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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25 (수)

    [논현광장_임채운의 경영직설] 배임죄 폐지해도 배임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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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기준 모호해 혁신저해 논란 크지만
    소액주주 권리 강화 흐름과 배치돼
    요건 명확히 해 정상경영과 구별을


    이투데이

    배임죄가 진짜 폐지될 것인지 궁금하다. 여당인 민주당은 ‘경제 형벌 합리화’ 정책을 내세우며 배임죄 폐지를 대표 과제로 선택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기업인들을 만날 때마다 과도한 처벌을 줄이겠다며 배임죄를 신속히 폐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부와 여당은 올해 상반기까지 배임죄를 폐지하고 이를 대체하는 입법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배임죄가 적용되는 형법 조항이 너무 많아 법령 정비가 실무적으로 쉽지 않다. 시민단체의 반대여론도 거세다. 이런 걸림돌에 부딪혀 배임죄 폐지 진도가 지지부진하다.

    우리나라 기업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형벌이 배임죄다. 배임죄에 걸리면 형사처벌을 면할 수 없다. 형법 제356조에 업무상 배임의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되어 있다. 기업인이 배임죄로 인해 실형을 선고받아 수감된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삼성, CJ, SK, 한화, 롯데와 같이 유수한 그룹의 회장들도 배임죄에 걸려 징역형을 살았다. 대기업 경영의 최고 정점인 총수를 감옥에 보내는 형벌이 배임죄이니 얼마나 무섭겠는가.

    배임죄는 기업의 경영자가 자신이나 제삼자의 이익을 위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을 때 성립하는 범죄다. 피해 액수가 50억원을 넘으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이 적용돼 형량이 더욱 무거워진다.

    처벌규정은 엄격한데 법 조항이 포괄적이고 범죄 구성요건이 추상적이라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키며 혁신적 모험투자를 억제한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우선, 배임죄를 구성하는 ‘회사에 손해’라는 기준 자체가 모호하다. 정상적인 경영 판단이 손실을 불러일으키는 결과를 초래하면 배임죄의 처벌대상이 될 수 있다.

    상법 개정안이 시행돼 이사의 충실 의무가 ‘회사’뿐만 아니라 ‘주주’로 확대되면 경영진에 대한 배임죄 고발이 쏟아질 것이 예상된다. 이런 이유로 기업계가 상법 개정안에 반대하니 정부는 배임죄를 폐지하여 형사처벌의 공포를 덜어주려 한다. 배임죄 폐지가 선진국 관행에 부합한다는 의견도 있다. 미국이나 유럽은 경영상의 실패를 민사상 손해배상으로 해결하도록 하지 형사처분하여 실형을 살게 하지 않는다.

    배임죄 폐지에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배임죄가 없어지면 총수 일가가 회삿돈을 이용해 사익을 취하거나 계열사를 부당 지원해도 처벌할 법적 수단이 없어질 것이라 한다. 선진국처럼 민사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법률 비용이 발생한다. 민사 재판은 막강한 로펌을 등에 업은 기업주에게 유리한 운동장이라 별 소용이 없다. 지금까지 배임죄로 피해 본 주주가 민사로 기업주에게서 손해배상을 받은 적이 없다.

    배임은 말 그대로 임무를 저버리는 행위를 말한다. 기업에서 배임은 주주와 경영자 간의 ‘대리인관계’에서 발생한다. 기업의 소유주인 주주를 대신하여 회사를 책임맡은 경영자가 그 임무에 어긋나는 행위를 하여 재산상의 이득을 얻고 그 결과로 주주에게 손해를 입힘으로써 성립하는 죄가 배임죄이다. 배임죄는 횡령죄와 함께 대표적인 경제범죄로 분류된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현대 기업에서 ‘배임’은 경제·경영학의 오랜 연구주제였다. 배임의 원인과 배경은 매우 다양한데, 이론적으로 크게 정보불균형(information asymmetry)과 기회주의(opportunism) 두 가지 요인을 꼽는다. 주주는 회사 사정에 대한 정보가 불충분해 경영자를 정밀하게 감시하지 못하며, 그 틈을 타서 경영자는 주주의 이익보다 사익을 추구하는 기회주의를 저지르는 것이 배임으로 나타난다. 이에 기업의 지배구조에 관한 이론과 정책은 정보불균형을 해소하고 경영진의 기회주의를 방지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감사제도, 사외이사, 스톡옵션 등이 그런 예에 속한다.

    이와 같은 제도적 장치가 우리나라에도 다 도입되어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실효성 있게 작동하지 않는다. 선진국과 다른 본질적 차이는 회사의 주인이 두 종류로 구분된다는 것이다. 흔히 기업주 또는 총수라 칭하는 지배주주와 자본시장에서 주식을 취득한 일반주주로 나뉜다. 문제는 지배주주가 소유주뿐 아니라 경영자 역할도 맡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지배주주를 겸하는 경영자를 견제하는 장치가 미흡하다는 것이 심각한 한계다. 지분율이 낮은 지배주주는 주주로서보다는 경영자로서 더 큰 이익을 취할 수 있다. 이런 연유로 지배주주의 이해와 일반주주의 이해가 상충되며 주가 상승과 배당에 대한 입장도 상반된다. 지배주주의 가장 큰 관심사인 경영권 승계에 이르러서는 일반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편법이 자행된다.

    한편으로 상법을 개정해 소액주주 권한을 강화한다고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배임죄를 폐지하는 것은 모순이다. 배임죄가 폐지된다고 배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배임죄 요건이 모호하면 그 기준을 명확히 법률에 명시해 정상적인 경영행위를 보호하면 되지 굳이 폐지할 필요가 없다.

    [이투데이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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