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조원대였던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대위변제금 규모가 2025년 1조7935억원으로 줄었다. 절반이 감소한 셈인데, 이 때문에 전세사기 위기가 끝나간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HUG가 집주인이 주지 못한 보증금을 내줄 만큼 내줬다는 판단에서다. 정말 그럴까. 악덕 집주인은 정말 사라졌을까. 두편에 걸쳐서 답을 찾아보자.
HUG가 운영하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제도의 대위변제금 규모가 지난해 크게 감소했다. [사진 |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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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위기가 마치 끝난 것 같은 분위기다. 근거는 전세대위변제금이 2024년 3조원에서 2025년 1조4000억원으로 크게 줄었다는 거다(주택도시보증공사ㆍHUG). 전세대위변제금이란 HUG가 임대인을 대신해서 임차인에게 돌려준 보증금을 말한다.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많이 돌려줬으니 전세사기 위기도 마무리 국면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얘기다.
실제로 전세사기피해자 인정 신청 건수도 감소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5년 4월 1905건(인정비율 45.9%ㆍ874건)에서 2025년 12월 1375건(48.0%ㆍ664건)으로 줄었다. 재신청 후 승인 비율도 같은 기간 12.6%에서 7.7%로 크게 떨어졌다. 이의를 제기하는 비중이 그만큼 줄었단 얘기다.
박효주 참여연대 주거조세 팀장은 "단순 숫자로만 보면 전세사기의 인정 횟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참고: HUG는 2013년부터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제도를 운영해왔다. 전세계약 체결 후 임차인이나 임대인이 반환보증제도에 가입하면 이후 임대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는 상황에 처할 때 HUG가 나서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내준다. 이렇게 HUG가 대신 내준 보증금이 전세대위변제금이다. 임대인은 훗날 이를 HUG에 갚아야 한다.]
■ 상습 채무불이행자 명단의 함의 = 표면적으로 전세사기가 어느 정도 해결됐음을 보여주는 지표는 또 있다. HUG가 공개하는 '상습 채무불이행자' 명단이다. 2023년 국회 발의로 일부 개정한 주택도시기금법 34조의5에 따르면, HUG는 전세보증금 관련 채무가 있는 집주인들의 이름ㆍ나이ㆍ주소를 공개할 수 있다. 조건은 네가지다.
첫째, HUG가 집주인으로부터 받아내야 할 채무, 이를테면 '대위변제금'이 존재할 때다. 둘째, 이 채무가 발생하기 3년 내에 또 다른 보증금을 사유 없이 반환하지 않았을 때다. 셋째, 해당 임대인의 구상채권액(임대인이 HUG에 갚아야 할 돈)이 집의 숫자와 무관하게 2억원 이상일 때다. 마지막 조건은 HUG가 이 채권을 기초로 강제집행이나 보전처분을 신청했거나 그 효력이 발생했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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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네 조건이 모두 충족되면 명단이 공개된다. 2025년 9월 기준 총 1868명, 이들이 이행하지 않은 채무는 3조141억원에 달한다. 공식적으로 HUG가 전세사기와 맞닿아 있는 '상습 채무불이행자' 집주인의 명단을 이만큼 확보했으니, 위험요인이 상당부분 해결된 듯하다. 더구나 이들의 채무 발생시기는 1868건 중 87.5%(1634건)가 2023년에 쏠려 있다.
■ 법망 빠져나가는 우회로 = 그렇다면 전세사기의 위험수위가 '안전한 수준'까지 내려온 걸까. 꼭 그런 건 아니다. '상습 채무불이행자' 명단에 빈틈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명단엔 언급했듯 '3년 내에 다른 발생이 존재하는' 임대인만 올라간다. 2024년이나 2025년에 문제가 처음 발생했다면 명단에 오르지 않는다. 이런 유형의 임대인은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았어도 세입자가 알 방법이 없다는 거다.
둘째, 명의변경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집주인이 이름을 바꾸거나 가족의 이름을 빌려 임대사업을 한다면 전세사기의 가능성이 잔존한다. 특히 상습 채무불이행자 가운덴 법인이 65개에 달한다. 대부분 건설사다. 법인을 접고 다른 사람을 대표자로 삼아 새로운 법인을 만든다면 임차인들은 해당 법인이 전세 사기와 관련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 완전무결하지 않은 명단 = 그렇다고 상습 채무불이행자 명단이 '완전무결'한 것도 아니다. 임대인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명단의 의미 자체가 사라진다. 그게 얼마나 될까. 실제 전세 계약 건수와 전세보증금 반환보증금 가입 건수를 비교해보자.
서울시와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따르면, 2025년 서울 비아파트 주택 전세 거래는 10만7249건. 그중 전세보증금 반환보증금에 가입한 건수는 5만9291건에 불과하다. 비중으로 따지면 55.2%가 상습 채무불이행자 명단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얘기다.
전세사기가 줄었다고 확신할 수 없는 이유는 또 있다. 법적 공백이다. 무엇보다 임대인의 미납 국세 열람은 여전히 맘대로 할 수 없다. 신탁사와 맺는 전세 계약 이후에야 가능하다.
[자료 | 서울시ㆍHUG, 참고 | 반환보증보험 가입 기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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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막기 위해 국회에서 신탁법 일부개정법률안(문진석 의원 대표발의), 국세징수법 일부개정법률안(한창민 의원 대표발의) 등을 발의했지만 아직 소관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외국인 임대인의 해외출국을 막을 수 있는 주택도시기금법 일부개정안(엄태영 의원 대표 발의)도 국회 본회의에 가지 못했다.
이처럼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전세 계약은 여전히 많고, 법망의 구멍마저 메워지지 않았다. 안심하고 전세계약을 맺기에는 아직 빈틈이 많다. 그렇다면 공공이 이 빈틈을 혼자서 채울 수 있을까. 민간이 공공 대신 '악덕 집주인'을 알아낼 순 없을까. 이 이야기는 '악덕 집주인은 정말 사라졌나' 2편에서 이어나가보자.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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