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서울 강남구 빗썸 라운지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돼 있는 모습.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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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이 대규모 비트코인을 이용자들에게 잘못 지급한 사고를 두고 8년 전에 벌어진 삼성증권의 ‘유령 주식’ 사태와 판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증권 사태가 주식, 우리사주 배당이고 빗썸의 경우 가상자산, 고객 이벤트 당첨금이라는 차이가 있지만, 직원의 단위 입력 실수로 막대한 규모의 자산이 지급되고 일부 매도로 시세 급락까지 유발됐다는 점이다. 삼성증권 사고 당시의 금융당국 후속 조치나 민·형사 소송 등 여파를 되짚어볼 때 빗썸 역시 비슷한 후폭풍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빗썸은 전날 저녁 7시께 자체 ‘랜덤박스’ 이벤트로 1인당 2000∼5만원의 당첨금을 지급하려다 ‘원’ 단위를 ‘비트코인’으로 잘못 입력했다.
보유 포인트로 이벤트에 참여한 이용자는 695명이었으며, 빗썸은 그 중 랜덤박스를 오픈한 249명에게 총 62만원을 주려다 62만개의 비트코인을 지급하고 말았다. 일부 이용자가 이렇게 받은 비트코인을 즉시 매도하는 과정에서 전날 오후 7시30분께 빗썸에서만 비트코인 가격이 8111만원까지 급락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는 삼성증권이 지난 2018년 4월 6일 우리사주 배당금을 주당 1000원씩 지급하려다 직원 실수로 자사주 1000주씩 지급한 사건과 구조가 비슷하다. 당시 삼성증권 1주는 3만9800으로 우리사주 1주당 3980만원 상당의 주식이 지급됐으며, 전체 지급 규모는 112조6985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됐다.
삼성증권 직원 수십명이 배당받은 자사주를 급히 매도하는 바람에 주가가 한때 12% 가까이 급락, ‘도덕적 해이’ 비판이 쏟아졌다. 또 주식 발행 한도를 넘는 주식이 주주총회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배당되면서 사실상 존재할 수 없는 주식이 거래되는 이른바 ‘유령 주식’ 논란이 불거졌다.
금융당국은 집중적인 현장 검사를 벌여 삼성증권에 1억44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고 다른 거래소들의 시스템 점검도 병행했다. 삼성증권은 주식을 매도한 직원 등 23명에게 해고, 정직, 감봉 등의 중징계를 내리고, 일부를 형사 고소했다. 이후 직원 4명은 징역형의 집행유예, 4명은 벌금형이 확정됐다. 당국에서 직무 정지 3개월 조치를 받은 대표이사는 사임했다.
일부 투자자는 삼성증권 주가 급락으로 피해를 입었다며 회사 측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 1심에서 일부 승소했으나 2심과 3심에서 내리 패소하기도 했다.
빗썸 역시 비슷한 과정을 밟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당국은 빗썸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와 관련해 현장 검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사건 발생 경위와 비트코인 회수 가능성, 위법 사항 등을 파악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비트코인 가격 급락으로 예상치 못한 경제적 손실을 입은 빗썸 이용자들이 회사 측을 상대로 소송을 낼 가능성도 있다.
황민규 기자(durchma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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