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본부장, 한 달 새 USTR고위급과 네 번째 접촉
특별법 관철시킨 美, 비관세 분야에 협상력 집중
정밀 지도 반출 결정 임박…신경전 이어질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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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관세 재인상 여부를 둘러싼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 무역대표부(USTR) 고위급 인사가 방한한다. 미국 측이 비관세 분야에서 누적됐던 불만을 쏟아낼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0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릭 스위처 USTR 부대표는 11일 서울 모처에서 면담할 예정이다. 관세 협상은 미 상무부가 총괄하고 있지만 디지털 규제와 같은 비관세 분야의 세부 협상은 USTR이 담당해온 경향이 있어 이번에도 비관세 부문이 핵심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스위처 부대표는 이날 방한했으며 통상교섭본부와 외교부 등 여러 당국자를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여 본부장이 USTR 고위급과 만난 것은 지난 한 달 새 벌써 네 번째다. 앞서 여 본부장은 지난달 미국 워싱턴DC와 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현장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를 만났다. 이후 지난달 29일에서 이달 4일까지 이어진 미국 출장에서는 스위처 부대표와 만나 통상 현안을 논의했다.
USTR이 한국과의 협상 전면에 나서는 것은 당장 대미 투자를 끌어오기 어려우니 비관세 분야에서라도 구체적인 성과를 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국회가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 법안(대미투자특별법)’의 한 달 내 처리를 약속하면서 입법 리스크는 어느 정도 잦아든 상태이기 때문이다. 백악관 역시 국회의 발 빠른 행보에 “긍정적 진전”이라 평가하기도 했다.
실제 미국은 여러 경로를 통해 비관세 분야에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어 대표는 조현 외교부 장관에게 “투자는 진행이 느리고 비관세 분야는 추가 협의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며 “더 이상 한국에만 시간을 쏟을 수 없으니 진척이 안 되면 관세를 높이는 것을 이해해달라”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진 바 있다. 이 같은 분위기가 전해지자 당정은 빅테크 기업을 겨냥한 온라인플랫폼법 입법 속도를 조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1대5000 축척 정밀 지도 반출 여부 결정이 임박했다는 점도 미국이 비관세 분야에 협상력을 집중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반출을 요청한 기업이 구글·애플 등 사실상 미국 기업뿐이어서다. 정부는 국내에서 정보를 보관·처리하지 않으면 반출을 허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구글은 지도 반출 여부를 심사받기 위해 5일 제출한 보완 서류에서도 국내 데이터센터와 관련된 계획을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당분간 진통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냉정한 대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미국이 실제로 관세를 재인상하면 신뢰도가 크게 떨어질 것”이라며 “불필요하게 끌려가는 협상을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특정한 상황이 발생하면 이를 이용해 자기 이해를 관철하려는 시도가 발생하기 마련”이라며 “기존 협상 라인을 통해 비관세 장벽 이슈는 관리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주재현 기자 joo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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