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 ‘오지급 사태’ 파장]
직원 실수로 비트코인 62만개 지급
빗썸 보유량의 13배 많은 코인 유통
검증시스템 없어 이상거래 못잡아
원화코인 도입 앞두고 안정성 논란
대주주 지분 제한 더욱 힘 실릴 듯
국내 2위 가상화폐거래소 빗썸에서 발생한 약 60조 원 규모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는 허술한 내부통제 시스템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빗썸 측에서 사고 발생 20분 뒤 이를 인지하고 단계적으로 거래를 차단했지만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앞두고 벌어진 초대형 규모의 사건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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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금융계에 따르면 빗썸은 6일 오후 7시 자체 이벤트 참여자에게 당첨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직원의 실수로 ‘원’ 단위를 ‘비트코인’으로 잘못 입력했다. 당초 249명에게 62만 원을 나눠주려고 했는데 이것이 비트코인 62만 개(약 60조 7600억 원)가 돼 버린 셈이다. 2018년 우리사주 배당으로 1000원을 주려다가 1000주를 지급했던 삼성증권 사태와 같은 유형이다.
빗썸 측은 잘못 지급된 비트코인 대부분을 회수했으나 아직 약 125개 상당의 비트코인은 회수하지 못했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약 130억 원어치로, 80여 명에게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빗썸 측은 “미회수 물량을 비롯해 오지급으로 이미 시중에서 거래된 비트코인(1788개)에 대해서는 회사 자산을 투입해 장부 자산과 실물 자산의 수량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빗썸의 내부통제 시스템이다. 빗썸은 지난해 9월 말 현재 고객이 보유한 비트코인 4만 2619개를 위탁 운용하고 있다. 회사 자체가 보유한 물량은 175개다. 모두 더해도 4만 2794개 정도다.
빗썸은 최근 보유 물량이 약 4만 6000개로 늘어났다고 했지만 그럼에도 12~13배 많은 유령 비트코인 거래가 버젓이 이뤄졌다. 실제로 사건 당시 빗썸의 비트코인 내부 유통량은 순식간에 66만 개를 넘어섰다. 전 세계 비트코인 총발행량(2100만 개)의 3%에 달하는 막대한 수량이 빗썸 안에서 유통된 셈이다.
현재 빗썸 같은 중앙 거래소는 고객이 입금한 코인을 자체 지갑에 보관한 뒤 매매가 이뤄질 때마다 블록체인이 직접 기록하지 않고 장부상 잔액만 변경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황석진 동국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거래소가 실제 보유한 물량과 장부상 수량 간의 상호 검증 없이 내부 장부상으로만 수량을 찍어내면서 발생한 사고”라며 “자산 종류와 금액 단위의 검증, 출고 상한 등 내부통제 시스템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고의로 장부상 코인을 생성해 유통해도 이용자로서는 인지할 방법이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빗썸이 비트코인을 오지급한 오후 7시 개당 9769만 원이었던 비트코인 가격은 7시 37분에는 8111만 원까지 폭락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의 여파가 디지털자산법안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지금 수준의 내부통제로는 원화 코인에서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코인런’과 시장 혼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판단도 비슷하다. 김지호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실제로 보유하지 않은 자산이 장부상 거래에 활용되고 그 과정에서 가격 변동과 투자자 혼란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단순 해프닝이 아니다”라며 “거래소 내부 시스템이 투자자의 자산을 위협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구조적 결함”이라고 강조했다.
금융 당국은 국내 가상화폐거래소 전반의 내부통제 시스템을 들여다볼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위법 사항이 발견되면 즉시 현장 검사로 전환할 예정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이날 긴급점검회의를 열었다. 이 위원장은 “가상화폐거래소의 내부통제 시스템의 구조적 취약점이 드러난 만큼 빗썸뿐만 아니라 모든 거래소의 내부통제 전반에 대해 점검하고 적절한 내부통제 체계를 마련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이번 사태로 가상화폐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이 더 힘을 얻게 됐다는 평가도 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2단계 입법으로 스테이블코인을 거래하게 되면 이런 위험 요소가 더욱 부각될 수 있다”며 “금융 당국이 거래소 감독을 강화하기 위해 지분 규제를 강행할 여지가 생겼다”고 전했다.
단순 실수가 수천억 사고로…빗썸 오지급 사태 정리
박민주 기자 parkmj@sedaily.com김정우 기자 wo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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