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위법’ 판결에 트럼프 ‘15% 관세’ 맞불…고조된 불확실성
관세 재충돌로 경제 훼손 가능성…장기적 달러 향배가 코인에 영향
중간선거에 관세 핵심 잼정화…민주당 유리해지면 코인에 악재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윽박이 먹혀 들면서 지난 한 해동안 글로벌 자본시장을 뒤흔들었던 미국과 주요 국가들 간의 관세 협상 이슈가 잦아들었지만, 이번에는 미국 연방대법원이 그런 상호관세를 위법으로 판결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그에 즉각 대응하면서 관세의 악령이 다시금 살아났다. 특히 역사상 최고치를 찍었던 지난해 10월 중국과의 관세 충돌이 촉매가 돼 장기간 혹한기(Crypto Winter)를 겪고 있는 가상자산시장은 초긴장 상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대법원 ‘위법’ 판결에 트럼프 ‘15% 관세’ 맞불…고조된 불확실성
미 연방대법원은 2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을 활용해 부과한 각종 관세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IEEPA 어디를 봐도 의회가 아닌, 대통령이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 받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판결로 인해 미국이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 국가에 부과한 상호관세는 물론이고 캐나다·멕시코·중국에 부과한 이른바 ‘펜타닐 관세’까지도 무효가 됐다.
주초 7만달러를 회복한 뒤 지속적으로 하락추세를 보이던 비트코인은 대법원 판결 이후 반등세를 탔다. 한때 6만5000달러대까지 내려왔던 비트코인 가격은 6만8000달러 수준까지 올라왔고, 이후 등락을 반복하면서도 꾸준히 6만8000달러 선은 지켜내고 있다. 트럼프의 상호관세가 인플레이션을 야기하는 원인이었던 만큼, 상호관세가 사라지면 인플레이션 우려가 약화하면서 향후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지 않을까 하는 즉각적인 반응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상황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일단 대법원이 상호관세의 적법성을 부인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순순히 받아들일 리 없기 때문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원 판결을 예상이나 했다는 듯, 즉각 기자회견을 열고 “IEEPA에 따른 관세보다 강력한 수단, 방법, 법규, 권한이 있다”며 1962년 무역확장법(Trade Expansion Act of 1962)과 1974년 무역법(Trade Act of 1974) 122조를 기초로 전 세계를 상대로 기존 관세에 추가로 글로벌 관세(worldwide tariff)를 10%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다고 밝혔다. 심지어 하루 지난 21일에는 이 글로벌 관세율을 5%포인트 더 높여 15%로 부과하겠다고 했다.
미국과 교역하는 주요 국가에 적용되는 관세를 당사자들과의 논의 과정조차 없이 즉흥적으로 바꾼 것만 봐도 앞으로 트럼프의 입에서 나올 관세 관련 각종 노이즈로 인해 시장 변동성이 재차 커질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15% 글로벌 관세를 부과하는 근거로 삼은 무역법 122조를 둘러싼 법적 이슈도 있다. 트럼프 스스로는 “완전히 허용되고 법적으로 검증된” 대목이라며 여러 나라와의 무역적자를 조정하기 위해 법이 정해둔 한계 내에서 15% 관세를 매기는 것이라고 했지만, △현재 미국 무역 상황이 법에 명시된 ‘심각한 국제수지 불균형’에 해당하는지, △공청회나 사전 예고 없이 관세를 기습 인상한 행위가 행정절차법(APA)을 위반했는지, △법상 150일로 제한된 대통령의 관세 부과 권한을 넘겨 지속적으로 15% 관세를 매길 수 있는지 등의 여러 쟁점이 있다.
특히 이 가운데 122조에 따른 글로벌 관세를 150일 이상 부과하기 어렵다는 점은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해석인 만큼 일단 시간을 번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보완하기 위해 또 다른 관세를 준비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땜질’이 트럼프 정권 내내 이어진다면 관세 불확실성은 시장에 상수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가뜩이나 위험자산처럼 움직이고 있는 가상자산시장에는 그다지 우호적인 재료가 아닐 수밖에 없다.
◇관세 재충돌로 경제 훼손 가능성…장기적 달러 향배가 코인에 영향
이번 대법원 판결과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 조치가 향후 미국 정부의 재정여건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또한 그 과정에서 달러화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에 따라 가상자산시장에 미칠 영향도 달라질 수 있다. 통상적으로나 역사적으로는, 주로 달러화로 거래되는 가상자산의 특성 상 원자재와 마찬가지로 달러화가 약해지면 코인 가격이 상승하는 경향성을 보여왔다.
일단 관세 문제로 또 다시 미국과 세계 각국 간 충돌이 고조된다면 글로벌 경제나 미국 경제를 훼손할 수 있는 만큼 이는 단기적으로 비트코인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방대법원 판결 전후 비트코인 가격 추이 (자료=코인마켓캡)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워싱턴 D.C.에 기반을 둔 초당적 싱크탱크인 카토연구소(Cato Institute) 허버트 A. 스티펠 무역정책연구센터의 스콧 린시컴 부소장은 “IEEPA가 없더라도, 다른 미국 법률들과 트럼프 행정부가 반복해 온 공약들을 고려하면 훨씬 더 높은 관세가 ‘뉴 노멀’로 남을 가능성이 거의 확실하다”며 “그 과정에서 경제와 대외 관계가 훼손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일반적으로 트럼프의 관세는 가상자산시장과 다른 위험자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이번에도 악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런 맥락에서 린시컴 부소장은 이번 관세 이슈가 달러화 강세 요인이 될 것인지를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친(親)가상자산 성향인 애덤 코크런 변호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새롭게 부과하는 글로벌 관세의 현실적, 법적 제약을 강조하면서 문제의 법이 정해진 국가 집단에 대해 유한한 기간 동안, 상한이 있는 세율로적용된다는 점을 들어 무제한적·장기적 적용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결국 트럼프 관세에 일정 부분 공백이나 누수가 생기면서 그동안 미국 정부가 누렸던 세수 효과가 약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가상자산 강세론자인 맥스 카이저 역시 이런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패배가 향후 미국 무역정책에 일정 부분 변화를 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는 비트코인에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평가했다. ‘달러의 죽음(Death of the Dollar)’과 그로 인한 글로벌시장 파급에 주목하며 비트코인 강세론을 설파해 온 카이저는 “이번 대법원 판결로 인한 향후 경제와 관세 불확실성이 가치보전 및 헤지 수단으로서의 비트코인 중요도를 부각시킬 것”이라고 점쳤다.
아울러 가상자산 전문 운용사인 밴에크(VanEck)의 매튜 시겔 디지털자산 리서치 총괄은 “미국 정부의 관세 수입이 줄거나 사라지는 상황이 된다면, 자연스럽게 정부의 통화 발행(머니 프린팅)이 늘어나 달러라는 통화가치가 더 빠르게 희석(디베이스먼트)될 것”이라며 이는 장기적으로 미 달러화 약세를 초래하고 비트코인 상승을 이끌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간선거에 관세 핵심 잼정화…민주당 유리해지면 코인에 악재
이 같은 새로운 글로벌 관세를 둘러싼 법적 쟁점이 일단락됐다고 해도, 관세 분쟁과 그 여파는 올해 말 실시될 미국 중간선거(의회 선거)의 핵심 이슈로 전면에 부상할 가능성이 크며, 그 선거 결과는 가상자산산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현지 매체들은 대법원이 트럼프의 불법적 관세 체제에 제동을 건 이번 판결은, 접전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들에게 일정 부분 힘을 실어줄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미국 가상자산업계의 숙원 중 하나인 가상자산 시장구조법안(클래리티 액트)가 가상자산업계와 전통 금융권 사이의 이견으로 인해 현재 미국 상원에서 처리 지연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중간선거에서 가상자산에 부정적인 민주당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경우 법안 처리는 더욱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다. 특히 중간선거 결과로 하원 또는 상·하원 모두에서 다수당이 민주당으로 바뀌는 경우에는 영향이 더욱 커질 수 있다.
아울러 설령 그 때까지 가상자산 시장구조법안이 미 의회가 통과한다 해도 그 이후에 있을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세금(과세)과 비트코인(BTC) 준비금과 관련된 다른 입법 과제가 가상자산업계에 불리하게 결론 날 가능성도 커진다.
민주당 후보들은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이 주장한 것처럼, 유권자들에게 “트럼프의 상호관세 때문에 개인적으로 피해를 입었다”는 점을 설득하려 할 것이다. 만약 민주당이 충분한 의석을 확보해 하원 다수당이 된다면, 현재 추진 중인 가상자산 정책 드라이브는 대폭 수정 없이는 전진하기가 훨씬 어려워질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업계에 더 강한 제약을 부과하는 방향으로 법안이 재편될 가능성도 있다.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