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존비즈온이 위치한 더존을지타워 전경 [사진=더존비즈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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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진 상장폐지를 발표한 더존비즈온을 두고 사모펀드가 우량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이 달라질 지 관심이 쏠린다. 그동안 M&A 과정에서 소외됐던 소액주주들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이뤄질지가 관건이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EQT파트너스의 국내 투자법인 도로니쿰 주식회사는 23일 주식회사 더존비즈온의 잔여 보통주 1815만8974주를 주당 12만원에 사들이는 공개매수를 공식 개시했다.
공개매수 기간은 2026년 3월 24일까지 30일간이며, 결제는 3월 26일 이뤄진다.
이번 공개매수의 핵심은 가격 결정 방식이다. EQT파트너스는 지난해 11월 6일 최대주주인 김용우 회장과 재무적 투자자(FI) 신한밸류업제일차 주식회사 등으로부터 지분을 인수하면서 주당 12만원을 적용했다.
이와 동일한 가격을 일반 소액주주에게도 제시했다.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대주주에게만 지급하던 경영권 프리미엄을 소액주주에게도 동등하게 적용한 이례적 사례로 평가된다.
◇2179억 베팅…EQT, 소액주주까지 같은 값에 모신다
도로니쿰 주식회사는 2025년 10월 23일 EQT파트너스가 국내 인수 목적으로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EQT파트너스의 모기업인 'EQT 그룹'은 리멤버앤컴퍼니, 애큐온캐피탈 등 국내 기업을 포함해 전 세계 390개 포트폴리오 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도로니쿰은 이번 공개매수에 앞서 지난해 11월 6일 더존비즈온 최대주주 측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매도인은 김용우 회장(보통주 677만1184주), 신한밸류업제일차 주식회사(보통주 311만552주), 신한더존위하고제일차 주식회사(제1종우선주 72만2117주), 신한더존위하고제이차 주식회사(제1종우선주 36만1056주)다. SPA에 따른 총 매수 대금은 주당 12만원 기준 1315억7890만8000원이다.
이번 공개매수 대상은 위 SPA 대상 지분과 자기주식(235만4110주)을 제외한 잔여 보통주 1815만8974주 전량이다. 응모율에 관계없이 청약된 주식 전부를 현금 매수한다.
최대 소요 자금은 2179억757만880원이다. 공개매수 자금 조성은 자기자금 436억3873만8000원, NH투자증권 차입금 1745억5495만원으로 구성됐다. 차입 금리는 최소 고정 연 5.20%이며, 차입일은 3월 20일, 만기는 9개월이다.
공개매수가 12만원은 공개매수 직전 영업일인 2월 20일 종가 9만6000원 대비 25.0% 할증된 가격이다. 직전 1개월 가중산술평균주가(9만519원) 대비 32.6%, 직전 2개월 가중산술평균주가(9만624원) 대비 32.4%, 직전 3개월 가중산술평균주가(9만721원) 대비 32.3%의 할증이 적용됐다.
공개매수가 목표를 달성해 상장폐지에 필요한 지분(자기주식 제외 유통주식의 95% 이상)을 확보하면, 도로니쿰은 자발적 상장폐지 신청과 함께 포괄적 주식교환 또는 지배주주에 의한 소수주주 주식 전부 취득 절차를 통해 더존비즈온을 완전자회사로 편입할 계획이다.
◇매출 13%·영업익 22% 껑충…EQT가 탐낼 만
1977년 설립해 1988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더존비즈온은 국내 대표 기업용 소프트웨어(ERP) 및 클라우드 전문기업이다.
중소기업부터 대기업까지 ERP, 클라우드 서비스, 전자금융 서비스(전자세금계산서 발행·결제), 그룹웨어 등을 제공한다. 나이스평가정보로부터 2023년 이후 4회 연속 'AA-' 신용등급을 받았다.
실적 측면에서 더존비즈온은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연결기준 매출액은 2023년 3546억3080만원에서 2024년 4023억3239만원으로 13.4%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723억6496만원에서 880억6405만원으로 21.7% 늘었다.
직전 12개월(2025년 3분기 기준) 연결 매출은 4306억원, 영업이익은 1110억8000만원으로 개선 폭이 더욱 확대됐다. 클라우드 전환 효과가 본격화하면서 수익성이 가파르게 오르는 구조다.
이 같은 실적 흐름은 주가에도 반영됐다. 더존비즈온 주가는 2023년 2만5000원~4만원대에 머물다가 2024년 7만5900원, 2026년 들어 9만8000원까지 올랐다.
지난해 11월 7일 최대주주 지분 거래 공시 이후 추가 지분 거래 기대감으로 주가가 한 단계 더 뛰었다. 연간 거래량 기준 가중산술평균주가는 2023년 3만5643원, 2024년 5만5708원, 2025년 7만4990원으로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락앤락 소액주주 반란이 바꾼 판…더존은 달랐다
이번 자진 상장폐지를 금융투자업계가 주목하는 이유는 바로 공개매수가격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 M&A 시장에서는 대주주 지분에만 경영권 프리미엄이 지급되는 관행이 굳어져 있었다.
지분 양수도 방식의 M&A에서 인수자는 경영권 확보를 위해 대주주 지분에 시가 대비 수십 퍼센트의 프리미엄을 얹어 매수하는 반면, 소액주주 지분은 매수 대상에서 아예 제외하거나 낮은 가격에 사들이는 경우가 잦았다.
이 문제가 두드러지게 드러난 사례가 2024년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의 락앤락 자진 상장폐지 공개매수다.
어피너티는 기보유 지분 69.6%를 바탕으로 소액주주를 대상으로 한 공개매수를 주당 8750원에 진행했다.
당초 대주주 지분을 인수할 때 적용한 가격과의 격차가 크다는 이유로 소액주주들의 거센 반발이 일었고, 결국 상장폐지까지의 절차가 순탄치 않았다.
이번 더존비즈온의 경우는 접근 방식이 다르다.
EQT파트너스는 SPA를 통해 대주주 지분을 12만원에 취득하는 동시에, 소액주주 잔여 지분 전량에도 동일한 12만원을 제시했다. 최대주주와 소액주주 간 가격 차별 없이 경영권 프리미엄을 공유한 셈이다.
앞서 MBK파트너스의 오스템임플란트 인수 사례와 더불어, 대주주와 소액주주에게 동일 가격을 적용한 드문 사례로 꼽힌다.
EQT가 이처럼 '동일 가격' 원칙을 자발적으로 선택한 배경에는 변화한 국내 자본시장 환경이 있다.
행동주의 펀드 활성화와 소액주주 권리 의식 향상으로, 대주주 지분과 동일한 수준의 가격을 제시하지 않고서는 자발적 상장폐지에 필요한 지분(유통주식 기준 95% 이상)을 확보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베인캐피탈의 에코마케팅 인수, 한앤컴퍼니의 SK디앤디 인수 등에서도 소액주주들이 낮은 공개매수 가격에 응모를 거부하며 상장폐지 완료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렸다.
◇주가 오를 일만 남았는데…미래 수익은 EQT 몫
한편 공정한 가치 배분이라는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우량 기업이 증시를 이탈한다는 구조적 문제가 남는다.
더존비즈온은 현재 클라우드 전환과 AI 활용 비용 절감 효과가 실적에 본격 반영되는 시점에 있다. 직전 12개월 기준 영업이익 1110억8000만원은 2년 전(2023년, 723억6496만원) 대비 53.5% 이상 늘어난 수치다.
문제는 이 성장 사이클이 아직 초입이라는 분석도 나오는 시점에 비상장 전환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공개매수설명서는 상장폐지 목적에 대해 "단기 주가 변동성 및 일반주주 관리 등 부담을 완화하고 대상회사의 장기적인 성장전략에 집중하기 위함"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는 PEF가 인수 후 상장폐지를 추진할 때 일반적으로 내세우는 이유다. 상장사는 공시 의무, 주주총회, 분기 실적 발표 등 외부 관리 부담이 크고, 공개시장의 시선을 의식해야 하는 만큼 과감한 자본 재편에 제약이 따르기에 PEF 입장에서는 장점이 적다.
문제는 일반 투자자 시각이다.
공개매수에 응해 지금 주식을 팔면 현재 시점 기준의 공정한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상장폐지가 완료되면 AI·클라우드 사업이 안착하면서 발생할 미래의 이익과 기업 가치 상승분은 EQT 단독 주주에게 귀속된다. 공개 시장에서 더존비즈온의 성장에 동참할 기회가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법 만들기도 전에 시장이 먼저 움직여
한편 이번 거래는 현재 국내 자본시장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의무공개매수제도(MTO) 입법 논의의 맥락과 맞닿아 있어 주목받고 있다.
의무공개매수제는 어떤 투자자가 상장사 지분 25% 이상을 취득해 최대주주 지위를 갖게 될 경우, 소액주주 지분도 동일한 가격(경영권 프리미엄 포함)으로 의무 매수하도록 강제하는 규제다.
영국, 독일 등 주요 선진국에서 이미 시행 중이며, 국내에서는 현재 잔여 지분 '전량(100%)'을 매수하게 할지, '50%+1주'까지만 의무화할지를 두고 금융당국과 국회가 입법 방식을 논의 중이다.
EQT는 이 제도가 법제화되기 이전임에도 자발적으로 100% 동일 가격 공개매수를 선택했다.
법적 의무 없이 이를 실행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변화한 시장 분위기 때문이다. 제도 도입 논의가 무르익은 지금, 소액주주들이 경영권 프리미엄을 공유받지 못하는 공개매수에는 응하지 않는 실질적 압력이 시장 안에서 이미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향후 의무공개매수제가 입법화되면, 대주주만 경영권 프리미엄을 독식하는 거래 관행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인수 비용이 크게 증가하면 M&A 활동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부작용도 있다. 더존비즈온처럼 실적이 좋은 기업일수록 공개매수 가격이 올라가고, 결과적으로 투자 부담이 커진다. 이는 PEF의 수익률 구조에 영향을 미쳐 일부 거래가 성사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보다 더 장기적인 문제는 우량 상장사의 엑소더스(탈출)다.
상장 유지에 따른 공시·감시·주주 관리 비용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비상장 전환을 통해 이를 회피하려는 유인이 커질 수 있다. 건전한 기업들이 공개 시장을 떠나면 국내 주식시장의 투자 매력과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 더존비즈온 사례는 M&A 과정에서의 주주 평등 원칙 구현과, 우량 기업을 공개 시장에 붙잡아 두기 위한 규제 환경 정비가 동시에 요구된다는 과제를 자본시장에 던지고 있다"며 "시장과 제도가 함께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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