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도 ‘1일 1의혹’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혜훈 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2월 30일 오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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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4일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에 대해 “국정에 있어서 레드팀 역할도 해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에 대한 각종 의혹이 쏟아지고 있지만 일단 힘을 실어주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이 후보자는 최근 국회의원 시절 보좌진을 향한 폭언·갑질 의혹에 이어, 남편과 함께 서울·인천 등 수도권 일대에 상가와 땅을 사들여 30억원이 넘는 차익을 남겼다는 부동산 투기 의혹까지 제기됐다. 민주당에선 이미 자진 사퇴 요구가 나온 가운데 “큰 건 하나가 더 터지면 이 후보자를 안고 가긴 어려울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 후보자 남편은 인천공항 개항 직전에 영종도 일대 토지를 매입해 20억원 이상의 시세 차익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이 공개한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이 후보자 배우자는 2000년 1월 18일 인천 영종도 토지(잡종지) 6612㎡(약 2000평)를 매입했다. 매입 당시 가격은 공시지가 기준 13억 8800만원이었다. 2006년 12월 한국토지공사·인천도시개발공사는 이 후보자 부부가 사들인 영종도 토지를 수용했다. 이 후보자의 공직자 재산 신고 기록에 따르면 수용가는 39억2100만원으로 나타났다. 6년 만에 가격이 3배로 뛴 것이다. 이 후보자는 당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으로 정계 입문 전이었다.
/그래픽=양진 |
문제는 매입 시점이다. 이 후보자 배우자가 영종도 땅을 사들인 시점은 인천공항 개항이 1년 앞으로 다가온 시기였다. 이 후보자 부부가 사들인 땅은 인천국제공항에서 불과 16㎞ 떨어진 곳이다. 주 의원은 “인천공항 개항을 앞두고 인근 지역에 대규모 투기 바람이 일었던 시기”라며 “주거지가 서울인 이 후보자 부부가 갑자기 영종도 땅 2000평을 매입할 이유는 ‘투기’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고 했다. 이 후보자 인사청문준비단 측은 “국민들께서 납득하실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드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청문회에서 소상히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20대 미국 유학 시절 본인과 남편 명의로 서울에 상가 5채를 사들였는데, 여기서도 10억원 정도의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후보자의 과거 재산 공개 내역에 따르면 이 후보자와 배우자는 1992년 서울 성동구 응봉동 상가를 각각 2채, 3채씩 매입했다. 같은 날 부부가 상가 5채를 사들인 것이다. 당시 후보자 부부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에서 유학하고 있던 시기였다. 이 후보자 명의로 매입한 상가(21.29㎡·32.25㎡)는 2009년 각 4500만원과 8000만원에 매각했다. 배우자 명의로 사들인 상가 3채(81.41㎡·74.99㎡·78.66㎡)는 2023년 5월에 각 4억2000만원, 4억원, 4억원으로 총 12억2000만원에 매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의힘에선 자금 출처도 불분명하다는 말이 나온다. 이 후보자는 2020년 국회의원 시절 61억원대 재산을 신고했다.
이 후보자는 국회의원 시절 갑질·폭언 의혹도 받고 있다. 지난달 31일 TV조선은 2017년 당시 바른정당 의원이던 이 후보자가 자신의 이름이 언급된 언론 기사를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인턴 직원에게 막말과 폭언을 일삼는 통화 녹취를 공개했다. 녹취에서 이 후보자는 고성을 지르며 “너 아이큐(지능 지수)가 한 자리니” “내가 정말 널 죽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전직 보좌진은 이 후보자가 프린터가 고장 났다며 자택으로 호출하는 등 사적 심부름도 시켰다고 주장 중이다.
청와대는 우선 청문회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김남준 대변인은 이날 방송에 나와 “(이 후보자가) 국정 기조와 다소 차이가 있지 않냐는 부분은 의도한 측면이 있다”며 이 후보자의 레드팀 역할을 강조했다. 이념, 진영과 관계없이 등용되는 인사 사례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도 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지난주부터 일부 의원이 이 후보자 사퇴를 요구하자 일단 함구령을 내렸다. 조승래 사무총장은 4일 기자간담회에서 “이 후보자에 대한 당내 개별적 언급을 자제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여야는 조만간 이 후보자의 국회 청문회 날짜를 협의할 예정이다. 이 후보자에 대한 청문 요청서는 5일 국회에 제출될 전망이다. 청문회를 앞두고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도와달라”며 구명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이 후보자가 ‘잘 부탁한다’는 전화와 문자를 돌리고 있다”며 “하지만 철저하게 검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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