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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24 (화)

    [헤럴드비즈] 그럼에도 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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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럴드경제


    아침에 일어나 처음 마주하는 풍경은 창밖의 뿌연 스모그다. 스마트폰으로 AQI(대기질 지수)를 확인하며 한숨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정수 필터가 달린 수도꼭지를 틀어 세수하고, 양치는 생수로 마무리한다. 출근길, 3차선 도로는 5줄로 늘어선 차들로 메워져 있고, 그 사이를 소 몇 마리가 유유히 가로막는다. 업무 중 갑작스러운 정전은 인도 생활의 일상적인 양념이다. 인도에는 인도(人道)가 부족하여 걸어다닐 엄두를 못 내니 짧은 거리도 차로 이동해야 한다.

    다소 과장이 섞여 보일 수 있지만, 이는 인도 주재원들이 매일 겪는 평일 오전의 일상이다. 열악한 인프라와 환경은 우리가 당연하게 누려온 한국의 편리함을 새삼 깨닫게 한다. 그러나 이 어수선한 풍경의 이면에는 ‘글로벌 사우스’의 맹주이자, 거대한 기회의 땅으로 탈바꿈 중인 인도의 진정한 역동성이 숨어 있다.

    인도는 ‘잠자던 코끼리’를 벗어나 세계 시장을 호령하는 ‘포효하는 사자’로 변모했다. 사자는 인도 연방정부의 상징 동물이다. 2014년 모디 정부 출범 이후 인도는 매년 6~7%대의 고성장을 이어가며 주요국 중 압도적인 성적표를 내고 있다. 미국의 고율 관세라는 복병이 있었음에도 지난해 사상 최대의 수출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2년 과거 종주국이었던 영국의 경제 규모를 추월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일본을 제치고 세계 4위 경제 대국으로 올라섰다. 2030년경에는 독일마저 넘어서 ‘세계 3대 경제 대국(G3)’에 등극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인도의 질주가 우리 기업에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단순히 인구가 많은 시장을 넘어, 인도는 세 가지 핵심적인 기회를 제공한다.

    첫째, ‘젊은 중산층’이 주도하는 폭발적인 소비 혁명이다. 인도의 중위연령은 28세로, 한국(46세)은 물론 중국(40세)보다 훨씬 젊다. 특히 소비성향이 강한 35세 미만이 인구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현재 25% 수준인 중산층 비중이 2031년 38%까지 확대되면, 가전·IT·모빌리티 등 프리미엄 소비재 분야에서 거대한 운동장이 열리게 된다.

    둘째, ‘포스트 차이나’를 넘어선 글로벌 제조 허브로의 부상이다. 미·중 갈등과 공급망 재편 속에서 인도는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정책을 앞세워 글로벌 생산 기지를 빨아들이고 있다. 이는 우리 부품·소재 기업들이 인도 현지 생태계에 진입하여 글로벌 공급망의 새로운 거점을 확보해야 함을 시사한다.

    셋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의 속도다. 인도는 낙후된 오프라인 인프라를 건너뛰고 바로 디지털로 직행하는 ‘리프 프로깅(Leap-frogging)’을 구현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디지털 결제 시장과 스타트업 생태계는 우리 IT 및 서비스 기업들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시험대이자 시장이 되어줄 것이다.

    물론 여전히 인도는 어수선하고 인내심을 시험하는 나라다. 복잡한 규제와 미비한 인프라는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인프라가 갖춰진 뒤에 들어가는 시장은 이미 레드오션이다. 먼지 날리고 경적 소리 가득한 지금이 바로 우리가 인도라는 거대한 사자의 등에 올라타야 할 때다. 그럼에도 결국은 인도다.

    윤용 한국무역협회 뉴델리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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