 전력과 용수 공급망은 다시 검토해야 한다. 이미 송전선로 문제로 착공이 6년이나 지연된 만큼 우려가 크다.

    투자 비용 조달도 숙제다. SK하이닉스는 2047년까지 용인에 팹 4기를 건설하는 데 총 600조 원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한다. 고금리와 원자재 가격 상승이 겹치며 기업의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정부가 첨단산업 투자 규제 개선과 세제 지원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시행령 확정과 신속한 행정 지원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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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택=서종갑 기자 gap@sedaily.com, 용인=노우리 기자 we1228@sedaily.com
    평택=서종갑 기자 gap@sedaily.com용인=노우리 기자 we1228@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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