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유예에 대한 말씀을 제가 드리면…유예는 불가능합니다." 2019년 8월 23일,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는 경기도 양주시 석현리 마을회관에서 계곡에서 영업 중인 상인들과의 대화 도중 딱 잘라 "유예는 불가능"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불법 계곡정비 관련 상인들과 대화하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 [사진 | 유튜브 이재명TV 영상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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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가까이 흐른 지금, 이재명 대통령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놓고도 똑같은 대답을 내놨다. 그는 지난 1월 23일 자신의 SNS 계정에 "이번 5.9. 만기인 다주택자 양도세 면제 연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라고 글을 올렸다.
1월 31일에는 "부동산 정상화는 계곡 정비보다 훨씬 쉽고 더 중요한 일"이라고 적었다. 부동산 정책 역시 계곡 정비처럼 원칙을 굽히지 않고 밀어붙이겠다는 예고로 읽히는 대목이다.
# "유예는 불가능"…계곡정비서 드러난 원칙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문제를 바라보는 이 대통령의 생각과 논리, 향후 부동산 정책의 방향 또한 시계를 2019년 8월로 돌려보면 알 수 있다. 당시 상인들과의 대화 도중 한 상인이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불과 넉달 전에 권리금 1억3000만원을 주고 영업시설을 넘겨받았고 여기에 시설투자도 3000만~4000만원이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불법 계곡시설 정비가 시작됐다. 그 상인의 호소는 절박했다.
"너무 가혹하다…매년 계고장은 날아왔지만 그게 관례적으로 늘 해오던 일이기 때문에 올해도 그러다 말겠지라고 다들 생각을 했어요. 이렇게 해버리면 살 길이 없잖아요. 좀 유예기간을 주십시오. 2년이 돼도 좋고 3년이 돼도 좋고…유예기간을 어느 정도라도 짧게라도 주시면 저희가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있지 않을까…."
그러나 당시 이재명 지사는 "유예는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아까 유예 말씀하셨는데 사실은 수십년 유예를 해 온 겁니다. 매년 계고장 보내고 철거한다고 말하고 미뤄주고 또 안 하니까 또 보내고 또 미루고… 우리가 법이라고 하는 형태로 합의해 놓은 것을 지켜야 해요. 안 지키는 사회에 정말 미래가 없습니다. 아픔에 일부 공감은 해요. 그러면 어떡하겠어요? 이걸 이 상태로 계속 방치할 겁니까? 현재 상태에서 가능한 방안을 찾는게 현실적이다 그 말씀을 드릴게요."
그는 이어 "내가 무슨 도지사 1년 더 해 먹으려고 하는 것 아니다. 표를 의식 안 하니까 하는 행위"라며 정치적 계산과 무관한 결정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사진 | 유튜브 이재명TV 영상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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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게시글에서도 같은 맥락이 읽힌다. 이 대통령은 "집값 안정을 위해 법적으로나 정치적으로 가능한 수단은 얼마든지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정치적 유불리 때문에 지금까지는 최적의 강력한 수단을 쓰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국민을 믿고 정치적 유불리에서 벗어나면 반드시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라고 썼다.
7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더 이상의 유예는 없다'는 인식과 '표 계산을 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는 거의 그대로다. 이 대통령이 예고한 부동산 정책이 불법 계곡정비와 유사하게 단호하고 속도감 있게 전개될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다.
이 대통령은 게시글에서 "계곡 정비나 주가 5000 달성이 세인들의 놀림거리가 될 만큼 불가능해 보이고 어려웠지만 총력을 다해 이뤄낸 것처럼, 그보다는 더 어렵지도 않고 훨씬 더 중요한 집값 안정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성공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 李 대통령 7년 뒤 반복된 논리
계곡정비 당시 발언과 유사하게 흘러가는 맥락에 비춰보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는 예정대로 5월 9일 종료될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집값 안정을 위해 다양한 대책들을 동원할 여지도 열어뒀다. 과거 대선 후보 당시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고 발언했지만 최근에는 필요하다면 부동산 세제를 동원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이 대통령은 2일에도 자신의 SNS에 '개포 4억 낮춘 급매 나와…"좀 더 지켜보자" 거래는 아직'이라는 제목의 서울신문 기사를 공유하면서 시장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국민의힘이 낸 비판 논평에는 관련 기사를 첨부하고 "망국적 부동산투기 옹호도, 시대착오적 종북몰이도 이제 그만 하시면 어떨까요"라고 정면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 李 "합리적이면 시장 따라와" vs 吳 "시장은 현실"
공교롭게도 오세훈 서울시장은 같은 날 민간 중심의 공급 확대를 강조하며 부동산 정책 경쟁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오 시장은 이날 국민의힘과 부동산 안정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1·29 공급대책은 실효성 없는 공공주도 방식에 다시 기대는 과거로의 회귀"라며 "주택 공급은 민간이 중심이 돼서 이끌어야 할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10·15 대책으로 인한 규제만 완화된다면 이미 진행 중인 정비사업에서 이주가 가능해지고 정부 대책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실질적인 공급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며 "이미 확보한 25만4000가구의 구역지정 물량을 토대로 착공 시점을 1년씩 앞당기는 쾌속 추진 전략을 즉각 실행에 옮기겠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오 시장은 "시장은 제압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인정해야 할 현실"이라며 "현실을 거스른 정책이 성공한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다"고 주장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서울시 부동산정책협의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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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대통령은 앞서 31일 SNS 게시글에서 "시장을 이기는 정부도 없고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며 "시장과 정부는 갈등하며 동시에 협력하는 관계에 있는데, 결국 합리성과 행사되는 권한의 크기에 따라 시장의 향방과 변화 속도가 결정된다"고 견해를 피력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이슈를 계기로,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계곡정비와 유사한 방식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윤곽이 드러났다. 계곡정비에서는 통했던 단호함이 복잡하게 얼킨 주택 시장에서도 안정의 해법이 될지, 아니면 또 다른 갈등의 출발점이 될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조봄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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