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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07 (토)

    이슈 선거와 투표

    또 말로는 ‘개헌’…국민투표법은 ‘침묵’[송종호의 국정쏙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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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포인트 개헌

    개헌하자면서 꿈쩍안하는 행안위 2소위

    정치위기마다 국면전환용 ‘연막탄 개헌’

    투표법 개정…설 전후 마지막 ‘골든타임’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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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헌은 원래 “국가 운영의 큰 설계도”를 다시 그리는 일입니다. 그런데 한국 정치에서 개헌은 종종 설계도가 아니라 연막탄으로 던져집니다. 위기 국면에서 던져 시간을 벌고, 내부 갈등이 터지면 던져 봉합하고, 선거에서 불리하면 던져 프레임을 바꾸는 식입니다. 그 결과 개헌은 늘 “거창한 말”로 시작해 “아무 일도 없음”으로 끝났습니다.

    지난 4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재명 정부 임기 내 청와대와 국회를 세종시로 완전히 옮기기 위해 헌법 개정, 특별법 제정, 청사 건설을 함께 검토하고 추진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이를 들은 우원식 국회의장은 “깜짝 놀라서 귀가 번쩍 뚫렸다”고 호응했습니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새기는 원포인트 개헌의 골든타임이 마지막 기로”라고 했습니다. 말만 들으면 여야와 국회의장이 함께 뛰는 ‘속도전’처럼 보이지만, 현실은 정반대입니다.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역시 말뿐입니다.

    10년이 넘은 입법부작위 놔둔채 “개헌하자”

    여야 모두 개헌에 진심이라면 국민투표법을 먼저 손봐야 합니다. 2014년 헌법재판소는 국내 거소신고가 돼 있는 재외국민에게만 국민투표권을 인정한 국민투표법이 헌법을 위반한다고 결정했습니다.

    이미 2015년 입법 기한을 넘겼고, 어느새 10년을 넘겨서도 개정되지 않은 이른바 ‘입법부작위’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국민투표법 개정이 되지 않는 이상 국민투표를 실시할 수 없어 개헌 자체가 불가능한 것입니다. 우 의장이 5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장 대표의 발언을 언급 한 뒤 “개헌을 이야기하는 순간 국민투표법 개정은 당연히 절차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한 배경입니다.

    우 의장은 “6·3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추진하기 위해 국민투표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설 전후를 개정 시한으로 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결국 국민투표를 위해 필요한 법·전산·행정 절차를 감안하면 물리적 시간이 빠듯해 ‘시간과의 싸움’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재명포비아’시달리던 국힘 “개헌하자”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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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낯설지 않은 장면은 지난해 대선에서도 벌어졌습니다. 대선에 뛰어든 후보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개헌을 하자고 했습니다. 당시 이재명포비아에 갇혀있었던 국민의힘은 권력구조 개편을 포함한 개헌에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소극적이니 총통이니 절대권력이라는 단어를 총동원해 압박하고 조기대선 국면에서 어떻게든 이를 레버리지로 활용하려고 했습니다.

    국민투표법이 개정이 돼야 개헌을 한다며 당시 이재명 대표가 국민투표법부터 손보자고 했지만 법안 개정의 시동을 걸어야하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 제2소위원회는 꿈쩍하지 않았습니다. 소위위원장은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이었습니다. 당시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나 권성동 원내대표도 개헌주장에는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정작 국민투표법에는 의지가 없었습니다. 일단 ‘이재명 탓’만 하며 국민을 호도하려했던 셈입니다. <국힘, 개헌 필수 ‘국민투표법’은 나몰라라…일단 ‘이재명 탓’ [송종호의 여쏙야쏙]>

    우 의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6월 지방선거에 맞춰 하나라도 합의할 수 있는 것부터, 개헌의 첫 단추를 끼우는 해로 만들어야 하겠다”고 강조했고, 2일 임시국회 개회식에서는 “국민투표법을 설 연휴 전까지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한 이유입니다. 국민투표법을 개정 없는 개헌은 말로만 하는 또 한번의 ‘연막탄’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장 대표가 개헌을 말했지만 이번에도 국회 행안위 법안심사 제2소위원회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 위원장은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입니다.

    소위 위원장이 내리 국민의힘 의원이라는 점도 놀라운 일입니다. 설 전에 국민투표법이 통과될 수 있을까요. 지금 형편이라면 절대 불가능합니다. 그럼 왜 장 대표는 하지도 않을 개헌을 거창하게 말했을까요.

    최순실 국정농단 폭발에 박근혜 “개헌하자”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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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을 박근혜 정부로 거슬러 가보겠습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폭발하던 2016년 10월, 박 전 대통령이 뜸금없이 “개헌을 하자”고 했습니다. “개헌을 하자”는 말이 튀어나오자 당시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곧장 “이번 개헌은 눈덩이처럼 터져 나오는 최순실 게이트를 덮으려는 ‘순실 개헌’이자 정권연장 음모”로 규정했습니다. 개헌의 명분이 ‘국가 운영’이 아니라 ‘정치적 생존’으로 읽혔기 때문입니다.

    지난 대선 국면에서도 비슷했습니다. 상대를 견제하려는 목적의 개헌론이 난무하면, 그건 개헌이 아니라 선거용 말싸움이 불과했습니다. 당시 국민의힘뿐만 아니라 민주당 대선주자들 역시 “권력구조를 바꾸자”고 입을 모았지만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대통령을 “묶어두자”는 정치공학적 접근이었기에 정작 국민투표법은 모르쇠로 일관한 것입니다.

    당안팎 위기에 장동혁 대표 “개헌하자”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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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장동혁 대표의 교섭단체 연설에서 개헌을 꺼낸 장면도 결국 같은 의심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세종으로 옮기려면 개헌이 필요하다는 말은 맞습니다. 그런데 개헌을 ‘진짜로’ 하려면, 먼저 국민투표가 가능하도록 절차를 열어야 합니다.

    진정성을 도식화해보겠습니다.

    ◇진정성 있는 개헌: “국민투표법부터 고치겠다” → 상임위·소위 열고, 일정까지 조율.

    ◇국면전환용 개헌: “개헌하자” 화려한 연설→국민투표법 개정엔 뒷짐.

    박 전 대통령의 개헌도 지난해 대선 국면의 수많은 개헌론과 장 대표의 개헌 모두 후자에 가깝습니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도 개헌을 하자고 했으니 민주당이 주도하면 될까요. 하지만 개헌을 의석수로 밀어붙일 수는 없는 일입니다.

    국민투표를 가능하게 만드는 법부터 고치지 않는 개헌론은 국민에게 ‘미래를 논하자’가 아니라 ‘오늘을 모면하자’로 들립니다. 개헌이 진심이라면, 첫 단추는 교섭단체 연설이 아니라 국민투표법 개정 일정을 확정하는 일입니다. 그걸 내놓지 않는다면 개헌은 국면전환용 술수일 수 밖에 없습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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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종호 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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