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윤 당근 커뮤니티실 리드 / 사진=배수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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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이라는 자연 재해를 맞닥뜨린 아파트 속 이야기를 그린다. 차가운 시멘트 벽으로 둘러싸인 공간이지만, 그 안에서 이웃들은 갈등을 겪고 연대하며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간다. 점점 각자의 문을 닫고 살아가는 오늘날 우리의 모습을 반영하면서도 결국 삶을 지탱하는 건 가장 가까운 이웃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현실 속 아파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엘리베이터에서 스쳐 지나가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 서로의 안부를 묻게 되는 공간. 이런 일상의 접점을 커뮤니티로 옮기는 것은 물론, 소통을 확대하려는 시도가 있다. 당근이 지난 4일 전국에 공식 출시한 당근 '아파트'다. 같은 단지에 사는 주민끼리 생활 정보를 공유하고 도움을 주고받는 아파트 전용 커뮤니티로, 동네 기반으로 쌓아온 신뢰를 가장 익숙하고도 익숙한 생활 공간으로 끌어들였다.
이웃 간 장벽 낮추는...당근 '아파트' 커뮤니티
24일 테크M과 만난 이정윤 당근 커뮤니티실 리드는 당근 '아파트'를 '미니 당근'이라고 불렀다. 아파트 입주민과의 접점을 강화해 단순한 소통 창구를 넘어 입주민의 일상과 일상을 연결하는 매개체가 되겠다는 의미다. 이정윤 리드는 아파트 커뮤니티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 이 리드는 원래 프론트엔드 개발자였다. 사용자와 가장 맞닿아 있는 화면을 만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유저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고, PM으로 직군을 전환했다.
이 리드는 아파트 커뮤니티가 단순하면서도 필수적이라는 생각에서부터 시작됐다고 전했다. 그는 "집 앞에 경찰차가 온 순간, 밤에 갑자기 아기 기저귀가 필요한 순간 등 우리 생활과 밀접한 부분을 해결해줄 수 있는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한국에 이같은 애로사항을 해소할 수 있는 서비스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당근이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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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아파트 서비스가 주차·관리 등 유틸리티에 집중했다면, 당근 아파트는 '사람'에 초점을 맞췄다. 입주민은 위치 인증을 거쳐 가입하고, 정부24 연동을 통한 실거주 인증을 완료하면 전용 비공개 채팅방에도 참여할 수 있다. 단지 게시판에서는 생활 질문과 답변이 오가고, 나눔이나 중고거래도 이뤄진다. 같은 단지 주민끼리의 '문고리 거래'를 통해 거래에 대한 신뢰감이 높아지고 심리적 안정감도 커진다.
이 리드는 "당근은 중고거래로 시작한 만큼 거래에 대한 니즈가 많다"며 "특히 아파트 중고거래 나눔의 경우 같은 단지 주민을 한정해서 나누는 만큼 밀접한 소통이 심리적 허들을 낮춰 아이가 쓰던 장난감 등을 쉽게 나누고 온기를 전하는 사이클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인공지능(AI) 기능이다. 단지 채팅방에 찍어 올린 엘리베이터 안내문을 AI가 읽어 게시글로 정리해준다. 분리수거 변경이나 단수 공지처럼 지나치기 쉬운 정보를 다시 한 번 알려주는 기능이다. 질문 글에는 AI인 '단지봇'이 1차 답변을 달고, 주민들에게 한 번 더 알림을 보내는 방식이다.
예컨대 입주민이 아파트 관리 사무소 정보를 일일이 찾아보지 않아도 당근 아파트 커뮤니티에 "관리사무소 전화번호가 무엇인가요?"라고 질문하면 단지봇이 관리사무소 전화번호를 남겨준다.
지나치기 쉬운 단수 공지...'단지봇'으로 빠르게 확인하자
이처럼 당근 아파트는 다양한 기능과 폭넓은 소통 방식 구현으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서비스 오픈 2주 만에 국토교통부 공동주택관리 정보시스템(K-apt)에 등록된 100세대 이상 아파트 중 70% 단지가 오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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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 아파트 커뮤니티를 전국 오픈에 성공, 성과를 내기까지의 과정은 치열했다. 초기에는 아파트 단지를 일일이 '폴리곤'으로 그려야 했다. 폴리곤이란 주로 3D 컴퓨터 그래픽에서 점, 선, 면 등으로 물체를 표현하는 방식이다. 개발자들이 수작업으로 아파트 구역별로 점을 찍고, 선을 이어서 구역을 설정하는 방식이었다.
이 리드는 "일일이 수작업으로 그려서는 절대 할 수가 없었는데 당근은 아무래도 지역 기반 서비스인 만큼 지역에 대한 시스템화가 잘 돼있었다"며 "따라서 로케이션 인텔리전스팀이 직접 K-APT 정보를 매칭해서 폴리곤을 한번에 그릴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확장이 가능해지면서 지금의 방대한 데이터를 지닌 아파트 커뮤니티를 오픈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후 마포의 한 아파트 사전점검 현장에 나가 직접 기능의 성능을 확인했다. 이 리드는 "아파트 채팅 기능을 밤새서 만들고 직접 기능을 안내한 전단지를 돌리며 입주민 100명을 모았다"며 "사전 점검 현장이다 보니 입주민끼리 점검 사항을 올리고 공유하는 것을 보고 아파트 커뮤니티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됐고, 해당 아파트는 지금의 아파트 커뮤니티 1호가 됐다"고 당시의 경험을 밝혔다.
'온기'가 도는 플랫폼, 당근에서 일상 나눠요
따스한 소통과 이웃 간 교류를 강화한 결과 당근의 커뮤니티 기능을 찾는 이용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당근에 따르면 지난 1월 커뮤니티 전체 게시글 수는 전년 동기 대비 121% 증가했고, 월간활성이용자 수(MAU)는 36% 늘었다. 모임 일정 생성 수와 참여자 수도 각각 180%, 163%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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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당근'을 만들어 낸 이 리드는 아파트 커뮤니티를 단지 내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상생해 가는 공간으로 만들어가고자 한다. 그는 "이사, 입주 청소, 에어컨 관리처럼 라이프사이클에 따라 필요한 전문가를 단지 안에서 연결하는 방향도 생각 중"이라며 "이사 오는 순간부터 생기는 크고 작은 질문, 급한 일, 기쁜 일과 속상한 일까지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당근은 최근 문을 연 아파트 기능에 더해 '당근 모임' 등도 선보이며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동네 안에 자연스럽게 공유되는 생태계를 만들고자 한다. 이 리드는 "모임은 지인모임, 비지인모임이라고 보는데 당근은 비지인모임을 추구한다"며 "최근 '경찰과 도둑' 이른바 '경도'라는 재미있는 유행이 있었는데 정말로 10~60대까지 아우를 수 있는 모임이 활성화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리드는 "요즘은 이사가 잦고 1인 가구도 많다. 동네에 적응하느라 쓰는 시간이 아깝지 않도록, 빠르게 소속감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고 밝혔다.
결국 당근이 지향하는 것은 따뜻한 커뮤니티다. 입주민이, 동네 이웃이 나누는 이야기 바탕에는 나눔과 온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당근의 철학이다. 엘리베이터 공지 한 장을 공유하는 것에서 시작된 연결이, 아파트 담장을 넘어 동네 전체의 온기로 번지기를 바라본다.
배수현 기자 hyeon237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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