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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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이 집권 2년 차인 2026년을 맞아 뚜렷한 ‘후퇴’ 패턴을 보이고 있다. 미국 안팎을 놀라게 했던 ‘국세청(IRS) 폐지’ 공약은 경제 참모들의 반대 속에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고, 당장 시행될 것 같았던 각종 보복 관세는 줄줄이 연기되거나 축소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이 ‘강력한 선(先) 위협, 소심한 후(後) 실행’이라는 이른바 ‘용두사미(龍頭蛇尾)’ 패턴으로 굳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세만 걷는 부서 만들겠다”더니…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후퇴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대목은 바로 세제 개편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 캠페인 기간과 당선인 신분 시절 “연방 소득세를 폐지하고, 그 세수를 수입품에 대한 관세로 전액 충당하겠다”는 파격적인 구상을 내놓은 바 있다. 심지어 징세 업무를 담당하는 국세청(IRS)을 해체하고 관세 징수 전담 기구인 가칭 ‘대외수익청(External Revenue Service)’을 신설하겠다는 구체적인 아이디어까지 밝혔다.
그러나 취임 1년을 앞둔 현재, 이 논의는 워싱턴 정가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경제 참모들이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소득세 수입을 관세로 대체하려면 모든 수입품에 100%가 넘는 살인적인 관세를 부과해야 하는데, 이는 미국 경제의 즉각적인 붕괴를 의미한다. 결국, 백악관은 이에 대한 논의를 슬그머니 덮은 상태다. ‘역대급 공약’이 ‘해프닝’으로 끝난 셈이다.
◇새해 벽두부터 소파·주방가구 관세 연기
지난 31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백악관은 2026년 1월 1일로 예정됐던 중국산 소파, 주방 수납장, 세면대 등에 대한 고율 관세(30~50%) 인상을 2027년 1월 1일로 1년 연기했다. 이미 작년 9월 포고문을 통해 관세 인상을 지시해 둔 상태였지만, 시행 코앞에서 또다시 유예를 선택한 것이다. 명분은 “중국과 생산적인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것이었지만, 실상은 ‘물가(인플레이션)’ 때문으로 풀이된다. 가구와 인테리어 제품 가격이 급등할 경우, 높은 생활 물가에 지친 유권자들의 분노가 폭발할 것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패턴은 비단 가구뿐만이 아니다. 지난 1년간 트럼프 행정부는 특정 산업군을 향해 “관세 폭탄”을 예고했다가, 업계의 반발이나 물가 상승 우려가 제기되면 슬그머니 예외를 두거나 시기를 미루는 행태를 반복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연합(EU)과의 무역 갈등 국면에서 “프랑스 와인과 위스키에 200% 관세를 물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하지만 미국 내 주류 유통업계와 레스토랑 협회가 “미국 자영업자만 죽어난다”며 로비를 펼치자, 결국 2025년 하반기 협상에서 고율 관세 부과를 유야무야 넘기며 사실상 철회 수순을 밟았다.
“해외에서 생산된 반도체 칩에 고율 관세를 매겨 공장을 미국으로 가져오겠다”던 엄포 역시 힘이 빠졌다. 엔비디아, 애플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대만산 칩 없이는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를 지을 수 없고, 비용이 2배로 뛴다”고 우려하자, 첨단 AI 가속기 등 필수 반도체는 관세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유예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시장의 학습 효과… “트럼프의 관세는 ‘협상용 엄포’일 뿐”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행보를 전형적인 ‘거래의 기술’로 해석한다. 일단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위협(Bluffing)을 가해 상대방을 공포에 떨게 만든 뒤, 협상 테이블에서 실리를 챙기고 제재는 유예해 주는 방식이다.
뉴욕 증시를 비롯한 시장 역시 지난 1년을 겪으며 트럼프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믿지 않는 분위기다. IRS 폐지 같은 거창한 공약이나 50~60% 고율 관세 위협은 결국 현실적인 경제 논리 앞에서 타협되거나 연기될 것이라는 ‘학습 효과’가 생겼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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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박국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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