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유착' 재판서 증언…"증거 있다는데도 '보관'만, 납득불가"
'정교유착' 한학자 통일교 총재, 구속 갈림길 |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2022년 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원정 도박' 첩보 보고서를 작성한 경찰관이 당시 이 내용이 대통령실에도 보고됐지만 정식 사건으로 배당되지 않았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는 11일 한 총재의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 사건 공판을 열고 경찰관 A씨에 대한 증인 신문을 진행했다.
A씨는 춘천경찰서 소속이던 2022년 5∼7월 세 차례에 걸쳐 통일교 내부자로부터 한 총재의 비위에 관한 내용을 제보받고 첩보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제보자는 한 총재가 신도들의 현금을 갖고 해외 원정 도박을 자주 하신다며 이와 관련한 2012년 미국 국세청 자료를 제출했다"며 "정식 사건으로 배당되고 경찰에서 신변을 보호해주면 추가 증빙 자료를 내겠다고도 했다"고 증언했다.
A씨는 이 내용을 상부에 보고한 후 한 총재, 정원주 당시 총재 비서실장 등 7명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위반, 상습도박,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를 명시한 첩보 보고서를 작성해 경찰 내부 시스템에 등록했다고 말했다.
이 보고서는 중요도 면에서 최상위 등급인 '별보'로 평가됐고, 별보가 부여된 정보는 대통령실에도 보고된다고 그는 설명했다.
하지만 경찰청은 추가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 보고서 내용을 정식 사건으로 배당하지 않고 '보관' 처리했다고 A씨는 증언했다.
A씨는 "제보자가 추가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했는데도 보관 처리돼서 납득되지 않았다"며 "이 첩보보다 더 '약한 고리'를 갖고도 사건이 배당되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한 총재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등과 함꼐 2022년 10월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으로부터 경찰의 도박 관련 수사 정보를 전해듣고 관련 증거를 인멸한 혐의(증거인멸교사·증거인멸) 등으로 작년 10월 구속기소됐다.
한 총재는 윤 전 본부장 등과 공모해 2022년 1월께 권 의원에게 윤석열 정부의 통일교 지원 청탁과 함께 1억원을 전달한 혐의, 같은 해 3∼4월 교단 자금 1억4천400만원을 국민의힘 소속 의원 등에게 쪼개기 후원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도 있다.
2022년 7월께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고가 목걸이와 샤넬백을 건네며 교단 현안을 청탁한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도 적용됐다.
이날 재판에서 한 총재 측 변호인은 재판부에 보석을 허가해달라고 거듭 요청하기도 했다.
변호인은 "주말부터 긴 연휴를 맞게 되는데, 차가운 구치소에서 눈앞 사물조차 분간하지 못하며 어둠 속에서 재판을 기다리는 노령 피고인의 간절한 소망을 담아 말씀드린다"며 "인도적 차원에서라도 가족의 보살핌 속에 건강을 회복하고 남은 재판을 받을 수 있게 보석 허가를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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