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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26 (목)

    조현범 회장의 등기 임원 사퇴, 왜?[재계 IN&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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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웨이

    그래픽=박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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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웨이 신지훈 기자]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이 지주사 한국앤컴퍼니 등기임원직에서 물러났다. 형제 간 경영권 갈등이 이사회 운영과 법적 분쟁으로 번지는 상황에서 나온 결정이다. 조현범 회장이 최대주주 지위는 유지하고 있어 지배력에는 변화가 없지만, 이사회 책임 구조에서 한 발 물러섰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상징성을 지닌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조현범 회장은 지난 20일 한국앤컴퍼니 대표이사와 사내이사직을 자진 사임했다. 이에 따라 회사는 기존 조현범·박종호 각자 대표 체제에서 박종호 대표이사 사장 단독 체제로 전환됐다. 다만 조 회장의 그룹 회장직은 계속 유지된다.

    이번 사임은 최근 재점화된 형제 간 분쟁과 무관치 않다. 갈등의 출발점은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양래 명예회장이 보유하던 지분 23.6%를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차남인 조 회장에게 넘기면서 승계 구도가 확정됐고, 이에 장남 조현식 전 한국앤컴퍼니 고문과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 등이 반발하며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2023년 3월 조 회장이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되자 조 전 고문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공개매수를 통해 경영권 탈환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조 명예회장과 효성그룹 등 우군의 지원 속에 조 회장이 약 48%에 달하는 지분을 확보하며 경영권을 방어했다.

    그럼에도 조 전 고문 측은 30%의 지분을 갖고 이사회 안건에 대해 비토권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회사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최근에는 법적 분쟁도 벌이고 있다. 조 전 고문이 한국앤컴퍼니를 상대로, 조 회장이 사내이사인 자신의 보수 한도를 정하는 주주총회 안건에 찬성표를 던진 이른바 '셀프 승인' 결의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달 1심 법원은 원고인 조 전 고문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11월에는 한국앤컴퍼니 주주연대가 조 회장이 구속 기간 중 거액의 보수를 받았다며 회사에 50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주대표 소송을 제기했다. 주주연대에는 조 전 고문도 참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앤컴퍼니 측은 "가족 간 갈등이 이사회 운영과 연결되면서 절차적 논란이 발생했다"며 "(조 회장이 사임한 것은) 경영진과 이사회가 본연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대표이사와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남으로써 이해상충 및 책임 논란의 당사자 지위를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재계에서는 이번 결정을 두고 상반된 평가가 공존한다. 한쪽에서는 오너 리스크를 관리하고 이사회 독립성을 부각하려는 선제적 대응으로 본다. 형제 간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기업가치와 대외 신뢰도에 부담이 될 수 있는 만큼, 이사회 중심 경영 체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무게를 옮겼다는 것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최대주주 지위와 그룹 회장직을 유지하는 만큼 갈등의 구조적 해소와는 별개 사안이라는 지적도 있다. 통상 오너 경영 체제에서 등기이사직은 지배력의 상징적 장치로 기능한다. 등기이사는 이사회 의사결정에 대한 법적 책임 주체이기도 하다. 조 회장의 이번 선택은 지배력은 유지하되 법적·절차적 책임의 전면에는 서지 않겠다는 구조적 조정에 가깝다는 해석이다.

    현재 지분 구조만 놓고 보면 조 회장의 경영권은 안정적인 상태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조 회장의 한국앤컴퍼니 지분율은 42%이며, 특수관계인 지분을 포함하면 47%를 웃돈다. 반면 조 전 고문 측 우호 지분은 약 30% 수준으로 격차가 적지 않다. 미등기 회장 체제에서도 전략 방향 설정이나 주요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는 분석이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세 가지다. 첫째는 관련 소송의 항소심 결과다. 1심 판단이 확정될 경우 이사회 의사결정 구조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둘째는 주주총회에서의 표 대결 가능성이다. 조 전 고문 측이 추가적인 지분 결집에 나설지 여부가 변수다. 셋째는 이사회 구성 변화 여부다. 사외이사 선임과 위원회 재편 방향에 따라 지배구조 개편 논의가 재점화될 수 있다. 실제 주주연대는 정관 개정을 비롯해 사외이사 후보를 제안하며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 표대결을 예고한 상태다.

    결국 이번 사임은 경영권 변동이라기보다 지배구조 운영 방식의 조정에 가깝다. 수치상 지배력은 유지하되, 법적·절차적 책임 구조를 재정비한 셈이다. 형제 간 갈등이 완전히 종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 회장의 이번 결정이 분쟁의 소모전을 줄이고 경영 안정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또 다른 갈등의 시발점이 될지는 추가 변수에 달릴 전망이다.

    신지훈 기자 gamja@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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