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 기준 없는 중처법]
시행 후 173건 중 약식 기소는 제로
자본금 없는 중기, 사고 땐 폐업 위기
대비 가능토록 최소한 양형기준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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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2022년 중처법 시행 이후 기소 건수는 173건에 달하지만 이 가운데 약식기소(벌금형)는 단 한 건도 없다. 약식기소란 검찰이 피의자를 정식 재판에 넘기지 않고 서면 심리만으로 벌금이나 과태료를 부과해달라고 법원에 청구하는 절차를 뜻한다. 중처법 위반의 경우 근로자 사망에 따른 안전조치 미흡 등이 주된 혐의라 통상 약식기소가 아닌 정식 재판에 넘기고 있다는 게 사정 당국 관계자의 설명이다.
중처법은 정식 재판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자금력이 약한 소규모 기업들은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유족 합의금에 변호사 선임 비용까지 ‘이중고’에 빠지다 보니 결국 법적 대응 자체를 포기하는 사태까지 속출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 소규모 기업의 경우 수사 단계에서 적극적 변론에 나서기보다 자포자기한 상태로 죄를 인정해 형을 낮추려는 이른바 ‘자백 전략’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용 부담으로 국선 변호인에게 사건을 맡기는 사례도 많다. 자금력이 부족한 근로자 10~20명의 기업은 전문성 있는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아 국가 지원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100% 정식 재판에 넘겨지는 상황에서 소규모 기업의 부담을 줄이고 사고 후에도 회사를 운영해나가기 위해서는 양형 기준 마련이 최소한의 조치라는 설명이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양형 기준이 죄의 무게를 다르게 할 수 있어 피의자 입장에서는 향후 재판에 대처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로 꼽힌다”며 “하지만 중처법 위반 사건은 죄의 무게를 재는 기준인 양형 기준조차 없다 보니 피의자들이 여러 변호인을 선임해 재판에 대응하는 등 변호사 비용만 늘게 하는 결과만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 분야의 한 변호사도 “중처법 위반 사건은 민형사상 소송은 물론 (노동청) 제재까지 고려해야 해 변호사와 노무사의 조력을 함께 받아야 한다”며 “이 경우 대형 법무법인의 문을 두드려야 하지만 자금력이 좋지 않은 중소기업에는 ‘그림의 떡’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안현덕 법조전문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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