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2.27 (금)

    이슈 '오징어 게임' 전세계 돌풍

    [트럼프 스톡커] ‘관세전쟁 2R’에 깐부 실적, 앞이 안 뵈는 미장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윤경환 특파원의 트럼프 스톡커(Stocker)

    상호관세 패소에 세계 15% ‘임시 관세’ 맞불

    美재정 우려에 국채 금리 뛰고 달러화·코인 ↓

    불확실성에 은값 ↑...24일 트럼프 연설 주목

    25일 엔비디아 연간 실적, AI 민감장 최대 변수

    오픈AI 투자는 축소...사모대출 펀드들도 영향

    서울경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에 대해 미국 연방대법원이 위법 판결을 내리면서 금융시장도 걷잡을 수 없이 안갯속에 빠져들고 있다. 물가·고용에 대한 관세 효과 정도만으로도 이미 불확실성이 상당했는데, 이제는 글로벌 무역 질서 자체가 처음부터 재편되게 생겼기 때문이다. 이번주는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소송 패소와 이에 따른 임시 관세 부과, 후속 무역 조치에 따라 금융시장이 계속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25일(현지 시간) 장 마감 후 나올 세계 최대 시가총액 기업 엔비디아의 2026 회계연도 4분기(지난해 11월~올해 1월)와 연간 실적으로 인공지능(AI) 관련주에 투자심리가 다시 한번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 사모대출 투자사 블루아울 캐피털의 자산 매각, 펀드 환매 중단에서 촉발된 AI 업종 파괴론과 금융위기론이 얼마나 더 번질지도 관심사다.

    상호관세 소송 패소에 글로벌 15% 임시 관세 맞대응...불확실성 최고조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 대법원은 20일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이 대통령에게 관세 부과 권한을 주지 않는다며 상호관세 관련 사건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의 패소를 선고했다. 이 사건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4월 2일 만성적인 대규모 무역적자를 국가 안보·경제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규정하고 IEEPA에 근거해 상호관세를 매기면서 시작됐다. IEEPA는 1977년 제정된 후 주로 적성국에 대한 제재나 자산 동결에 이용된 법이다. IEEPA에 무역수지나 제조업 경쟁력, 마약 밀반입 등의 이유를 갖다 붙여 관세를 부과한 지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이었다.

    지난해 5월과 8월 1·2심은 “관세를 부과할 배타적 권한은 의회에 있다”며 상호관세를 철회하라고 명령했다. 대법원도 결국 하급심 판단이 옳았다고 봤다.

    문제는 미국과 외국 회사들의 관세 환급 줄소송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대법원이 이 부분은 판결에서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관세를 환급받을 길만 열렸을 뿐,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만큼 돌려받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로이터통신은 20일 펜실베이니아대의 ‘펜-와튼 예산 모델(PWBW)’의 경제학자들을 인용해 환급 요구액을 1750억 달러(약 254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원 판결에 격앙된 듯 3시간 뒤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른 관세로 무효화된 부분을 상쇄하겠다고 주장하더니 당일 곧바로 전 세계 모든 나라에 대한 10%의 ‘글로벌 관세’ 부과를 명령했다. 해당 관세는 무역법 122조에 근거한 것으로 이달 24일부터 최장 150일간 유지된다. 무역법 122조는 대통령이 국제수지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관세를 부과하거나 수입량을 제한하는 쿼터를 설정할 수 있게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동시에 무역법 301조에 근거한 관세 조사를 시작한다고도 알렸다. 무역법 301조는 외국 정부의 부당하거나 불합리하고 차별적 행동 등에 맞서 행정부에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주는 조항이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이날 텍사스주에서 가진 ‘댈러스 경제클럽’ 연설에서 “무역확장법 232조와 무역법 301조의 관세 권한을 활용할 것”이라며 “122조 권한 활용에 강화될 가능성이 있는 232조·301조 관세가 결합되면 올해 관세 수익은 사실상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패소 소식에 뉴욕 증시는 일단 강세를 보였다. 관세 판결 불확실성이 해소된 데다 기업들이 무역 갈등 부담을 덜게 될 수 있게 됐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20일 시장 예상치보다 낮은 지난해 4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1.4%), 전망치를 웃돈 12월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2.9%) 탓에 하락 출발한 뉴욕 증시는 대법원 판결 직후 상승 반전해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47%,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69%, 나스닥종합지수는 0.90%씩 오른 채 마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에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리고 “즉시 효력을 갖는 조치로써, 전 세계 관세 10%를 허용된 최대치이자 법적으로 검증된 15% 수준으로 올리겠다”며 “앞으로 몇 달 안에 법적으로 허용되는 새 관세를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시장이 받을 충격과 각국에 대한 차후 협상력을 고려해 글로벌 관세율을 처음에는 10%로 설정했다가, 주가 흐름이 나쁘지 않자 하루 만에 최대치인 15%로 끌어올린 셈이다.

    美 재정 우려에 국채 금리 뛰고 달러화, 코인 하락...金·銀 재상승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또 다른 관세 정책으로 증시 외 금융 불확실성까지 한층 더 커졌다는 점이다. 실제 미국 재정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20일 미국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4.09%, 30년물 국채 금리는 4.74%까지 올랐다. 채권 금리가 올랐다는 것은 가격은 그만큼 떨어졌다는 뜻이다. 통화 가치까지 뚝 떨어지면서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DXY)는 16일부터 나흘 연속 상승하다가 20일 하락세로 전환해 97.79로 마감했다. 비트코인 가격도 같은 날 장중 2% 정도 하락해 6만 7000달러대 중반에서 거래됐다.

    관세 수입 감소로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 적자 폭이 커지고 부채가 늘면 국가 신용등급은 하락하고 미국 국채 금리는 급등할 수 있다. 채권 금리가 오르면 중장기적으로 유동성이 줄게 돼 주식, 가상화폐 등 위험자산 시장도 타격을 입게 된다. 관세 무기화에 힘이 빠질 경우 미국 내 제조업 유치와 고용 활성화에 대한 기대도 사그라들 수 있다.

    금융 자산에서 빠져나간 돈은 다시 금과 은 같은 안전자산으로 옮겨갔다. 은 현물 가격은 장중 8%가량 급등해 트로이온스당 84달러 선을 넘어섰고, 금 현물가도 2% 이상 오르며 트로이온스당 5000달러 선을 회복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20일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월 17~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확률을 전날 94.6%에서 96.5%로 높여 잡았다. 물가와 채권 금리가 들썩이자 금리 인하 기대를 더 접은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안으로 내세운 무역법 122조와 301조가 IEEPA의 완벽한 대체재가 될 수는 없다는 점도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문제다. 무역법 122조에 근거한 관세에는 150일이라는 시한이 존재한다. 또 301조에는 외국이 차별적인 관행을 통해 미국과의 상거래를 제한했다는 조사를 최소 몇 달간 진행해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4월 괜히 IEEPA에 근거해 관세를 부과한 게 아닌 셈이다.

    이번주 상호관세 취소 판결과 관련해서는 24일 오후 9시 미국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 하원 본회의장에서 이뤄질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이 큰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층 더 정교하고 강력한 무역 제재안을 제시할 경우 금융시장은 더 크게 출렁일 수 있다. 기존에 맺은 무역 협정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특정 국가를 본보기로 때릴 수도 있다.

    24일 트럼프 국정연설 주목...25일 장 마감 후 엔비디아 실적도 AI 민감장 변수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관세 이슈와 함께 이번주 월가가 가장 주목하는 이벤트는 25일 시총 최대 기업 엔비디아의 2026 회계연도 4분기·연간 실적 발표다. 이번 엔비디아의 실적에서는 최첨단 AI 칩 ‘블랙웰’의 실적 기여도와 2027 회계연도 전망치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엔비디아의 실적은 최근 뉴욕 증시를 휩쓸고 있는 AI의 다른 업종 파괴론, 과잉 투자론에 모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안이다. 또 소프트웨어(SW) 등 AI가 파괴할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에 투자한 사모대출 펀드들의 주가도 자극할 수 있다. 최근 AI 업종이 작은 소식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점을 감안하면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를 전후해 증시 변동폭이 예상보다 클 수도 있다.

    앞으로 예정된 엔비디아의 투자 계획도 관심거리다. 19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챗GPT’ 개발사 오픈AI에 대한 투자금을 기존 1000억 달러(약 145조 원)에서 300억 달러(약 43조 원)로 대폭 줄였다. 엔비디아는 애초 지난해 9월 열 차례에 걸쳐 오픈AI에 100억 달러씩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계약 내용은 오픈AI가 이 돈으로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AI 칩을 대량 구매하는 식이어서 즉각 ‘순환 거래’ 의혹에 휩싸였다. 이는 AI 관련주 전반에 대한 ‘거품론’으로 이어졌고, 상황이 심각해지자 해당 합의는 정식 계약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지난달 3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두 회사 간 불화설을 제기하며 엔비디아의 오픈AI 투자 계획이 보류된 상태라고 보도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같은 달 31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취재진과 만나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WSJ 보도를 일축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도 “우리는 엔비디아와 함께 일하는 것을 사랑한다”며 불화설에 거리를 뒀다. 두 CEO는 그러면서도 서로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부담스러워 하는 듯 앞다퉈 투자처를 분산하고 있다.

    27일에는 미국 노동부 노동통계국(BLS)의 1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예정돼 있다. 지난해 12월 PPI의 경우는 11월보다 0.5% 올라 연준의 3월 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을 낮춘 바 있다. PPI는 일정 시차를 두고 최종 소비재 가격에 반영된다는 점에서 월가에서는 소비자물가(CPI)의 선행지표로 평가한다.

    요컨대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이후 1년이 지났지만 이란 등 지정학적 위기와 상호관세 취소, AI 충격 등 금융 불확실성은 점점 더 커지기만 하는 분위기다. 더욱이 이번주는 새로운 관세 부과와 무역 협정을 둘러싼 모호성까지 부각하면서 투자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하는 한 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트럼프 스톡커(Stocker)’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미국의 시장·기업·정책·정치·외교 관련 현장 이야기와 현안 분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구독하시면 유익한 미국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법이고 뭐고 다 비켜” 트럼프가 찾아낸 5개월짜리 치트키의 정체

    뉴욕=윤경환 특파원 ykh22@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