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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2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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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기술 일자리 양극화 초래할 수도” [토마 피케티에게 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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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케티·고메즈 카레라 연구원 공동 인터뷰

    국가 첨단기술 지원, 분배구조 형태에 달려

    인공지능, 번영도구 되려면 정치적 선택 중요

    장기성장 위해선 지속가능성 처음부터 설계

    헤럴드경제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가 2022년 1월 14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한 대담에서 불평등에 관해 발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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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럴드경제

    챗GPT를 활용해 만든 전세계 불평등에 관한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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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적 석학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는 본지 서면 인터뷰에서 “혁신과 재분배가 긴장관계에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21세기 조건에 맞는 사회 민주적 전환이 없다면, 높은 불평등이 장기지속하는 체제로 진입할 위험에 처했다고 경고했다. 그는 정치가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인공지능(AI)·가상자산 등이 번영의 도구가 되고, 불평등을 완화하는 데 기여토록 하려면 제도·정치적 선택이 중요하다고 했다. 다음은 피케티 교수·세계불평등연구소(WIL)의 리카르도 고메즈 카레라 연구원과 진행한 공동 인터뷰의 일문일답.

    -불평등은 역사적 정점에 가까워지고 있나, 아니면 극도의 불평등이 장기 지속하는 체제로 진입하고 있나.

    ▶나는 우리가 불평등의 역사적 정점에 자연스럽게 다가가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 매우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극심한 불평등은 예외가 아니라 오히려 정상 상태였다. 지속적인 불평등 완화 국면은 드물었고, 취약했으며, 정치적 조건에 크게 좌우됐다. 불평등이 스스로 정점을 찍고 자동으로 하락하게 만드는 경제적 메커니즘에 대한 증거는 없다.

    이는 우리가 실제로 매우 높은 불평등이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체제로 진입할 위험에 처해 있음을 의미하지만, 그것이 새로운 경제 법칙 때문은 아니다. 오히려 그런 체제는 정치적·이념적 선택의 결과일 것이다.

    오늘날의 국면을 과거의 고불평등 시기와 구분 짓는 건 불평등의 ‘수준’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정당화되는 방식과 민주주의와의 공존이다. 높은 불평등은 형식적으로는 민주적인 제도 안에서 지속되며, 능력주의적 서사를 통해 정당화된다. 그러나 상당 부분은 세습된 이점(inherited advantage), 인적 자본에 대한 불평등한 접근, 즉 불평등한 기회에서 비롯된다. 역사적 증거는 20세기 동안 소득 불평등을 극적으로 줄이고, 동시에 민주적 참여와 교육·보건에 대한 공공 투자를 확대했던 사회들이야말로 가장 생산적이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는 불평등이 발전을 위해 감수해야 할 필수적인 대가라는 주장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최상위 부유층의 정치 과정에 대한 과도한 영향력과 노동계급의 대표성 약화가 결합하면서, 민주주의가 재분배적 변화를 실현할 수 있는 역량이 약화하고 있다. 21세기 조건에 맞게 갱신된 사회 민주적 전환이 없다면, 높은 불평등은 가장 안정적인 균형 상태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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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진단이 왜 정치·제도적 변화로 이어지지 않나.

    ▶지식이 정치적 행동으로 전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불평등에 대한 ‘진단’은 개선됐지만, 정치적 대응은 종종 그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최상위 자산 보유자들의 강력한 로비와 의제 설정 능력, 조세 경쟁과 자본 이동성으로 인해 각국 정부가 단독 행동을 두려워하는 상황, 지속적인 재분배 연합을 형성하지 못하는 분절된 유권자 구조가 원인이다.

    이런 의미에서 높은 불평등의 지속은 경제 분석의 실패를 의미하지 않는다. 충분히 강력한 정치적·제도적 견제 세력이 부재하다는 점을 반영한다.

    사회는 능력, 재산권, 세계화, 효율성에 대한 서사를 형성해 극단적인 불평등을 정당화하고, 정치적으로 가능하다고 여겨지는 범위를 제한한다. 엘리트들이 재분배에 저항하는 이유는 데이터를 부정하기 때문이 아니라, 지배적인 이념과 제도적 배열이 그들의 이해관계를 보호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증거의 축적만으로는 불평등 체제를 흔들 수 없다. 중요한 건 이러한 서사에 도전할 수 있는 대안적 정치 연합이 등장할 수 있느냐다.

    권력의 균형을 다시 맞출 수 있는 새로운 정치 연합, 제도 개혁, 민주적 조직 형태가 없다면, 오늘날의 불평등 체제가 단지 더 잘 기록됐다는 이유만으로 해체될 것이라고 기대할 근거는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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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정책은 분배보다 성장을 우선하는 경향이 있다. 성장 우선 패러다임은 한계에 도달했다고 보나.

    ▶성장을 먼저 하고 분배는 나중에 걱정하자는 생각은 이미 소진됐다. 이 관점은 성장을 중립적이고 거의 자연적인 과정으로 간주하며, 혜택이 결국 사회 전반으로 확산할 것이라는 가정에 기반한다. 그러나 역사와 현대의 증거는 정반대를 보여준다. 성장은 언제나 제도, 권력관계, 소유 구조에 의해 형성되며, 의도적인 재분배 메커니즘이 없다면 기존의 불평등을 교정하기보다 오히려 강화하는 경향이 있다.

    일정한 성장 수준에 도달하면 불평등이 자동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실증적 근거는 없다. 오히려 높은 불평등 자체가 사회적 결속을 약화하고, 교육과 혁신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며, 민주적 정당성을 훼손함으로써 장기 성장에 해를 끼친다. 이런 의미에서 분배는 성장이 확보된 이후에 다뤄야 할 부차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어떤 유형의 성장을 경험하게 될지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따라서 성장 우선 패러다임을 대체해야 할 것은 성장의 거부가 아니라, 경제적 성공에 대한 재정의다. 재분배, 공공 서비스, 민주적 참여를 효율성의 제약으로 볼 것이 아니라, 생산적인 투자로 인식해야 한다. 누진 과세, 교육에 대한 광범위한 접근, 기업 내 공동 결정, 재산권의 확산은 고성장기에만 허용되는 사치가 아니라, 포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발전의 제도적 토대다. 진정한 선택지는 성장과 평등 사이가 아니라, 권력과 부를 집중시키는 성장 모델과 사회 정의와 민주적 통제를 중심으로 경제적 진보를 조직하는 성장 모델 사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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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등 주요국은 AI와 반도체 등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한 국가 주도 성장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것의 맹점은 뭔가.

    ▶기술적으로 정교하고 전략적으로 성공적인 경우라 하더라도, 국가 주도 성장에는 본질적으로 평등적인 요소가 내재해 있지 않다. 공공 조정, 산업 정책, 장기 투자는 반도체나 인공지능과 같은 최첨단 분야에서 혁신을 가속하는 데 매우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불평등을 동시에 다루지 않으면 이러한 전략은 반복적으로 익숙한 패턴을 재현한다. 즉, 국가는 위험을 사회화하지만 성과는 사유화되며 극도로 집중된다. 생산성 향상은 실제로 존재하고 인상적일 수 있지만, 소득·부·정치적 영향력의 불평등 확대와 공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강력한 재분배 제도가 동반되지 않은 성장 우선 전략은 체계적으로 높고 지속적인 불평등을 만들어낸다.

    주요한 맹점 중 하나는 기술 고도화가 언젠가는 분배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다. 기술 진보는 자동으로 광범위한 번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최첨단 기술은 자본의 교섭력을 강화하고, 지식재산과 데이터에 대한 수익을 증가시키며, 고숙련 노동자의 좁은 집단에 보상을 집중시키는 경향이 있다.

    핵심 질문은 국가가 첨단 기술을 지원해야 하는가가 아니라, 어떤 소유 구조, 어떤 거버넌스, 특히 어떤 분배 구조하에서 지원할 것인가다. 불평등은 운명이 아니며 고정된 것도 아니다. 그것은 제도적·정치적 선택의 결과다. 불평등을 해결하지 못하는 성장 전략은 불공정한 결과를 낳을 뿐 아니라, 장기 발전이 의존하는 사회적·민주적 토대를 스스로 잠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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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가 불평등을 확대할 거란 주장이 많다. 이를 완화하기 위한 선택은 뭔가.

    ▶기술 자체엔 분배 논리가 내장돼 있지 않다. 중요한 것은 사회가 소유, 노동, 접근권, 생산성 성과의 공유를 어떻게 조직하느냐다.

    적절한 정책 선택이 이뤄지지 않으면 AI가 불평등을 크게 확대할 수 있는 매우 현실적인 경로가 존재한다는 점도 분명히 해야 한다. 가장 명백한 경로는 노동 대체다. 노동 보호가 약하고 공공 개입이 제한된 환경에서 AI가 도입되면, 일자리를 대체하고 임금 양극화, 고용 불안, 노동자의 교섭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 이는 AI의 본질적 특성이 아니라, 기술 도입이 사회적 목표가 아닌 비용 최소화 논리에만 맡겨진 결과다.

    AI가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수적이다. 경쟁 정책, 디지털 독점 규제, 데이터와 알고리즘에 대한 새로운 집단적·공공적 소유 형태를 통해 AI의 소유와 거버넌스를 민주화해야 한다. 생산성 향상분은 이윤과 부에 대한 강력한 누진 과세를 통해 공유되고, 보편적 교육·훈련·공공 서비스에 재투자돼야 한다.

    보다 근본적으로, 우리는 혁신과 재분배가 긴장 관계에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역사적으로 가장 혁신적이고 생산적인 사회는 사회적 포용과 민주적 제도에 가장 많이 투자한 사회였다. AI는 새로운 디지털 과두제를 강화할 수도 있고, 광범위한 번영의 도구가 될 수도 있다. 그 결과는 알고리즘이 아니라 정치에 달려 있다.

    -디지털자산은 금융을 민주화할 것으로 보는가 아니면 새로운 자본 축적의 전선에 불과한가.

    ▶불평등의 관점에서 볼 때, 디지털 자산이나 암호화폐가 금융을 자연스럽게 민주화한다는 주장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역사는 새로운 자산 계층이 자본 축적의 광범위한 역학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거의 없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디지털 자산의 소유는 이미 매우 집중돼 있으며, 초기 참여자와 대규모 투자자가 이익의 불균형적인 몫을 차지한다. 수익은 대체로 이미 금융 자원, 기술적 역량, 정보 접근성을 가진 이들에게 귀속된다. 그런 점에서 암호화폐는 새로운 자본 축적의 전선에 더 가깝다.

    그렇다고 해서 디지털 기술이 불평등 완화와 무관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효과는 자동적이지 않다. 다른 모든 형태의 자본과 마찬가지로 핵심은 거버넌스다. 투명성, 규제, 과세, 이러한 기술의 사회적 활용 방식이 중요하다. 강력한 공공 제도와 재분배 정책 없이는 디지털 자산이 기존의 부의 위계를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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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과 같이 장기 성장을 추구하는 국가가 경제·사회 정책을 설계할 때 염두에 둬야 할 핵심은 뭔가.

    ▶장기 성장을 추구하는 국가들을 위한 가장 중요한 교훈은 성장, 형평, 지속 가능성이 처음부터 함께 설계돼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소득과 부의 집중, 지구적 한계(planetary constraints)를 구속력 있는 거시경제적 제약으로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함을 의미한다. 역사는 성장만으로는 공유된 번영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러한 관점에서 소득과 부에 대한 누진 과세, 교육·보건·저탄소 전환에 대한 대규모 공공 투자는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정당하고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 경로의 전제 조건이다. 이것이 없다면 국가는 단기적 기술적 성공을 이루는 대신, 장기적인 사회적 결속과 지구의 거주 가능성(habitability of planet)을 희생할 위험에 처하게 된다. 궁극적으로 지속적인 번영의 경로는 경제적 역량이나 기술에 의해 미리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집단적 정치적 선택과 민주적 제도의 강도에 의해 형성된다. 이런 의미에서 장기 성장은 기술적 과제라기보다 민주적 과제다. 홍성원 기자

    토마 피케티는 누구

    프랑스 출신 경제학자로 소득·자산 불평등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다. 파리경제대(PSE) 교수이자 이 대학을 거점으로 한 세계불평등연구소(WIL) 설립을 주도했다. 런던정경대(LSE)와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도 교수로 재직하며 연구·강의를 했다.

    대표작 ‘21세기 자본’에서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을 상회하면 불평등이 심화된다는 구조적 메커니즘을 제시해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이후 ‘자본과 이데올로기’ 등을 펴내며 불평등의 역사적·정치적 기원을 분석했고, 누진과세와 국제적 조세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이 때문에 좌파 성향의 경제학자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스스로는 사회민주주의적 개혁을 주장하는 실증 경제학자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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