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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02 (금)

    "어린이 고민 과정 따라가는 지금 꼭 필요한 이야기" [동화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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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 심사평

    한국일보

    지난해 12월 17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에서 2026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 심사위원 오세란(왼쪽), 김민령 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가 원고를 읽고 있다. 임지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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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성형 AI가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시대, 예술 창작이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지닐까. 인공지능이 웬만한 사람들보다 더 나은 결과물을 내놓는다면 우리는 창작의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까. 당연히 그렇지 않을 것이다. 창작의 과정과 결과를 구분하고 예술의 의미를 다시금 물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230편의 투고작들을 살피며 이 작품들이 완성되어 우리 앞에 당도하기까지 창작하기로 마음을 먹고 오래 고민하고 마침내 한 문장 한 문장 써나갔을 시간에 대해 생각했다. 왜 하필 동화였을까, 동화를 쓰기 위해 어린이와 어린이의 삶에 대해 얼마나 진지하게 궁리해보았을까, 아마 거기에 인간 창작자의 마음과 힘이 담겨 있을 것이다.

    문장과 서사의 짜임새는 고르게 상향평준화되었으나 인상적인 소재와 캐릭터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여전히 많은 의인화 동화는 동화에 대한 통념을 보여주는 동시에 동화 장르의 근본을 돌아보게 한다. 유치한 발상과 교훈주의는 동화 쓰기의 가장 큰 산일 것이다. 노인과 질병, 죽음을 다룬 작품들이 눈에 띄었고, SF는 짧은 분량 안에 감당하기 어려운 세계관을 품고 있었다. 본심에 오른 작품은 '빈 상자 속에는', '소풍 가는 길', '비 온 뒤 맑음', '누나, 연애하지 마!', '지피티가 그러는데' 다섯 편이었다. 방임 상태에 놓인 아이가 택배 상자 속에서 길을 잃는 '빈 상자 속에는', 장례식장에서 두 가족이 따뜻하게 연결되는 '소풍 가는 길', 신비로운 전학생 친구 이야기를 다룬 '비 온 뒤 맑음'은 모두 완성도가 높고 흥미로운 이야기였으나 그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심사위원들이 고심한 작품은 '누나, 연애하지 마!'와 '지피티가 그러는데'였다. '누나, 연애하지 마!'는 누나와 남자친구의 연애를 방해하느라 동분서주하는 귀여운 남동생의 이야기라 유머러스하고 유쾌하다. 누나의 교실을 들락날락하는 주인공의 캐릭터가 생생하고 어린이의 명랑한 생활이 잘 그려져 있다. 교훈을 주려는 욕심 없이 상황에 집중한 덕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지피티가 그러는데'는 방과 후 학교 복도로 들어온 새 한 마리 때문에 벌어지는 소동을 다룬다. AI와 교사가 서로 다른 답을 내놓았을 때 아이들이 느낄 법한 혼란과 당혹스러움을 그리고 있다. 짧은 분량 안에서 간결하게 문제를 잘 다루고 있으며 방과 후 학교 풍경과 아이들의 떠들썩함이 활기 있게 그려졌다는 것도 장점이다. 두 작품이 완전히 다른 성격을 갖고 있어 고민이 깊었지만 오래지 않아 '지피티가 그러는데'를 수상작으로 결정했다. 시의성이 분명하며 정해진 답을 내놓기보다 주인공이 당면한 고민의 과정을 따라가게 한다는 점에서 지금 어린이들에게 필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수상자에게 축하를 보내며 앞으로 더 많은 '과정'을 다루어주길 기대한다.

    심사위원 김민령(대표 집필) 오세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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