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억4천여만원 추징 명령…"영향력 이용해 계열사 자금 유출"
2023년 당시 인천지검으로 압송되는 유병언 차남 유혁기 |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세월호 참사 9년 만에 250억원대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2014년 사망)의 차남 유혁기(53) 씨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14부(손승범 부장판사)는 12일 선고 공판에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유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고 92억4천700여만원 추징을 명령했다.
또 기존에 유씨에게 내려진 보석 결정을 취소하고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유씨 일가가 각 계열사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거액의 자금을 조직적으로 유출했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경영 자문이나 상표권 사용료였다'는 유씨 측 주장은 명목상일 뿐 실제 그가 브랜드 가치 형성에 기여했거나 전문성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유씨 일가가 사실상 지배하는 계열사 자금을 이용해 사업성이 검증되지 않은 사진 사업에 거액을 지급하게 하거나 경영 자문료 등 명목으로 자금을 유씨 일가에 조직적으로 유출했다"며 "지위를 이용해 각 계열사로부터 수십억원을 취득했다"고 말했다.
이어 "계열사 대표들은 피고인의 영향력과 아버지 후광 등을 고려할 때 뜻을 거스르는 게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이러한 지배구조 하에 계열사로부터 거액의 자금을 횡령한 범행은 부당하고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부연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은 자진 입국 기회를 도외시한 채 사건이 잊히길 기다린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형사처벌 전력이 없고 미국에서 이미 3년 6개월간 구금 생활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결심 공판에서 유씨에게 징역 8년을 구형하고 254억9천300여만원을 추징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유씨는 2008년 3월부터 2014년 3월까지 아버지 측근인 계열사 대표들과 공모해 사진값, 상표권 사용료, 경영 자문료, 고문료 등 명목으로 모두 254억9천300여만원을 받아 개인 계좌나 해외 법인으로 빼돌린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유씨는 실제로 컨설팅 업무를 하지 않으면서도 허위 상표권 명목 등으로 계열사로부터 사실상 '상납'을 받았고, 개인 계좌로 빼돌린 돈을 다른 계좌로 나눴다가 다시 모으는 등 자금 세탁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씨는 빼돌린 돈으로 해외 부동산을 사거나 아버지 사진전을 열었으며, 일부는 고급 차량과 명품 구입 비용으로 쓰기도 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앞서 검찰은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 선사 '청해진해운'의 실질적인 지배주주로 유 전 회장 일가를 지목하고 경영 비리를 대대적으로 수사했다.
이후 미국 측에 범죄인 인도를 요청해 지난 2023년 8월 유씨를 국내로 강제 송환했다.
cham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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