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부는 지난 23일 메르츠 총리가 25~26일 중국을 방문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외신에 따르면 메르츠 총리는 이번 방중에 역대 최대 규모의 경제사절단과 동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완성차 업체를 비롯해 중국 업체와 경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포함될 예정이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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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츠 총리는 베이징에서 시 주석 등 중국 고위급 인사들과 면담한 뒤, 중국 테크 산업의 중심지로 부상한 항저우를 방문해 중국 대표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업체 유니트리(Unitree·宇树科技)를 찾을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의 첨단 제조업과 인공지능(AI) 산업 경쟁력을 직접 점검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이번 방문에서 메르츠 총리의 최대 과제는 ‘균형 잡기’다. 독일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디리스킹 전략을 기조로 내세우고 있지만, 유럽 최대 제조업 국가로서 중국과의 교역 규모가 크고 중국 제조업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어 중국과의 거리 두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동시에 미국과의 동맹 관계도 최근 관세, 안보 등 문제로 흔들리면서 독일로서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면서도 관계 관리는 병행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베이징의 한 외교 전문가는 “기본적으로 유럽 자체가 경제 상황이 좋지 않고, 미국발 무역 장벽이 높아져 있기 때문에 이런 위험을 어느 정도 완화 또는 해소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특히 독일은 중국에 투자를 많이 했고, 중국 시장을 많이 활용해 왔기 때문에 중국과의 관계를 험하게 몰고 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독일은 중국과의 관계를 적절히 관리해나가면서 국익 증대를 꾀하는 전략을 취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독일 경제의 중국 의존도는 높아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025년 독일 최대 교역국은 중국이었는데, 독일의 대중국 수입은 1706억유로(약 291조원), 수출은 812억유로(약 138조원)로 무역 적자 폭을 키우고 있다. 같은 해 독일의 대중국 투자 규모는 4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희토류 등 공급망 관련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독일의 자동차 등 제조업체들은 생산 지연 등 문제를 겪기도 하며, 메르츠 총리는 이와 관련해 지난 13~15일 열린 뮌헨안보회의에서 “중국은 타국의 의존성을 체계적으로 이용한다”며 “원자재, 기술, 공급망이 강대국 간 제로섬 게임에서 권력의 도구로 전환되고 있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중국 제조업의 부상으로 독일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기도 했다. 독일 내 기업 파산 건수는 2021년 1만3993건에서 지난해 2만3900건으로 급증했다. 그 여파로 지난해 독일 실업률은 6.3%로 201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블룸버그는 “독일에선 매달 약 1만개의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며 “일부 경제학자들은 이를 ‘제2의 차이나 쇼크’라고 부른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시선도 부담 요인이다. 앞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지난 1월 미국과 갈등 국면 속 중국을 찾아 시 주석과 밀착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직후 미국으로부터 관세 위협을 받은 바 있다. 블룸버그는 “미국 당국자들은 독일이 중국에 충분히 강경하지 않다고 비공개적으로 질책한 것으로 전해진다”며 “메르츠 총리는 미국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방중을 마친 뒤 나흘 뒤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했다.
베이징=이은영 특파원(eunyou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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