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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03 (토)

    [기고] 프로야구를 지역관광 촉진하는 전략 자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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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김성은 경북대 관광학과 교수


    지난해 한국 프로야구는 관중 1200만명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 흥행을 기록했다. 2024년 처음으로 1000만 관중 시대를 연 데 이어, 1년 만에 또다시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단순한 스포츠 성과를 넘어선다. 국내에서 보기 드문 대규모 이동형 소비가 연중 정기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지표다. 그럼에도 이 거대한 흐름을 여전히 스포츠 이벤트 관리의 차원에서만 다루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프로야구 관람객은 단순한 관중이 아니다. 3월부터 10월까지 이어지는 긴 시즌 동안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도시를 이동하며 식음·교통·쇼핑·여가 소비를 만들어내는 움직이는 내수 관광객이다. 야구 마니아들은 반복해서 방문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움직인다. 이런 폭넓은 수요층을 갖춘 콘텐츠는 관광 산업 관점에서 매우 드문 자산이다. 하지만 한국의 프로야구는 아직 지역 관광과 체계적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야구 관람은 경기 전후의 단기 소비에 머무른다. 숙박이나 지역 관광으로의 확장은 제한적이다. 팬들의 소비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야구 관람을 하나의 관광 수요로 설계하지 않은 정책 구조의 한계가 원인이다. 지자체의 역할은 교통 통제와 안전 관리에 집중돼 있다. 그러는 사이 거대한 내수 흐름을 지역경제 전반으로 확산시키기 위한 전략적 접근은 충분히 논의되지 않고 있다.

    해외 사례는 분명한 대비를 보여준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스포츠 관람이 곧 여행이다. 경기장은 단일 목적지가 아니라 숙박, 상권, 문화 콘텐츠로 이어지는 도시 관광의 출발점이다. 원정 경기 관람은 하나의 여행 상품으로 기획된다. 스포츠는 지역 브랜드를 강화하고 체류를 유도하는 핵심 자산으로 활용된다. 스포츠를 ‘잘 운영하는 것’을 넘어, ‘산업으로 활용하는 관점’이 정책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한국도 관점을 바꿔야 한다. 프로야구를 단순한 인기 스포츠가 아니라 내수 관광 활성화를 위한 전략 자산으로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 프로야구 관람객을 공식적인 관광 수요로 인정하고, 구단과 지자체, 관광 관련 기관 간 상시적인 협력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새로운 시설 투자보다 이미 존재하는 자원을 어떻게 연결하고 설계하느냐가 중요하다.

    인구 감소와 지역 불균형이 심화하는 지금, 관광은 외국인 유치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국내 이동과 소비를 촉진하는 내수 관광 역시 국가 지속가능성을 떠받치는 중요한 축이다. 1200만 관중 시대의 프로야구는 이미 그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이 흐름을 일시적 흥행으로 남겨둘 것이 아니라 지역경제와 내수 관광을 견인하는 전략 산업으로 체계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이 바로 프로야구를 ‘보는 스포츠’에서 ‘활용하는 관광 자산’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김성은 경북대 관광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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