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이슈와 쟁점을 한발 더 들어가 살펴본 뒤 [줌인]으로 전달합니다.
성기학 영원무역그룹 회장/사진=영원무역 |
[데일리브리프 황재희 기자] 영원그룹 창업자인 성기학 회장이 두 딸을 비롯해 남동생, 조카까지 동원해 계열사 82개를 수년 간 숨겨 '공시대상기업집단지정'을 회피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는데요. 검찰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로부터 자료를 넘겨받는대로 수사에 나선다는 방침입니다.
성기학 회장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허위자료 제출로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에서 제외되는 동안 영원그룹은 당국의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는데요. 이 기간 성 회장의 둘째딸인 성래은 부회장은 아버지 지분을 넘겨받아 잡음없이 경영승계를 완료할 수 있었던 것으로 파악됩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허위자료 제출이 장기적으로, 대규모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기업 지배구조 투명성 저하와 공정거래법 취지인 경제력 집중 억제를 훼손하는 사안이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는데요.
이번 공정위의 검찰 고발로 '성기학-성래은(둘째딸)-성가은(셋째딸)'으로 요약되는 2세 부녀 가족경영은 물론 '성기학-성래은-구서진(성래은의 딸)'으로 이어지는 3세 경영 등 영원그룹의 방만하면서도 치밀한 가족·친족 경영이 다시 부각되고 있는데요.
이게 왜 문제가 되는지를 살펴봤습니다.
◇공시 대상의무서 제외....규제 사각지대였던 '영원그룹'
'공시대상기업집단'은 자산 총액이 5조원 이상인 대규모 기업집단을 뜻합니다. 공정위는 매년 기업의 자산과 규모를 평가해 5월경 공시를 의무적으로 해야하는 기업 리스트를 발표하는데요.
영원그룹은 규모상 2021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되어야 했지만 3년뒤인 2024년에야 지정됐습니다.
성기학 회장이 계열사 현황 자료를 제출하면서 그룹 지주사인 영원무역홀딩스, 영원무역, 영원아웃도어, 스캇노스아시아, YMSA 등 주력 계열사 5곳만 포함시키고 나머지 82개사는 제외했기 때문인데요.
영원그룹의 지주사인 영원무역홀딩스가 거느린 80여개 계열사. 영원그룹은 2021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돼야 했으나 성기학 회장이 이같은 현황 자료를 3년간 누락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검찰 고발을 당했다. /사진=영원무역홀딩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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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해당 82개 계열사에는 성 회장 본인이 지분을 100% 소유한 회사 뿐 아니라 두 딸이 경영하는 회사, 성 회장 남동생과 조카 회사까지 포함됐다는 사실인데요. 자식과 친족이 경영하는 계열사를 모를 리 없기 때문에 공정위는 성 회장이 고의로 위법적인 일을 자행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세금미납, 내부거래 등 잦아...당국감시 피해 '경영승계'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계열회사 현황을 허위로 제출할 경우 최대 2년의 징역형 또는 최대 1억5000만원의 벌금을 내야 합니다. 성 회장 역시도 이같은 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데요.
성 회장 같이 한 명의 총수가 여러 계열사를 거느리고 지배하면 일감 몰아주기 등 계열사를 활용해 부당하게 내부거래를 하거나 가족 등 특수관계인에게 이익을 몰아주는 등 불공정하게 기업을 경영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반면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계열사 간 주요 상품 및 용역거래 내역, 계열사 채무보증 현황 등 각종 거래내역을 공개해야 합니다. 당국의 감시를 받게 되는 셈으로 그만큼 기업도 투명하게 경영해야 하는 명분이 생기는 셈인데요.
실제 영원그룹은 공시대상기업집단에서 제외된 2023년부터 2024년 초까지 세금 탈루 혐의 등 당국의 각종 제재를 받아 수백억원의 과징금을 낸 것으로 확인됩니다.
2023년 국세청은 영원무역의 법인세 세무조사 결과 2018년~2022년까지 국세기본법을 위반했다며 추징금 199억원을 납부하라고 했는데요. 같은해 11월 중부지방국세청에서도 법인세법을 위반했다며 35억원 추납금을 요청했습니다.
빈번한 내부거래로 지적받았습니다. 공정위는 2024년 노스페이스를 국내에 전개하는 영원아웃도어가 원부자재 제조위탁 과정에서 계약서 없이 거래한 정황이 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000만원을 부과한 적도 있었는데요.
◇성 회장, 비상장 계열사 활용 용도는?
더 큰 문제는 영원그룹의 지배구조입니다.
영원그룹은 2009년 7월1일 인적분할을 통해 그룹을 지배하는 영원무역홀딩스라는 지주사를 설립했는데요. 다만 영원무역홀딩스는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회사는 아닙니다.
영원무역홀딩스의 최대주주는 29.39%의 지분을 갖춘 YMSA라는 비상장회사로 확인되는데요.
영원무역홀딩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성래은 부회장이 YMSA의 최대주주로 있습니다.
성래은 영원그룹 부회장이 2025년 4월11일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한국패션협회 창립 40주년 기념사를 발표하고 있다. 성 부회장은 한국패션협회장이다. /사진=한국패션협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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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부회장은 YMSA 지분의 50.10%를 보유하고 있는데요. 2023년, 영원그룹이 허위자료 제출로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에서 비껴가 있는 기간, 성 회장이 49.9%의 지분을 갖고 있다가 둘째 딸에게 증여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성 부회장은 수백억원에 달하는 지분 상속세를 내야 했는데 이를 계열사인 YMCA로부터 빌려 납부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 과정에서 영원그룹은 승계 부당 지원 혐의로 공정위 조사를 받기도 했는데요. 성 회장이 비상장사인 YMSA를 딸의 경영권 승계와 상속재원 마련을 위한 장치로 적절히 활용한 셈입니다.
◇영원그룹, '부녀 경영'서 '모녀 경영' 준비 ?
현재 성 회장의 세 딸 중 경영에 별 관심이 없는 첫째(성시은)를 제외하고 둘째 성래은 부회장과 성가은 사장은 영원그룹의 핵심 계열사에 자리를 잡았는데요.
먼저 성래은 부회장은 2016년부터 영원무역홀딩스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으며 2022년 영원무역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해 사실상 아버지 뒤를 이어 영원그룹을 대표하게 됐습니다.
1978년생인 성 부회장은 '영원그룹 부회장'이란 자리를 발판 삼아 활발한 대외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현재 한국경제인협회 부회장, 한국패션협회 회장 등의 명함을 갖고 있습니다.
셋째 성가은 사장은 노스페이스 사업을 전개하는 영원아웃도어 대표를 맡고 있는데요. 2004년 일본과 합작회사였던 골드윈코리아(현 영원아웃도어)에 입사한 뒤 경영지원팀, 그룹마케팅을 거치며 경영수업을 쌓고 전무, 부사장을 거쳐 지난해 사장이 됐습니다.
성기학 회장과 두 딸의 '부녀 경영' 체제는 이제 모녀 경영으로 변화될 조짐이 보이는데요.
성래은 부회장이 계열사 지분을 딸 구서진씨에게 증여하며 3세 경영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진씨는 지난해 영원무역홀딩스 최대주주 특수관계인에도 이름을 올린 것으로 확인되는데요.
영원무역홀딩스가 지난해 3월 공시한 사업보고서. 최대주주에 성기학 회장의 손녀딸이자 성래은 부회장의 딸인 2008년생 구서진씨가 이름을 올렸다. /사진=영원무역홀딩스 사업보고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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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영원무역홀딩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 최대주주는 성래은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YMSA(29.09%)와 성기학 회장(16.77%), 성래은 부회장(0.03%), 성 회장 형수인 김희진(0.21%) 씨 등입니다.
특히 성래은 부회장 딸 2008년생 구서진씨도 주식 550주를 갖고 있는데요. 서진씨의 지분이 아직은 미미하지만 어머니인 성래은 부회장이 광고홍보계열사 '래이앤코'의 지분 일부를 딸 서진씨에게 증여한 정황을 감안할 때, 영원그룹의 차기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입니다.
일각에서는 그간 고의적인 계열사 신고 누락으로 당국의 감시망을 피해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세습해온 영원그룹 등에 대해 공정위가 감시와 규제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규제 회피가 지속되면 중소기업 성장 제한과 시장 불공정 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면서 "공정위의 점검 강화가 필요한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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