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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26 (목)

    같은 추락사인데 징역·집유…“안전관리 등 감경 기준에 넣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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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형 기준 없는 중처법]

    올해 기소 100건 육박 관측 속

    저울 없는 ‘죄의 무게’ 판결에

    피해자·피고인 모두 납득 못해

    양형위 지난달 기준 마련 나서

    전문가 “가중·감경 요인 담아

    처벌 중심의 패러다임 전환을”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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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조계 안팎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과 관련한 양형 기준 설정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는 재판부에 따라 달라지는 고무줄 판결을 막아 법적 안정성을 높이고 감형 기준을 마련, 기업들이 안전 조치 등 예방 활동을 강화해 중처법의 실효성을 높이자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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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대검찰청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처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건은 97건으로 올해는 100건을 돌파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해마다 200~300건가량 재판에 넘겨지고 있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건만큼 사건 수가 늘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은 212건이다. 2023년 394건에 이어 2024년에도 315건을 기록하는 등 다소 줄고 있는 추세지만 해마다 200건 이상이 재판에 넘겨지고 있다.

    문제는 산업안전보건법과 달리 중처법의 경우 여전히 양형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건의 경우 2016년 7월 1일부터 양형 기준이 설정돼 시행 중이다. 산업안전보건 범죄 가운데 사업주의 안전보건 조치 의무 위반의 경우 기본형은 6월~1년 6개월이지만 가중 요소 적용 시 1년~2년 6개월, 감경 요소가 반영되면 4~8월로 처벌 수위가 낮아질 수 있다. 또 근로자가 사망한 때의 기본형은 1년~2년 6개월이지만 가중 요인이 적용되면 2~5년으로, 반대로 감경 요인이 감안되면 형량은 6월~1년 6개월로 바뀔 수 있다.

    반면 중처법 위반 사건은 지난해 기소 건수가 100건에 육박했지만 양형 기준이 없는 탓에 피해자와 피고인 모두 재판부의 판결을 납득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대법원은 지난해 9월 협력 업체 직원이 작업 과정에서 추락해 사망한 사건과 관련, 삼강에스앤씨 전 대표이사 A 씨와 법인에 대해 각각 징역 2년과 벌금 20억 원을 선고했다. 반면 인천지법은 같은 해 10월 현장 근로자의 추락·사망 사고로 기소된 금속 가공 제품 제조 업체 대표 B 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바 있다. 같은 사망 사고가 발생했지만 한 쪽은 징역형을, 한쪽은 집행유예를 받은 셈이다.

    한 노동 전문 변호사는 “근로자 사망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만큼 중처법 위반 사건 기소 건수는 해마다 급증할 수 있다”며 “양형 기준이 설정돼 있지 않다 보니 재판부에 따라 징역형·벌금 등 처벌 수위의 편차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법원 안팎에서 양형 기준 마련의 필요성이 제기되자 대법원 양형위원회도 지난달 12일 전체회의를 열고 관련 작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이에 법조·산업계 안팎에서는 중대재해 사전·사후 조치 등을 감경 사유로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존 판례에서도 중대재해 발생 이전은 물론 이후의 안전 조치 등 적정한 대응에 나섰는지를 처벌의 수위를 결정하는 데 반영해왔기 때문이다.

    실제 인천지법은 지난해 11월 중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C사 대표이자 경영 책임자인 D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면서 피해자 유족과의 원만한 합의 및 처벌 불원과 함께 산업안전진단협회의 안전진단 결과 보고서에 따라 사업장 문제점을 개선한 점을 감형 사유로 제시했다. 또 정기적 안전 교육을 실시하는 등 안전보건관리 조치를 강화한 점도 유리한 사유로 꼽았다.

    노동 분야의 한 변호사는 “기업에서는 중대재해가 발생한 부분은 물론 유사한 공정에 대해서도 사고 원인을 파악하는 등 공장 전체 시스템에 대해 점검한 뒤 개선 조치에 나선다”며 “특정 공정에서 사고 위험성을 제거한다는 측면에서 자발적으로 사전·사후 조치에 착수한 부분은 충분히 형의 감경 사유로 인정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안전관리 조치 강화 등을 양형 기준에 포함하도록 하는 것이 처벌 위주의 현행 중처법으로 막지 못하고 있는 안전 사고 급증에 제동을 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도 “양형 기준 마련이 직접적으로 관련 사건을 줄이지는 못하지만 간접적으로는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처벌 중심의 중처법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안현덕 법조전문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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