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 개혁 대신 단계적 금리 인하 선택
‘회복’ 대신 ‘버티기’ 초점
시스템 붕괴 막았지만 장기침체 방치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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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거품이 꺼질 때 한 나라가 가장 먼저 마주하는 질문은 단순하다. 가격 하락을 어디까지 받아들일 것인가, 그리고 금융 시스템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다. 일본은 1990년대 초 부동산 붕괴 이후 이 충격을 ‘금리’로 흡수하는 길을 택했다.
12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일본은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낮춰 경제가 급격하게 붕괴하는 대신 장기 정체로 연착륙시키는 전략을 펼쳤다. 그 결과 기업 대량 파산과 금융 시스템 붕괴는 막았지만, 디플레이션과 저성장이 고착된 ‘잃어버린 30년’이라는 대가도 남겼다.
일본의 1980년대 후반 부동산 거품은 역사상 가장 화려한 자산 붐으로 꼽힌다. 1985년 주요국 통화 가치를 조정한 이른바 ‘플라자 합의’ 이후 엔화 가치가 급등하면서 일본의 달러 구매력은 대폭 늘었고 경제 전반에도 활력이 돌았다.
특히 저금리 환경, 막강한 경제력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과신과 투기 열풍이 맞물리면서 부동산 가격은 주식 시장과 함께 터무니없는 수준으로 치솟았다.
상황이 걷잡을 수 없게 되자 1989년 일본은행(BOJ)은 투기를 진정시킨다는 이유로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효과는 빠르게 나타났고 오히려 당국이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높아진 금리는 대출을 위축시켰고 부동산 가격은 정체되다가 끝내 하락했다.
거품이 터지면서 1990년대 초반 부동산 붕괴가 본격화했다. 도시 부동산 가격은 고점 대비 약 70% 폭락했다. 주식도 부동산과 함께 추락했다. 그렇게 은행 부실과 그에 따른 기업 타격이 일어났고 자산 디플레이션이 시작됐다.
일본 정부에 선택지가 두 개 있었다. 집값을 부양하기 위한 정책을 펼치느냐, 시스템을 유지하느냐다. 당국은 후자를 택했다. 회복 대신 버티기에 들어간 것이다. 심지어 금리는 제로(0)%를 지나 마이너스(-)로 떨어졌고 당국은 부실을 한꺼번에 털어내는 대신 시간을 두고 천천히 정리하는 길을 택했다. 동시에 대규모 재정 부양책을 펼치고 은행 시스템을 직접 정비하는 노력도 동반했다.
그 결과 가계 파산과 대량 실업을 막을 수 있었다. 우려했던 금융 시스템 붕괴는 없었고 사회 불안도 상대적으로 제한됐다. 대신 모두가 알고 있는 ‘잃어버린 30년’을 남겼다. 경제 성장률은 정체됐고 디플레이션은 고착됐으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는 250%를 웃돌았다.
최근 일본은 제로 금리에서 벗어나 금리 인상 기조로 전환하면서 초저금리 정책도 종료 수순을 밟고 있다. 주식시장은 1980년대 버블 수준을 뛰어넘는 활황세를 보이고 부동산도 지난해 투자액이 2005년 이후 최고를 기록하는 등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평가는 엇갈린다. 시스템 붕괴를 막았다는 평가도 있지만, 무책임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마이니치신문은 과거 사설에서 “정부와 기업이 국민을 방치해 일본이 30년간 경기침체를 겪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부동산 전문매체 데이브마누엘닷컴은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거품 붕괴는 일본 경제를 여러 세대에 걸쳐 재편했다”며 “일본의 교훈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고 특히 다른 국가들이 자산 인플레이션과 부채에 기반한 낙관주의라는 유사한 문제에 직면한 상황에서 더 그렇다”고 설명했다.
[이투데이/고대영 기자 (kodae0@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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