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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15 (일)

    이슈 경찰과 행정안전부

    계엄 직후 “국회를 지켜라” 외친 경찰…외압에도 글 안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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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3 비상계엄 선포 직후인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58분, 경찰 내부망 게시판에 ‘국회 의사당을 지켜라!!’는 글이 올랐다. 신주화 강릉경찰서 수사과장은 이 글을 통해 “(내가 경찰청장이라면) 지금 즉시 가용 경찰력을 총동원해 국회의사당을 지킬 것”이라며 “국회의원들이 헌법에 따라 자신들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보호하고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헌법을 수호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는 신 과장의 내부망 게시글을 불법계엄 주요 저항사례로 꼽았다. 헌법과 법률 수호라는 공직자 역할을 제대로 수행한 수범사례로 선정한 것이다.

    세계일보

    2024년 12월3일 비상계엄 직후 신주화 강릉경찰서 수사과장이 경찰 내부망에 올린 게시글.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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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 경찰 내부망에 글을 처음 썼다는 신 과장은 15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집에 있다가 계엄 선포를 보고 경찰서로 가는 길에 뭔가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교전사태도 아니었고 계엄 내용을 보면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척결하기 위한 이유라고 하는데 그것을 공감하는 경찰이 얼마나 되겠나”라고 했다.

    신 과장은 “계엄군이 국회를 막아서 (국회의원들을) 못 들어가게 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경찰이 동조할 가능성은 생각하지 않았다”며 “국회 경찰은 (계엄군) 한 개 대대도 못 막을 테니 경찰차원에서 많은 경력을 동원해 (국회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공유하는 차원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신 과장의 생각과 달리 당시 경찰은 국회를 봉쇄하는 주체가 됐다.

    신 과장은 글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계엄이 성공했을 때 경찰을 그만해야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스쳐갔다고 했다. 그는 “베트남 주재관을 하면서 대한민국이 군사정권을 극복한 것을 항상 자랑했고 공안들이 부러워했다”며 “(계엄이 성공하면) 베트남에서 한국어 교사를 할까도 생각했었다”고 털어놨다.

    실제 신 과장의 글이 경찰들에 공유되자 당시 강원경찰청장이었던 엄성규 부산경찰청장 직무대리는 강릉경찰서장에 ‘해당 글을 삭제하라’고 지시하는 등 외압도 있었다. 신 과장은 “서장을 통해 정치적 중립 오해가 있을 수 있으니 내리는 게 어떻겠냐는 말을 들었다”며 “너무 죄송했지만 글을 내릴 수 없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제가 책임지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치적 의도가 전혀 없었다”며 “강원경찰이 출동하자는 내용을 글에 썼다는 주장도 있는데 이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당 글의 삭제를 지시한 엄 청장은 부산경찰청장 취임 4개월 만인 오는 19일부로 직위가 해제된다. 다만 엄 청장은 헌법존중 TF의 징계대상에는 오르지 않았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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