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나 민트 사탕을 입에 물거나 멘톨 성분이 들어간 샴푸로 머리를 감았을 때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추위에 노출됐을 때 작동하는 단백질 채널이 착각해서 움직이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러나, 민트초콜렛(사진)에 대한 선호도는 극도로 갈려 민초파, 반민초파로 나뉘기도 한다. 언스플래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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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 따뜻한 집 안에 있다가 문밖으로 나갔을 때 갑자기 밀려오는 차가움과 박하사탕, 민트초콜릿(민초)을 입에 넣거나 멘톨 성분이 들어간 샴푸로 머리를 감았을 때 느껴지는 시원함은 우리 몸속 미세 분자 센서가 작동해 뇌에 차가운 감각을 전달하면서 생기는 것이다.
미국 듀크대 의대 생화학과 이석용 교수팀은 민트에서 추출한 화합물인 ‘멘톨’이 어떻게 시원함을 느끼게 하는지 정확한 원리를 규명했다고 24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 21일부터 25일까지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제70회 생물물리학회 연례 학술대회’에서 발표됐다.
연구팀은 TRPM8이라는 단백질 채널에 주목했다. TRPM8은 피부, 입, 눈에 분포하는 ‘감각 신경세포’ 막에 있다. 이 채널은 대략 8~28도의 차가운 온도에 반응해 열리며, 이온이 세포 안으로 흐르게 함으로써 뇌로 가는 신경 신호를 유도한다. 멘톨, 유칼립투스를 비롯한 특정 화합물이 특유의 시원함을 주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연구팀은 전자빔으로 급속 냉동된 단백질을 촬영하는 ‘초저온 전자 현미경’(Cryo-EM)을 사용해 TRPM8이 닫힌 상태에서 열린 상태로 전환되는 과정의 여러 구조적 스냅샷을 포착했다. 연구팀은 추위와 멘톨 성분이 공유되면서도 서로 구별되는 원격 조절 체계를 통해 채널을 활성화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추위는 주로 이온이 통과하기 위해 실제로 열리는 통로 영역의 변화를 유도하는 반면, 멘톨은 단백질의 다른 부분에 결합해 통로까지 전달되는 형태 변화를 유도한다. 추위와 멘톨이 결합하면 그 반응이 상승해 강화되는 것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단백질 내에서 온도 감지에 독특하게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장시간 추위에 노출됐을 때 채널 반응성이 떨어지는 탈감작되는 것을 방지하는 이른바 ‘콜드 스팟’ 영역을 식별했다. 이번 발견은 의학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TRPM8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만성 통증, 안구 건조증, 특정 암을 포함한 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TRPM8을 활성화하는 약물 ‘아콜트레몬’은 안구 건조증 치료를 위해 미국 식품의약청(FDA) 승인을 받은 점안액이다. 아콜트레몬은 멘톨 유사체로 냉각 경로를 활성화해 눈물 생성을 자극하고 안구를 진정시키는 원리다.
연구를 이끈 이석용 교수는 “이번 연구는 추위와 화학적 자극이 어떻게 통합돼 시원한 감각을 만들어내는지에 대한 첫 분자적 정의를 제시하고, 오랫동안 과학자들이 고민케 했던 ‘감각 생물학’의 근본적 의문에 답을 제시했다는 점에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석용 교수팀의 이혁준 박사는 “TRPM8은 추울 때 뇌에 신호를 보내는 주요 센서로 오래전부터 멘톨이 시원한 느낌을 준다는 것은 알았지만 어떻게 발생하는지 몰랐지만 이제 그 과정을 직접 볼 수 있게 됐다”며 “멘톨은 채널의 특정 부분에 결합해 실제 낮은 온도에서처럼 채널이 열리도록 하는 일종의 속임수를 쓴다”고 설명했다. 이 박사는 “추위가 특정 구조적 변화를 어떻게 일으키는지 파악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이 경로를 표적으로 하는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용하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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