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현지 전기차 수요급감… 계약 줄취소·축소 수순
테슬라 FSD 등 돌파구…유럽 전기차 회복도 기대
국내 배터리업계가 미국 완성차기업과 맺은 계약이 현지 전기차 수요급감에 따라 줄줄이 취소·축소 수순을 밟고 있다. 미국 내에서 ESS(에너지저장장치) 수요가 늘고 있긴 하지만 전기차 수요회복 없이는 업황 반등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업계는 미국 내에서는 자율주행에 따른 수요회복을, 미국 밖에서는 유럽 전기차시장의 회복을 각각 기대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퓨처엠은 전날 공시를 통해 미국 GM(제너럴모터스)에 공급하던 전기차용 하이니켈 양극재 물량이 당초 계약 대비 대폭 줄었다고 밝혔다. 양사는 2023년 1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약 107억달러(약 13조7600억원) 규모의 공급계약을 했지만 실제 납품액은 약 20억달러(약 2조8100억원)에 그쳤다. 같은 날 SK온도 서산 2공장 설비교체와 서산 3공장 증설에 투입하기로 한 투자금액을 1조7534억원에서 9363억9000만원으로 하향조정했다. 업계는 2건 모두 전기차 수요둔화의 직격탄 탓이라고 본다.
전기차시장 위축의 진원지는 미국이다. 포드는 최근 전기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 생산중단과 함께 차세대 전기픽업트럭(T3), 전기상용밴 개발계획을 전면중단했다. GM과 폭스바겐 등 주요 완성차업체들도 전기차 투자속도 조절에 나섰다. 이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팩 제조사 FBPS와 맺은 3조9000억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모듈 공급계약과 포드와 맺은 9조6000억원 규모 계약이 지난달 연달아 취소됐다. 양극재기업 엘앤에프는 테슬라와 체결한 하이니켈 양극재 계약금액이 3조8347억원에서 973만원으로 줄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 영향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행정부는 지난해 9월 전기차 구매시 제공되던 세제혜택을 종료했다. 가격부담이 커지면서 실제 미국 전기차 월판매량은 지난해 8~9월 14만대 수준에서 10월 6만9000대, 11월 6만5000대로 급감했다.
ESS시장에서 국내 배터리업계가 상대적으로 선전하고 있지만 절대적인 규모를 감안하면 전기차시장 회복 없이는 구조적 반등이 어렵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ESS만으로는 산업 전반의 실적을 끌어올리기에는 한계가 있고 배터리업계의 주요 볼륨은 전기차가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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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는 미국 내 수요를 회복시킬 변수로 자율주행시장을 거론한다. 테슬라의 로보택시와 구글 웨이모가 미국 주요 지역에서 서비스 영역을 넓히면서 완전자율주행(FSD) 상용화 기대가 커지는 상황이다. 자율주행 시스템은 막대한 전력을 상시로 요구하는 만큼 내연기관차량에 적용되는 보조배터리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내연기관차로 자율주행 장치에 안정적인 전기를 공급하기는 어렵고 전기차에 탑재되는 수준의 배터리 용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과 달리 유럽 전기차시장이 회복세를 보인다는 점은 고무적인 대목이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유럽 내 전기차 누적 판매는 227만7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27.4% 증가했다. 주요 국가들이 구매보조금 정책을 재가동한 게 수요회복을 이끌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최근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와 연이어 배터리 공급계약을 한 것도 이같은 흐름과 연결된다.
여기에 중국발 공급과잉 부담이 완화되고 있단 점도 올해 긍정적 전망에 힘을 보탠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리튬(탄산리튬) 가격은 지난달 30일 기준 ㎏당 118위안으로 집계됐다. 연중 한때 50위안대까지 떨어진 가격은 하반기 들어 반등하며 100위안을 넘어섰고 최근에는 상승 흐름을 이어간다. 중국 정부의 공급조절 움직임과 ESS 수요 증가에 따른 기대가 더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배터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리튬 '공급과잉'에서 '균형 수준'으로 수급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김도균 기자 dk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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