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위법 판결 후…트럼프, 232조로 우회
반도체·의약품 등 기존 9개 조사도 가속화
韓 배터리·통신장비·철강 등 수출 영향 주목
공급망 비용 증가 우려…동맹 예외협상 가능성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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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방대법원은 앞서 지난 20일 대법관 6대 3 의견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2기 관세 대부분이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상호관세’가 대통령의 권한을 넘어섰다는 판단이다. 이 관세는 트럼프 2기 관세 수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판결 직후 무역법 122조를 발동해 5개월(150일)간 유지 가능한 15% 글로벌 일괄 관세를 발표했다. 122조는 국제수지 문제를 이유로 최대 15% 관세를 150일간 부과할 수 있으나 연장하려면 의회 승인이 필요하다. 이후 적용할 추가 관세는 무역법 301조에 근거해 추진할 계획이다. 301조는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응해 국가별·사안별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301조 조사가 대부분 주요 교역국을 대상으로 하며 산업 과잉생산, 강제노동, 의약품 가격 관행, 미국 기술기업 차별, 디지털 서비스세 등을 포함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별도로 대법원 심리 대상에 포함하지 않아 법적 효력을 유지하는 232조 관세 확대에 나섰다. 새 232조 관세 검토 대상 산업은 대형 배터리, 주철 및 철 이음쇠, 플라스틱 배관, 산업용 화학물질, 전력망·통신 장비 등이다. 232조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대통령에게 광범위한 관세 권한을 부여하며 이미 철강·알루미늄·구리·자동차 등에 적용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에 대한 제한적 혜택을 제외하고는 232조 관세 면제를 거의 허용하지 않고 있다.
다만 실제 관세 부과까지는 상무부 주관의 최장 270일간 조사를 선행해야 하며 시행 시기는 아직 미정이다. 일단 발효하면 대통령이 단독으로 내용을 변경할 수 있다. 150일 시한이 있는 122조나 의회 승인이 필요한 다른 조치와 달리 232조 관세는 일단 부과하면 사실상 무기한 유지가 가능해 트럼프 행정부가 가장 강력한 관세 카드로 활용하려는 배경이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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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는 반도체, 의약품, 드론, 산업용 로봇, 폴리실리콘 등 9개 산업에 대한 기존 232조 조사도 병행 중이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해당 조사를 가속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철강·알루미늄 기존 관세의 구조 개편도 추진한다. 명목 관세율은 낮아지지만 과세 기준이 철강·알루미늄 소재 가치에서 완제품 전체 가치로 바뀌어 기업의 실질 부담은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 그리어 USTR 대표는 “IEEPA와 같은 유연성은 사라졌지만 조사를 통해 정당성을 확인하면 언제든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며 “이행 목적에 맞게 일부 관세 적용 방식을 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쿠시 데사이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의 국가·경제 안보 수호가 트럼프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다”며 “모든 합법적 권한을 활용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은 미 연방대법원 판결 이후 트럼프 행정부와의 무역 합의 비준 절차를 동결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EU 의회 관계자들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 방향을 확인한 뒤 절차를 재개하겠다고 했다. 우리나라와 중국·일본·영국 등도 미국과 무역 합의를 체결한 주요 교역국으로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무역 합의를 두고 장난치는 나라는 더 높은 관세를 맞을 것”이라며 교역국들을 압박했다.
이번 232조 관세 확대는 한국 수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배터리 분야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미국 현지 생산을 확대하고 있지만 중국산 소재·부품을 활용하는 공급망에 232조 관세를 적용하면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전력망·통신장비와 산업용 화학물질도 한국의 주요 대미 수출 품목인 만큼 관세 부과 시 타격이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다만 우리나라는 미국의 동맹국으로 과거 철강·알루미늄 232조 관세 당시처럼 수출쿼터나 부분 면제 등 조건부 예외를 협상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지난해 3월 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5’ 전시부스에서 참관객들이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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