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살인 앞서 ‘실험’ 성격”
서울 강북구 수유동 모텔에서 남성 2명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20대 여성 A씨가 12일 서울북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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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구에서 발생한 ‘모텔 연쇄 살인 사건’과 관련 전문가는 “본격적인 살인에 앞선 ‘실험’ 성격이었다”고 분석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24일 CBS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20대 여성 A씨의 1차 범행에 대해 “남자친구를 대상으로 (범행 도구의 성능을) 실험한 것”이라고 밝혔다.
A씨가 피해자에게 정신과 병원에서 처방받은 ‘벤조디아제핀(수면제)’을 먹이고 남성의 상태 등을 인지한 뒤 추가 살인으로 나아갔다는 게 오 교수 분석이다.
‘벤조디아제핀’은 주로 △항불안 △수면 유도 △근육이완 △항경련 효과를 목적으로 처방되는 신경안정제 계열의 약물이다. A씨가 어떤 이유로 정신과를 방문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A씨는 이 의약품이 섞인 음료로 20대 남성 3명을 죽거나 다치게 한 혐의로 지난 19일 구속 송치됐다.
다행히 1차 범행 대상이었던 남자친구 B씨는 음료를 마신 뒤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옮겨졌다가 회복했다.
이후 A씨는 같은 수법으로 2차, 3차 범행을 저질렀고 1차 때 실패와 달리 살인으로 이어졌다. 3차 범행은 A씨가 용의선상에 오른 뒤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오 교수는 “(1차 범행 이후 A씨는) 메시지를 던져서 거기에 끌려 들어오는 남성들을 대상으로 해서 범행을 했다”며 “(피해 남성들은 A씨에게) 좋은 먹잇감이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경찰이 이미 자신을 특정했기 때문에 한 명이라도 더 범행하는 쪽으로 결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오 교수는 A씨의 범행 동기에 대해 “인간관계를 조종 및 통제하려고 하는 욕구가 극단적으로 기이하게 변질된 형태로 발현된 것”이라고 봤다.
오 교수는 △A씨가 중학교를 중퇴하고 고등학교에서도 퇴학당한 점 △‘도벽이 있었다’거나 ‘주변 사람들을 이간질 시켰다’는 주변인 진술이 나온 점 등을 근거로 이같이 분석했다.
오 교수는 “(A씨의 범행은) 일종의 충동 통제 장애를 의심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A씨는 현재 살인·특수상해·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A씨는 지난해 12월 14일 오후 11시 23분쯤 첫 번째 상해 피해자인 20대 초반 남성 B씨와 경기도 남양주시 소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당시 두 사람은 교제 중이었는데 A씨는 주차된 차 안에서 B씨에게 ‘피로회복제’라며 성분 불상의 음료를 건넸다.
이를 마신 B씨는 약 20분 뒤 의식을 잃었다. A씨는 B씨의 부모에게 연락한 뒤 B씨를 병원으로 이송했다.
이후 A씨는 지난달 28일 오후 9시 20분쯤 두 번째 피해자인 20대 초반 남성과 함께 강북구 수유동 소재의 한 모텔에 동반 입실했다.
모텔 객실에 들어선 A씨는 벤조디아제핀계 수면제를 탄 숙취 해소 음료를 남성에게 건넸다.
술을 마신 상태였던 남성은 음료를 마시고 정신을 잃었고 다음 날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모텔을 나서면서 남성에게 “(남성이) 술에 너무 취해서 계속 잠만 자니까 나는 먼저 갈게”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이같은 행동에 경찰은 “일반적인 행동은 아닌 것 같다”며 “일종의 알리바이를 남기려고 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세 번째 피해자 20대 중반 남성 C씨는 A씨와 지난 9일 오후 8시 40분쯤 수유동 소재 호텔에 함께 입실했다.
A씨는 이때도 앞선 피해자에게 건넨 것과 동일한 숙취해소제를 C씨에게 먹였다. C씨는 다음 날인 10일 오후 6시쯤 사망한 채 발견됐다.
A씨는 당시 경찰 조사에서 “카페 주차장과 숙박업소 내에서 남성들과 의견 충돌 등을 이유로 숙취해소제에 약물을 섞어 건넸다”며 피해자들이 죽을 줄 몰랐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한편 온라인에서는 A씨의 사진과 실명 등 신상이 무차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경찰은 범행 수단의 잔혹성 요건 등을 충족했다고 보기 어려워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 개최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 A씨에 대한 신상 공개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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