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국가 해법' 핵심지역 서안지구, 외부인도 땅 살 수 있게 해…
아랍·이슬람권·유럽 "국제법 위반, 정책 철회 촉구"
요르단강 서안 지구 내 이스라엘 정착촌 /AFPBBNews=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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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는 조치를 승인하자 아랍·이슬람권 국가들이 "국제법 위반"이라고 강력하게 규탄했다. 서안지구 내 정착촌 설치는 "점령지역 내 민간 정착촌을 금지한다"는 국제법에 따라 불법이라는 것이다. 유엔, 영국, 독일 등도 관련 조치 철회를 촉구하며 아랍·이슬람권의 이스라엘 규탄 대열에 합류했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월스트리트저널(WSJ)·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안보 내각은 전날 이스라엘인이 서안지구에서 토지 등 부동산 거래를 쉽게 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결정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과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의 공동 성명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는 그동안 비공개로 분류했던 서안지구 토지의 등기부 정보를 공개하기로 하고, 외부인에 대한 서안지구 토지 판매 금지 규정도 폐지했다. 이는 이스라엘인의 서안지구 토지 구매가 가능해지고, 이를 위해 관련 소유자와 직접 접촉이 가능해지는 것이라고 WSJ은 설명했다.
스모트리히 장관과 카츠 장관은 성명에서 이번 조치에 대해 "1967년 이전 요르단 통치 시기의 차별적 법률을 폐지해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장애물을 제거해 해당 지역에서의 정착촌 개발을 가속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WSJ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의 이번 결정은 극우 성향의 스모트리히 장관이 주도했다고 한다. 그는 정착촌 출신으로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폭력을 선동했다는 혐의로 여러 서방 국가의 제재 대상이 인물이다.
네모로 표시된 부분이 서안지구 /로이터=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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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과 국제사회 상당수는 서안지구를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의 핵심이자 수십 년 분쟁 해결의 열쇠로 인식하며 이스라엘 정착촌을 불법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서안지구를 자국의 역사적·정치적 중심지로 여기며 이 지역에 전초기지를 구축하고 이를 합법화하는 방식으로 정착촌을 설치하고, 이를 확대하고 있다. 스모트리히 장관은 전날 관련 조치를 발표하며 "팔레스타인 국가 구상을 계속해서 없앨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동 및 이슬람권 국가는 이스라엘의 이번 결정에 반발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요르단·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인도네시아·파키스탄·이집트·튀르키예 등 중동 아랍권 및 이슬람권의 8개국 외무장관은 공동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의 결정은 서안에서 불법적 주권을 강요하는 행위로 무효"라고 규탄했다.
이들은 "이번 결정은 국제법 위반이자 두 국가 해법에 대한 비전을 훼손하고 역내 안정을 해칠 것이다. 또 서안지구 내 이스라엘의 정착을 공고히 하고 팔레스타인인들을 내몰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동 성명을 낸 국가 중 요르단, 이집트, UAE, 튀르키예 등은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를 맺고 있다. 사우디는 팔레스타인 국가가 수립되기 전까지는 이스라엘과 국교를 정상화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2025년 11월26일(현지시간) 요르단강 서안지구 투바스에서 이스라엘 군인들이 군사 작전을 펼치고 있다. /AP=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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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국가와 국제기구도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유엔과 영국은 이스라엘의 정착촌 확대 정책 철회를 촉구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성명에서 "동예루살렘을 포함한 서안지구 점령지 내 모든 이스라엘 정착촌과 이와 관련된 통치 체제 및 기반 시설은 법적 효력이 없다. (이스라엘 정부의 결정은) 유엔 결의를 포함한 국제법을 명백히 위반한다"며 관련 조치 철회를 강조했다.
영국 정부도 "서안 지구에 대한 통제권을 확대하기로 한 이스라엘의 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팔레스타인의 지리적 또는 인구 구성을 일방적으로 변경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절대 용납할 수 없고, 국제법을 위반한다. 우리는 이스라엘이 이런 결정을 즉각 철회할 것으로 촉구한다"고 밝혔다. 영국은 지난해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해 이스라엘과 갈등을 빚은 바 있다.
독일은 외무부 대변인을 통해 "서안 지구는 미래 팔레스타인 국가의 필수적인 부분 중 하나"라며 "이스라엘의 이번 결정은 국제법 위반이자 두 국가 해법으로 가는 길에 또 하나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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