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증권가는 상승 동력이 훼손되지는 않았다고 평가한다. 반도체 실적 개선과 우호적인 유동성을 고려할 때 단기 조정은 불가피하나 중장기 상승 흐름은 유효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위험 자산 선호가 약화된 만큼, 이번 주(9~13일) 발표되는 미국 주요 경제지표가 투자 심리를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에서 직원이 지수 전광판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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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방향 가를 변수는 ‘유동성’… 미국 지표에 쏠린 눈
이번 주 글로벌 금융시장은 소매 판매와 고용, 소비자물가 지수(CPI) 등 미국 핵심 지표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표 향방에 따라 유동성 환경이 급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리 인하 기대를 뒷받침하는 데이터가 확인되면 위험 자산 선호 심리가 이어지겠지만, 반대로 긴축 우려가 재점화될 경우 투자 심리는 급격히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10일에는 미국 12월 소매 판매가 발표된다. 블룸버그는 소매 판매가 전월 대비 0.5%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소비가 예상보다 강할 경우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할 수 있지만, 증가 폭이 제한되면 통화 완화 기대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11일 공개되는 비농업 신규 고용은 7만1000명 증가, 실업률은 4.4%가 전망된다. 1월은 홀리데이 시즌의 임시직 고용이 정리되면서 계절적으로 일시 해고자가 늘어나는 달이기 때문이다. 고용 둔화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춰 금리 인하 기대를 높이는 요인이다.
13일 발표되는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2.5% 상승이 예상된다. 최근 휘발유 가격 하락과 생활필수품 물가 안정, 기업들의 가격 인상 계획 둔화 등을 감안하면 물가 상승세가 완만해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물가가 안정될 경우 매파 우려 역시 완화될 수 있다.
연준 인사들의 연이은 발언도 변수다. 10일에는 크리스토퍼 월러 연방준비제도(Fed) 이사와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 11일에는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와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 13일에는 댈러스 총재와 스티븐 미란 연준 이사의 발언이 예정돼 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AI 투자 사이클이라는 성장 모멘텀과 풍부한 유동성 환경의 조합이 위험 자산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강화해 왔다”며 “이러한 여건이 지속될 수 있을지를 판단할 변수들에 대한 시장 민감도는 당분간 높게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피 여전히 저평가 국면…“단기 조정 시 매수”
AI 거품론에 대해서는 과도한 우려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하이퍼스케일러 간 경쟁이 이어지는 한 대규모 연산과 전력 설비 투자(CAPEX)가 불가피해 반도체 수요 역시 견조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모델 성능 개선과 추론 수요 증가로 기업들의 인프라 투자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올해와 내년 실적 개선을 주도할 핵심 섹터가 IT라는 점은 수익화 논란을 상당 부분 완화한다”고 말했다.
밸류에이션 매력도 부각된다. 정해창 대신증권 연구원은 “12개월 선행 EPS는 576.3포인트(p)로 2025년 12월 말 410p로 하회한 데다,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8.96배로 9배 하회한 만큼 코스피는 극심한 저평가 영역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매물 소화 과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설 연휴를 앞둔 관망 심리까지 겹치며 변동성이 한층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추격 매수보다 조정 시 분할 매수 전략을 권한다. 반도체를 비롯해 자동차, 조선, 방산 등 실적 기여도가 높은 주도주 중심의 대응이 유효하다는 조언이다.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경우 에너지, 철강, 미디어 등 저평가 업종을 노린 순환매 전략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CAPEX 지속 가능성 불확실… 단기 변동성 관리해야”
일각에서는 증시 상승을 지탱해 온 CAPEX 확대 기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김경태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AI가 장기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은 유지한다”면서도 “시장이 AI 수익성을 요구하는 국면에서 실적 부진, 주주 압력, 거시경제 악화 등에 직면한 빅테크가 범용인공지능(AGI) 경쟁보다 효율화와 수익성 확보로 전략을 틀 경우 CAPEX 확대 기조가 예상보다 빠르게 약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CAPEX가 약화될 경우 이를 기반으로 상승해 온 반도체와 관련 밸류체인 전반에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 연구원은 “AI의 장기 성장성은 유효하지만 투자에는 불확실성이 따른다”며 “단기 변동성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CAPEX 급증으로 인한 대규모 자금 조달이 미국 금융 환경에 부정적 영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규모 채권 발행이 장기 금리를 상승시키는 데다, 타 기업의 채권 매력도를 낮춰 자금 조달 여력을 축소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주목해야 할 위험은 AI 기업 자체의 자금 경색보다 이들이 자금을 블랙홀처럼 흡수하면서 자금시장 경색이 심화되고 소외된 기업의 부도 위험이 커질 가능성”이라고 강조했다.
주요 IB들은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외부 자금 조달 수요가 확대되면서 회사채 발행 규모는 1400억달러에서 최대 3000억달러까지 늘어나고, 전체 투자 등급 회사채 발행에서 차지하는 비율 역시 지난해 5.9%에서 최대 16%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정은 기자(xbookleade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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