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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24 (화)

    이슈 로봇이 온다

    '실수하는 로봇'이 온다[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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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ES 2026에서 시범을 보이는 로봇의 모습. 인형을 제대로 집지 못하거나 엉뚱한 곳에 놓는 모습을 보인다. /사진=김남이 기자#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정보통신) 전시회인 'CES 2026' 전시장에 등장한 한 로봇이 인형을 집었다가 연거푸 떨어뜨렸다. 집어 든 인형도 정확한 위치에 옮기지 못했다. 옆에 있던 관계자는 "점점 더 나아질 것"이라며 엄지를 치켜들었지만, LG전자가 공개한 가정용 홈 로봇 '클로이드'는 단순해 보이는 빨래 개기에 예상보다 많은 시간을 썼다.

    다양한 로봇의 '실수'는 결함보다는 진화의 신호에 가깝다. 정해진 시나리오를 그대로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매번 달라지는 환경에서 센서와 AI(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통해 스스로 판단하고 다음 행동을 선택해서다. 반복되는 실패는 오류가 아니라 학습의 과정이다.

    과거 산업용 로봇은 정확성이 핵심이었다. 입력된 값(명령)을 오차 없이 출력(행동)하는 기계였다. 하지만 지금의 로봇은 다르다. 시각과 촉각으로 환경을 인식하고, AI가 맥락을 해석해 행동을 결정한다. 정답을 외우는 단계에서 벗어나 판단하고 선택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아이러니하게도 '실수하는 로봇'이야말로 사람의 일자리를 위협한다.

    로봇이 사람을 대신하는 흐름은 거스를 수 없다. 제조·물류·서비스 현장에서 로봇은 더 깊숙이 침투 중이다. 클로이드 역시 빨래를 개는 기능 자체보다 '주변 환경과 일정, 작업의 맥락을 고려해 우선순위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더 본질적인 변화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일자리 위협'에 대한 과도한 우려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는 CES 기자간담회에서 AI(인공지능)와 로봇이 일자리를 없앨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정반대의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로봇이 노동력 감소의 공백을 메우고, 경제 성장을 통해 오히려 고용을 늘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만 폭스콘의 류양웨이 회장도 마지막 20%의 일에서는 숙련된 기술자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사람과 로봇의 역할 재정의가 필요한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해법은 조합이다. 업무 설계 단계부터 '사람-로봇(또는 AI) 협업'을 고려해야 한다. 로봇이 보여준 실수는 불완전함의 증거가 아니라 가능성의 시작이다. 로봇을 거부하는 '21세기 러다이트(기계 파괴)' 운동 대신 최적의 조합을 찾아야 한다. 기업과 사회는 일을 완성하는 마지막 20%에 '사람을 어디에,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할 준비를 해야 한다.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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