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은 출신’ 이윤수 교수가 본 워시
단기적 인하 열려있지만 ‘과도한 완화’ 힘들어
연준 ‘분권형 거버넌스’…대통령 뜻대로 못해
지역 연은총재 참여구조 통해 정치 개입 차단
금융 규제완화, 조용하지만 큰 독립성 리스크
이윤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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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케빈 워시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를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 지명하자, 이윤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워시 지명은 시장이 우려해 왔던 연준 독립성 훼손 가능성을 일부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지난 1일 헤럴드경제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의장 지명 이후 달러가치가 반등한 것에 대해 “연준 독립성 훼손 우려에서 비롯됐던 달러 약세 ‘불안 요인’이 일부 해소되면서, 시장이 달러를 다시 재평가하는 초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윤수 교수는 미국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에서 6년간 이코노미스트로 근무하며 연준의 정책 결정과 경제 전망 분석에 참여했던 통화정책 전문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워시 전 연준 이사를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 지명했다고 밝혔다. 워시는 2006년 35세의 나이로 연준 이사에 발탁돼 2011년까지 재직했다. 전통적으로는 매파 성향으로 평가돼 왔지만, 최근에는 경기 둔화를 이유로 금리 인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와 보폭을 맞추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음은 이 교수와의 일문일답.
-트럼프가 워시 전 연준 이사를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 지명했다. 어떻게 평가하나.
▶워시는 단기적으로 금리 인하에 열려 있을 수는 있지만, 시장이 우려했던 것처럼 ‘과도한 완화(aggressive easing)’로까지 갈 후보로 보기는 어렵다. 이번 지명은 무조건적인 인하 가속이나 약달러 신호라기보다, 그동안 시장이 걱정해 왔던 정치화된 통화정책, 즉 연준 독립성 훼손 가능성을 일부 낮추는 쪽으로 작용했다고 보는 게 맞다. 그 과정에서 연준 독립성 우려에서 비롯됐던 약달러 리스크 프리미엄이 일부 걷히며 달러 매도 포지션이 청산된 측면이 크다. 워시가 대차대조표를 보다 보수적으로 운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 온 점도 이런 인식에 영향을 줬다.
-워시 지명 후 달러 가치가 상승했다. 단기 조정일까, 아니면 구조적인 변화로 봐야 할까
▶이론적으로는 두 가지 해석이 모두 가능하지만, 현재 관측되는 흐름만 놓고 보면 ‘초기 반응(포지션·리스크 프리미엄 조정)’의 성격이 더 크다고 본다. 연준 독립성에 대한 리스크 프리미엄이 조정되고, 워시가 양적완화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는 점이 장기 금리 경로에 대한 기대 변화로 이어지면서 포지션이 재정렬된 정도로 해석하는 게 합리적이다. 지금 단계에서 이를 장기적인 정책 전환이나 구조적 강달러 신호로 단정하기는 이르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연준 독립성 훼손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전 행정부와 비교할 때 다른 점은 뭔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연준과의 관계 설정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금리 인하 속도·폭에 대한 공개적 압박을 상시화하면서 연준 의사결정의 독립성 자체를 협상·정치 의제로 끌어들였다는 것이다. 과거에도 대통령이 연준에 압박을 가한 전례는 분명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는 1972년 대선을 앞두고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아서 번즈 의장을 압박해 확장적인 통화정책을 유도한 경우다. 당시 백악관 녹음 테이프 등을 통해 은밀하고 강압적인 압박이 있었던 정황이 연구돼 왔지만, 번즈 의장의 정책 선택이 경제적 신념에서 비롯된 것인지 정치적 압력 때문이었는지를 두고는 여전히 논쟁이 남아 있다.
다만 전례 없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은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이 닉슨 시기와 달리 공개적이라는 점이다. 과거 압박이 상당 부분 비공개·후방 채널에서 이뤄졌다면, 트럼프 시기의 논란은 공개 커뮤니케이션에 인사·법적 수단이 결합된 양상이 두드러진다. 역설적으로 이런 공개 압박은 연준으로 하여금 독립성을 증명하기 위해 더욱 원칙적인 태도를 취하게 만들었다.
-연준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볼때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적 압박이 실제로 정책 결정자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구조인가.
▶연준 제도 자체가 정치적 로비가 쉽지 않도록 분권형 거버넌스로 설계돼 있다.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 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투표권 구조만 보더라도 12명의 투표권자는 워싱턴의 연준 이사회(Board of Governors) 7명과 12개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Reserve Bank Presidents) 5명(뉴욕 연은 총재+4개 지역 순환)으로 구성된다. 투표권이 없는 나머지 지역 연은 총재들도 회의에 참석해 토론에 참여하는 구조여서 정책 판단이 특정 정치권력에 단선적으로 종속되기 어렵다. 특히 지역 연은 총재는 백악관이 직접 임명하는 자리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12개 지역 연은을 워싱턴 본부의 지점으로 오해하지만, 총재 12명은 각 지역 연은 민간 이사회가 선임하고 연준 이사회가 승인한다. 이 때문에 지역 연은 총재들은 워싱턴 정치보다 ‘메인 스트리트’로 상징되는 지역 경기와 금융여건 데이터(예: 베이지북)와 평판을 더 중시한다.
-특히 연준 의장 선임이나 FOMC 이사진 구성 문제는 정치적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다는 지적이 있다.
▶연준 의장 인선은 대통령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가장 합법적이고 제도화된 경로인 것은 맞다. 대통령이 지명하고 상원 인준을 거치며 통상 4년 임기(재지명 가능)로 운영된다. 다만 “입맛에 맞는 의장을 기용해 통화정책을 좌우한다”는 정치적 의도가 정책적 결과로 직결되기는 매우 어려운 구조다. 의장은 강한 영향력을 갖지만 지시권자는 아니다. 의장이 의제를 설정하고 FOMC 내 선호를 조정하는 역할을 하더라도, 지역 연은 총재 5명 등 다른 위원들을 설득하지 못하면 정책을 관철할 수 없다. 인선 단계에서도 대통령과 너무 밀착된 인선으로 비치면 상원 인준 과정에서 독립성 이슈가 쟁점화될 수 있다는 제약도 있다. 무리하게 금리를 낮췄다가 달러 가치가 흔들리면 의장 본인이 역사적 오명을 쓰게 된다.
-만약 트럼프 측 인사가 연준 이사회에 대거 진입할 경우 금리 결정 경로나 완화적 스탠스가 제도적으로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연준 이사는 대통령 지명·상원 인준으로 들어오며 FOMC에서 7표를 차지한다. 공석이 많거나 임기 교체가 누적되면 중기적으로 정책 성향(반응함수)의 중심이 이동할 수 있다. 닉슨 시기를 분석한 연구를 보면 “정치 압력+동조적인 이사회”가 결합될 경우 통화 완화 바이어스(치중)가 상당히 지속될 위험은 있다. 현재 구성만 놓고 보면 단기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같은 성향 인사가 장기간 누적될 경우 완화 바이어스가 구조화될 위험은 존재한다. 다만 현실적으로 한 행정부가 단기간에 이사회 구성을 대거 바꾸기는 어렵다. 이사회는 14년 교차 임기로 설계돼 있고, 해임도 ‘for cause(중대한 사유가 있을 경우에만)’ 요건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 2기 연준 독립성 논란이 어떤 형태로 나올 걸로 보나.
▶가장 무게를 두는 순서는 규제 완화>이사진 교체>금리 경로 압박이다. 백악관·재무부 인사들은 이미 은행 규제, 특히 스트레스 테스트·자본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내고 있고, 연준 내 은행감독 부문 재편도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기준금리와 달리 정치적 관심이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금융시스템 레버리지와 신용팽창을 통해 실물경제와 중장기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조용하지만 구조적인 독립성 훼손’이라 할 수 있다. 이사진 교체는 상원 인준이라는 필터가 있어 행정부 의도대로 100% 관철되기 어렵고 성공도 제한적일 가능성이 있다. 금리 경로 압박은 계속되겠지만 한계가 드러난 수단으로 영향력은 낮을 것이다. 정치적 소음에 불과하고, 트럼프 의견을 의식해 정책을 결정한다는 오해를 받으려 하지 않기 때문에 실질적인 금리 인하로 이어질 확률은 낮다. 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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