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화학과 김정욱 교수, 신기루 박사과정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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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과학기술원(GIST)은 화학과 김정욱 교수 연구팀이 생명체가 단백질을 정확하게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산소를 직접 활용해 작동하는 새로운 효소 반응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3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세포가 단백질 합성 과정에서 오류를 어떻게 막는지를 분자 수준에서 처음으로 설명하는 한편, 금속 이온이나 유기 조효소와 같은 복잡한 보조 요소 없이도 효소가 산소를 직접 활용할 수 있음을 처음으로 밝힌 성과다.
이를 통해 기존 효소 반응에 대한 이해를 확장하는 한편, 향후 저비용·친환경 수산화 반응(분자에 산소 성분을 결합해 성질을 바꾸는 반응)을 구현할 수 있는 새로운 생촉매 설계 가능성을 제시했다.
생명체의 설계도에 해당하는 DNA의 유전 정보는 RNA로 옮겨진 뒤, 번역(translation) 과정을 거쳐 단백질로 만들어진다. 이때 단백질은 세포의 구조를 이루고 생명 활동을 수행하는 핵심 물질로, 단 하나의 오류만 발생해도 세포 기능 이상이나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양한 조건의 TrhO 활성 실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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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오류를 막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tRNA(운반 RNA)다. tRNA는 유전 암호인 코돈을 정확히 읽어, 단백질을 이루는 기본 재료인 아미노산을 전달함으로써 단백질이 올바른 순서로 합성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세포는 단백질 합성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tRNA의 특정 구성 요소(염기)를 화학적으로 변형하는 'tRNA 변형' 과정을 거친다. 특히 tRNA의 워블 자리는 하나의 tRNA가 여러 코돈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핵심 부위로, 이 위치에서의 미세한 화학적 변형은 번역 정확성을 유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TrhO 효소는 tRNA 워블 자리에 위치한 유리딘 염기에 수산화기를 도입해, 유전 암호가 정확히 해독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TrhO가 어떻게 분자 산소를 활성화하고, 그 산소를 반응 대상인 유리딘에 전달하는지는 그동안 밝혀지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산소를 사용하는 효소는 철이나 구리 같은 금속 이온, 또는 FAD·NAD처럼 반응을 돕는 유기 조효소의 도움을 받지만, TrhO가 보조 인자를 반응에 사용하는 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아 그 반응 원리가 중요한 미해결 문제로 남아 있었다.
이러한 반응 원리를 밝히기 위해서는 효소가 실제로 반응 대상과 결합한 상태에서 어떤 구조를 이루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보고된 TrhO 구조는 실제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 상태의 것으로, tRNA와 결합해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특히 해당 효소는 다른 생물에서 발견된 TrhO보다 크기가 작아, 반응 대상을 어떻게 인식하고 변화시키는지 해석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이 제안한 TrhO의 유리딘 수산화 반응 메커니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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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초저온 전자현미경(cryo-EM)*을 활용해 TrhO 효소가 tRNA와 결합해 실제로 작동하는 상태의 구조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이를 통해 TrhO가 tRNA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또 tRNA의 구조 일부가 변형되면서 반응이 일어나는 위치의 유리딘이 효소의 반응 중심에 정확히 놓이게 되는 과정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TrhO?tRNA 복합체 구조를 분석한 결과, tRNA의 핵심 위치에 있는 유리딘이 TrhO 효소의 반응 중심에 정확히 배치되며, 이 과정에서 반응을 직접 일으키는 시스테인 아미노산과 밀접하게 상호작용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이는 해당 시스테인이 산소를 이용한 수산화 반응을 시작하는 핵심 촉매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구조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다.
이어진 실험을 통해 연구팀은 TrhO 효소가 금속 이온이나 별도의 보조 물질 없이도 이러한 수산화 반응을 수행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실제로 효소를 정제해 분석한 결과, 반응을 돕는 유기 조효소는 검출되지 않았으며, 구조에서 함께 보인 아연 이온 역시 효소의 작동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시스테인이 분자 산소와 직접 반응해 잠시 중간 단계의 상태를 거친 뒤, 그 산소 성분을 워블 자리에 위치한 유리딘으로 전달하는 완전히 새로운 수산화 반응 메커니즘을 제시했다. 이는 금속 이온이나 별도의 보조 물질에 의존해 산소를 사용하는 기존 효소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방식이다.
김정욱 교수는 "이번 연구는 분자 산소를 이용해 화학적으로 반응이 일어나기 매우 어려운 구조('방향족 고리')에 산소를 도입하는 반응을, 다른 보조 물질의 도움 없이도 단 하나의 효소만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원리를 규명한 것"이라며 "향후 이 효소의 특성을 활용해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기존 화학 공정을 단순화하고, 저비용·고효율 수산화 반응을 구현하는 한편, 실제로 활용 가능한 효소를 새롭게 설계·개량하는 기술로 확장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호남취재본부 민찬기 기자 coldai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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