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 경험과 공감에서 출발한 데이터형 운동 플랫폼
-CES를 거쳐 K-패럴 e스포츠 표준으로 향하는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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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이용자에게 운동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에 가까운 과제다. 야외 유산소 운동은 물리적 제약이 크고, 실내 운동은 선택지조차 거의 없다. 특히 외출이 제한됐던 코로나 시기에는 이 문제가 더욱 선명해졌다. 에이블테크 스타트업 캥스터즈(Kangsters)는 바로 이 구조적 공백에서 출발했다.
캥스터즈가 그리고 있는 미래는 단순히 ‘운동기구를 파는 회사’가 아니다. 휠체어 위에서 운동·게임·일자리가 동시에 작동하는 새로운 삶의 구조, 즉 장애인의 일상과 가능성을 다시 설계하는 생태계다. 그 중심에 있는 솔루션이 휠체어 전용 트레드밀 기반 운동 플랫폼 ‘휠리엑스(Wheely-X)’다. 휠체어를 그대로 올려 실내에서 유산소 운동을 할 수 있고, XR 게임 콘텐츠를 결합해 ‘운동하는 e스포츠’, 피지컬 e스포츠(Physical Esports)라는 새로운 장르를 열었다.
"재활은 선택이 아니라 회복의 조건"
김 대표가 장애인 운동과 재활 문제에 깊이 공감하게 된 데에는 개인적인 경험이 있다. 그는 미국에서 태권도 사범으로 활동하며 현지 도장에서 선수와 일반인을 가르치던 시절, 야외 시범 도중 낙상 사고로 큰 부상을 입었다. 갑작스러운 사고 이후 긴 재활 과정을 거치며 그는 ‘운동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개인의 의지 문제가 아니라, 환경과 도구의 문제라는 사실을 체감하게 됐다.
재활 병원에 머무는 동안 김 대표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주변으로 확장됐다. 자신보다 더 긴 시간을 병원에서 보내는 이들, 그리고 오랜 시간 재활과 일상을 병행해야 하는 장애인들의 현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특히 어머니가 휠체어를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 문제를 더 개인적인 과제로 만들었다.
집이라는 공간조차 완전히 자유롭지 않은 이동, 운동을 하고 싶어도 선택지가 거의 없는 현실은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삶의 구조적 제약에 가까웠다. 김 대표는 이 경험을 계기로 ‘보조기기’가 아니라 사람이 다시 몸을 쓰고, 회복하고, 사회와 연결될 수 있는 도구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캥스터즈의 출발점이 단순한 제품 개발이 아니라, 운동·재활·삶의 가능성을 다시 설계하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된 이유다.
“신뢰부터 만들어야 한다”
이 문제의식은 2021년 출시한 휴대용 휠체어 바퀴 세척 솔루션 ‘휠스터 미니’로 처음 구현됐다. 당시 김 대표에게 명확한 비즈니스 로드맵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하나의 가설은 분명했다.
“이 사람들이 다시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기술 이전에 신뢰와 공감이 먼저 만들어져야 한다.”
휠스터 미니는 수백 명의 휠체어 이용자 의견을 반영해 개발됐고, 일상의 불편을 해결하는 제품으로 시장의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현장을 만날수록 한계도 분명해졌다. 이동의 편의만으로는 삶의 반경을 근본적으로 확장하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이 과정에서 캥스터즈는 전략적 피봇팅을 결정한다. ‘보조기기’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운동과 건강 데이터가 축적되는 플랫폼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휠스터 미니는 수백 명의 휠체어 이용자 의견을 반영해 개발됐고, 일상의 불편을 해결하는 제품으로 시장의 반응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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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에게 처음으로 ‘운동 데이터’를 만들다
휠리엑스는 휠체어 이용자가 30분 이상 안정적으로 유산소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전용 운동 기구다. 하지만 캥스터즈가 만든 것은 단순한 하드웨어가 아니다. 센서 모듈, 모바일 앱, 서버, 게임 콘텐츠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플랫폼 구조가 핵심이다.
“장애인은 운동 데이터 자체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 영역입니다.”
심박, 운동 빈도, 퍼포먼스 변화 같은 기본적인 헬스 데이터조차 체계적으로 축적된 적이 없었다. 캥스터즈는 휠리엑스를 통해 연령·장애 유형·신체 레벨·운동 빈도·콘텐츠 사용 패턴 등 희소한 장애인 운동·건강 데이터를 축적하기 시작했다. 이는 향후 의료·보험·재활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는 중요한 인프라가 된다. 특히 휠리엑스는 1,600여 가지 신체 조건을 단일 모델로 커버하는 유니버설 디자인을 구현했다. 장애 유형과 신체 레벨이 달라도 동일한 기기에서 안정성과 운동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설계한 점이 캥스터즈 기술의 핵심이다.
운동은 ‘문화’가 되다
전환점은 게임 콘텐츠였다. 캥스터즈는 단순한 재미가 아니라 실제 운동 성과가 나오는 기능성 게임을 기준으로 개발해왔다. 휠체어 조작 감도, 신체 레벨별 보정, 트레드밀과의 센싱 정합성까지— 게임은 철저히 ‘운동 도구’로 설계됐다.
“그래픽보다 중요한 건 신체 반응과 기술이 얼마나 정확히 맞물리느냐입니다.”
게임이 결합되자 변화는 빠르게 나타났다. 온·오프라인 커뮤니티가 형성됐고, 대회가 만들어졌다. 캥스터즈는 3년 전부터 국내 장애인 e스포츠 대회를 매년 주관하며 누적 300명 이상의 선수를 발굴했다. 이 흐름은 결국 대한장애인e스포츠연맹 정식 종목 채택으로 이어졌다. 휠체어레이싱은 XR 부문 공식 종목이 되었고, 장비와 게임 IP 모두 캥스터즈가 보유한 구조다. 후발주자가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지속 가능한 사업 구조를 확보한 셈이다.
CES에서 엑스포로
캥스터즈의 기술과 비전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반응했다. CES를 통해 휠리엑스를 글로벌 무대에 처음 공개한 이후, 기술력과 사회적 임팩트를 동시에 인정받으며 TIME ‘2024 최고의 발명품’, CES 혁신상, 에디슨 어워드를 연이어 수상했다. 이후 미국 Abilities Expo를 비롯한 장애·재활·헬스케어 엑스포 현장에서는 캥스터즈의 실험이 ‘체험 가능한 미래’로 받아들여졌다. 한 대회당 500명 이상이 참여했고, 현장 판매 제품은 완판됐다.
현재 캥스터즈 매출의 약 25%는 해외 소비자·대학·병원·연구기관에서 발생한다. 특히, 버지니아공대, 캘리포니아주립대, 마운트 시나이 병원 등은 휠리엑스를 연구 목적으로 도입해 게임 기반 유산소 운동의 효과를 검증하고 있다. 실제 연구에서는 게임 기반 운동 그룹의 에너지 소모와 뇌 활성도가 비게임 그룹 대비 평균 15% 이상 개선되는 결과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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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패럴 e스포츠의 표준을 만들다
캥스터즈는 현재 시리즈 A 투자 유치를 진행 중이다. 김 대표는 내년을 목표로 국내 10개 피지컬 e스포츠팀 창단, 100명 선수 양성, 해외 매출 비중 40% 확대라는 구체적인 지표를 제시했다. 단순한 외형 성장보다 중요한 것은, 이 구조가 하나의 지속 가능한 생태계로 작동하느냐다. 그는 피지컬 e스포츠가 일회성 이벤트나 복지 프로그램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궁극적인 목표는 명확하다. 2028년 LA 패럴림픽을 향해 피지컬 e스포츠를 글로벌 정식 문화이자 산업으로 안착시키는 것. 이를 위해 캥스터즈는 장비·게임·경기 운영 규정·선수 훈련 체계까지 하나의 표준으로 묶는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김 대표가 “종목화 이후가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유다. 종목이 되면 문화가 되고, 문화가 되면 산업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누구나 함께할 수 있는 스포츠이자 문화입니다”
김 대표의 이 말에는 캥스터즈가 그리는 그림이 담겨 있다. 휠리엑스는 장애인만을 위한 전용 장비로 출발했지만, 실제 해외 전시와 체험 현장에서는 비장애인 방문객의 참여가 더 활발했다. 게임이 결합되자 휠체어는 ‘제약의 상징’이 아니라 하나의 새로운 플레이 방식이 됐다. 캥스터즈가 말하는 피지컬 e스포츠는,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허무는 가장 직관적인 접점이다.
휠체어 위에서 시작된 작은 실험은 이제 운동의 영역을 넘어 게임, 일자리, 그리고 사회적 연결로 확장되고 있다. 재택 훈련이 가능하고, 건강을 회복하며, 대회를 통해 소득과 직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는 기존 스포츠나 복지 모델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새로운 형태다. 캥스터즈는 이 구조를 기술과 데이터, 그리고 문화로 고도화하며 글로벌 표준을 만들어가고 있다.
아직 이름조차 없던 영역에 하나의 규칙과 언어를 부여하는 일. 캥스터즈의 도전은 단순히 새로운 시장을 여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누가 스포츠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 누가 산업의 중심에 설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지금,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이 휠체어 위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한혜선 스타업 기자단 sunny@lunacellbi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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