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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24 (화)

    이슈 책에서 세상의 지혜를

    문해력이 문제라는데… ‘짱이와 설이의 쌓고 쌓는 어휘 사전’으로 재밌고 단단하게 대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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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자와 친밀해지고 어휘력·표현력 기르기 제격

    세계일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2024년 10월 발표한 ‘학생 문해력 실태 인식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전국 초·중·고 교원 5848명에게 ‘학생의 문해력이 과거에 비해 어떻냐’고 물은 결과 무려 91.8%가 ‘저하됐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래서 당황했거나 난감했던 사례를 묻자 “금일을 금요일로 착각했다”, “‘왕복 3회’라 했는데 왕복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부자리를 별자리로 생각한다”, “족보를 족발보쌈세트로 알고 있었다”, “중3이 수도라는 말을 몰랐다”, “고3이 풍력이 무엇이냐고 물어봤다”는 등의 답이 돌아왔다. “사회 시간에 단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이 90%”라며 심각한 상황임을 토로한 교원도 있었다. 글의 맥락과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거나 도움 없이 교과서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전언도 나왔다, 문제를 이해하지 못해 시험을 치기 곤란한 학생도 있다는 답변까지 있었다. 문해력 개선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으로 ‘독서 활동 강화’(32.4%), ‘어휘 교육 강화’(22.6%) 등 순으로 답했다.

    우리나라 청소년의 문해력이 디지털 기기에 대한 과한 의존 여파로 퇴보했다는 지적은 어제오늘 나온 게 아니다. 스마트폰의 짧은 입력창, 이모티콘 중심의 감정 표현, 자동완성 및 맞춤법 교정 기능에 대한 지나친 의존이 언어적 사고를 단순화시킨 결과 궁극적으로는 기초학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줄기차게 이어졌었다. ‘심심한 사과’ 논란이 대표적인데, 최근 초등생 대상 실험에서 ‘고지식하다’, ‘사흘’ 등의 기초 어휘조차 제대로 이해하는 이가 절반에도 못 미쳤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짧은 댓글이나 단답형 소통이 깊이 있는 사고를 방해해 한글 고유의 어휘력과 표현력이 점점 밋밋해진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최근 발간된 ‘짱이와 설이의 쌓고 쌓는 어휘 사전’(글 김민영, 그림 슷카이, 신나는원숭이, 1만5000원)은 초등학교 저학년의 국어 통합 교과서에 담긴 핵심 주제와 어휘를 통째로 담았다는 게 지은이의 설명이다. “어린이들과 나누고 싶은 아름다운 우리말 단어 중 핵심 어휘로 골랐다”고 한다. 초등 저학년이 잘 읽고 잘 쓰기 위해 필요한 쉽고 좋은 문장이 담겨 부제도 ‘매일 조끔씩 자라는 글쓰기와 말하기’로 달렸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중심 어휘, 이와 관련해 비슷한 말과 반대말, 복합어(파생어와 합성어), 사자성어를 포함한 한자어 등 다양한 확장 어휘까지 이해하고, 생활 속 예시를 담은 관용어와 속담으로 표현력까지 기를 수 있도록 돕는 책이다. 특히 ‘짱이와 설이의 쏙쏙 표현’에서는 관용어와 속담의 구체적인 속뜻과 뉘앙스까지 더욱 또렷하게 익힐 수 있도록 풀어주는 데 중점을 둔 흔적이 역력해 보인다. 핵심 어휘의 다른 뜻까지 ‘생각 그물’처럼 펼쳐 보인 만큼 어휘력을 높이기에 안성맞춤이다.

    어린이 생활과 가까운 구성도 이 책의 장점이다. 보들 마을에 사는 귀여운 남매 짱이와 설이의 유쾌하고도 따뜻한 생활 이야기를 담은 ‘알콩달콩 생활 일기’ 형식인 만큼 풍성하고 다정한 성장동화처럼 흥미를 북돋는다.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 챙기는 ‘현실 남매’의 건강한 ‘티카타카’에 어린이가 반드시 알아야 할 가치를 녹였는데, 둘의 대화를 활용해 어휘의 쓰임까지 한 번 더 제대로 살펴볼 수 있도록 배려한 점이 눈에 띈다.

    교육 전문가들에 따르면 어휘를 익힐 때는 예문이 무척 중요하다. 아이들이 일상에서 자주 쓸 법한 문장과 메시지여야 이해가 쉽고 글쓰기와 말하기에 잘 활용할 수 있다. 지은이는 “예문은 동화, 어린이 신문, 교과서 등에서 볼 수 있는 아주 쉬운 문장들로 고민해 넣었다”며 “짱이의 일기장, 친구들과 나눈 문자 메시지, 가족과의 대화를 통해 단어와 표현의 뜻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이 글쓰기와 책 읽기의 재미를 알려면 어휘가 중요하다. 이 책에는 어휘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한자 더하기’ 코너까지 배치했는데, 한자를 배운 세대가 아닌 초등 저학년이 이해하기엔 난도가 높은 편이다. 그렇더라도 일상어 가운데 한자어의 비율이 33%(국립국어원이 발간 ‘우리말샘 사전 통계’)에 이르는 현실이고 보면 어려서부터 이에 친숙해질 필요가 있다. 특히 전문용어 59% 이상이 한자어인 만큼 이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학문 연구나 제대로 된 소통은 만무하다.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은 교육부 업무보고에서 ‘대인배’는 잘못된 표현이라며 “소인배·시정잡배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배(輩)’는 저잣거리의 건달이나 ‘쌍놈’을 뜻한다”며 “결국 대인배라는 단어는 ‘훌륭한 나쁜놈’이라는 뜻이 된다”고 지적했었다, 우리 교실에서도 “‘사건의 시발점(始發點)’이라고 했더니 ‘선생님이 욕하냐’고 말했대요” “두발 자유화 토론을 하는데, 두발이 두 다리인 줄 알았다네요” 등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 아이가 한자와 친밀해지고 재미있고 단단하게 어휘력과 표현력을 쌓길 바란다면 ‘짱이와 설이의 쌓고 쌓는 어휘 사전’을 권해보길 바란다.

    황계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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