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빛 동시 출력하는 '인공 시냅스' 개발
속도는 47% 높이고 에너지는 32배 아꼈다
택배 상자를 열 때의 설렘, 기억하시나요? 대학 연구실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삶을 바꿀 놀라운 발견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다만 '논문'이라는 두꺼운 포장지에 쌓여있을 뿐이죠. '언박싱 연구실'에서는 복잡한 수식과 이론 대신, 여러분이 알고 싶은 알맹이만 쏙 골라 담겠습니다. 자, 그럼 상자를 열어볼까요? 오늘 언박싱할 주인공은 바로 이 연구입니다.
고려대 연구진이 개발한 이중 출력 인공 시냅스를 AI를 활용해 형상화한 모습입니다. 인간의 뇌가 적은 에너지로 여러 일을 처리하듯, 전기와 빛이라는 두 가지 통로를 활용해 기존 AI보다 속도는 47% 높이고 에너지 소모는 32배나 줄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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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우리 뇌가 적은 에너지로 여러 일을 동시에 처리하듯, 전기와 빛 신호를 함께 내보내 스스로 멀티태스킹을 하는 '뇌세포 연결을 모방한 인공 장치(인공 시냅스)'를 국내 연구진이 만들었다. 이 기술은 기존 AI보다 계산 속도는 47%나 높이면서 에너지 소모는 32배나 줄여, 우리가 상상하던 저전력 AI 반도체 시대를 앞당길 획기적인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기술,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꿀까?
이 '이중 출력' 기술은 복합적인 판단을 동시에 내려야 하는 미래 산업의 핵심이 된다. 가장 기대되는 곳은 자율주행차다. 도로 상황을 영상으로 분석하면서 동시에 돌발 사고를 예측하는 복잡한 연산을 전력 낭비 없이 번개처럼 처리할 수 있다.
로봇 분야도 마찬가지다. 시각 정보와 촉각 정보를 별도의 장치 없이 하나의 반도체 칩에서 동시에 처리하면,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반응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들 수 있다. 또한 배터리 소모가 아주 적기 때문에 몸에 착용하는 의료 기기나 스마트폰 AI의 사용 시간을 획기적으로 늘려줄 전망이다.
■연구실 상자 속 '마법의 사탕' 원리
고려대학교 KU-KIST 융합대학원 왕건욱 교수팀은 기존 AI 반도체의 한계에 주목했다. 기존 방식은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하거나, 여러 일을 하려면 장치를 여러 개 이어 붙여야 했다. 이는 마치 좁은 길에 차가 몰려 정체가 생기고 에너지를 많이 쓰는 것과 같았다.
연구팀은 '페로브스카이트 양자점'이라는 특수한 물질로 해결책을 찾았다. 이 물질은 전기가 흐르면 빛을 내는 성질이 있다. 연구팀은 이를 이용해 하나의 장치에서 '전기 신호'와 '빛 신호'가 동시에 나오도록 설계했다. 마치 한 입 베어 물면 두 가지 맛이 나는 사탕처럼, 하나의 반도체 소자가 두 가지 정보를 독립적이면서도 동시에 처리하게 만든 것이다.
■연구가 찾아낸 놀라운 알맹이
실험 결과는 압도적이었다. 이 장치는 1,000단계 이상의 반복 학습에도 정보 손실 없이 탄탄하게 작동했다. 새로운 인공 시냅스를 적용하자 기존 방식보다 계산 속도가 최대 47.09%나 향상됐고, 이미지 재구성 작업 속도도 약 29% 빨라졌다.
무엇보다 큰 수확은 에너지 효율이다. 현재 AI 연산에 가장 많이 쓰이는 GPU 기반 하드웨어와 비교했을 때, 에너지 소모를 최대 32.4배나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그 가치를 인정받아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게재되며 전 세계 과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복잡한 수식 속에 숨겨져 있던 이번 연구의 진짜 알맹이는 결국 우리 뇌처럼 효율적이고 똑똑한 미래형 반도체의 탄생이었다. 다음 번엔 또 어떤 놀라운 상자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오늘의 언박싱은 여기까지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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