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서민 여성의 삶, 노년, 죽음
디디에 에리봉 지음ㅣ이상길 옮김ㅣ문학과지성사ㅣ366쪽ㅣ1만8000원
노동 계급 출신, 동성애자, 철학을 전공한 지식인. 자신의 복잡한 정체성을 탐구한 회고록 ‘랭스로 되돌아가다’로 국제적 명성을 얻은 저자가 이번에는 작고한 어머니를 주인공으로 삼아 ‘노년’과 ‘죽음’이라는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책은 혼자서 거동하기 어려워진 노모를 요양원에 모시면서 시작된다. 요양원은 자리가 없어 몇 년씩 대기해야 하고, 입소를 거부하는 어머니와 실랑이를 벌이고, 아들은 “자주 올게요”라는 거짓말을 하면서 죄책감에 사로잡힌다. 배경은 프랑스지만 노년의 삶을 둘러싼 처참한 풍경은 한국 독자에게도 낯설지 않다. 저자는 시설에 갇혀 자율성을 잃고,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노인들의 열악한 현실을 날카롭게 고발한다.
어머니의 죽음을 지켜본 아들이 써 내려간 애도 일기이자, 평생 노동 계급으로 살아온 한 여성의 삶을 기록한 사회적 전기다. 1930년대에 태어난 어머니는 부모에게 버림받아 고아원에서 자랐고, 열네 살부터 가정부와 공장 노동자로 생계를 이어갔다.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며 두 아이를 키워낸 그녀는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에야 비로소 자유를 느꼈다. 한 여성의 신산한 삶을 따라가며,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노화와 죽음에 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백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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