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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25 (수)

    짧지만 진한 味行…호텔, 이 맛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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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쉐린 3스타 셰프의 갈라 디너서

    초고층 전망 즐기며 다이닝까지

    임산부 위한 휴식·식음 프로그램도

    리브랜딩 통해 식음료사업 전면에

    맛있는 한끼 경험…봄의 전령사로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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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말, 계절은 봄을 향해 움직이지만 몸은 아직 겨울의 리듬에 머물러 있다. 새해 업무와 설 연휴 이후 일정이 겹치며 피로가 누적되는 시기다. 호텔업계는 이 시기를 맞아 객실 프로모션 대신 식음료(F&B)를 전면에 내세웠다. 짧게 다녀와도 여행의 기분을 회복할 수 있는 ‘맛있는 한 끼의 경험’에 승부를 거는 것이다.

    호텔이 단순히 ‘묵으러 가는 곳’에서 ‘먹으러 가는 곳’으로 바뀌고 있다. 누적된 피로를 풀고 계절의 변화를 맛보며 짧은 시간 안에 여행의 감각을 되살리기 위해 고객들은 호텔을 찾는다. 금강산도 식후경. 호텔의 봄은 식탁 위에서 먼저 시작된다.

    이 흐름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다. 파르나스호텔은 지난해 9월 기존 인터컨티넨탈 브랜드 호텔을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로 리브랜딩하며 공간 전략을 전면 재정비했다. 객실과 웰니스 콘셉트를 강화하는 동시에 식음 부문을 호텔의 핵심 콘텐츠로 재배치했다.

    리브랜딩과 함께 문을 연 올데이 다이닝 ‘온:테이블(ON:TABLE)’은 기존 뷔페 레스토랑을 전면 개편한 공간이다. 라이브 스테이션을 확대하고 셰프 테이블 서비스와 시즌별 웰컴 코스를 도입했다. 뷔페 특유의 자유로운 동선은 유지하되 미식 코너의 완성도를 끌어올려 경험 중심 다이닝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평가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스시 존의 전면 확장이다. 단순한 코너 운영을 넘어 공간을 넓혀 별도 오마카세 존으로 재구성했다. 또 좌석과 작업 공간을 늘려 셰프 중심의 라이브 운영 체계를 갖췄다. 참치 특수부위와 제철 어종을 상시 선보이며 고객이 원하는 재료를 선택하면 즉석에서 완성해주는 방식이다. 3~4월에는 생참치 해체 퍼포먼스를 정례화하고 사케 페어링을 더해 스시 존 자체를 하나의 체험형 미식 공간으로 끌어올렸다. 접시에 담긴 음식을 고르는 수준을 넘어 조리 과정과 흐름을 함께 경험하도록 설계한 구조다.

    식전 구성에도 계절감을 담았다. 겨울에는 보양식으로 꼽히는 ‘고법불도장’을 웰컴 코스로 내고 애플사이다비니거 칵테일로 입맛을 깨웠다. 봄 시즌에는 체리 블라썸 로즈 칵테일과 아뮤즈부슈, 시그니처 안심 스테이크를 테이블 서비스로 이어간다. 호텔에 숙박하지 않고 해당 식사만을 위해 호텔을 찾는 고객도 늘었다. 다이닝이 객실 수요로 이어지기도 한다.

    프리미엄 뷔페의 상징으로 꼽히는 ‘더 파크뷰’를 운영하는 서울신라호텔 역시 식음 전략을 세분화하고 있다. 최근 태교·가족 중심 패키지를 강화하며 라이프사이클형 마케팅에 나선 것이다. 임산부 고객을 위한 휴식 프로그램과 식음 혜택을 결합해 ‘힐링형 미식 경험’을 강조하는 방식이다. 객실과 스파·레스토랑 이용을 묶어 ‘조용하고 편안한 회복 여행’을 제안한다. 단순히 많이 먹는 뷔페를 넘어 몸과 마음을 돌보는 시간으로 미식의 의미를 확장하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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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심 호텔의 리뉴얼도 미식 경쟁을 가속한다. 조선호텔앤리조트가 운영하는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호텔 그래비티 서울 판교는 레스토랑 ‘제로비티(Zerovity)’를 어반 비스트로 콘셉트로 재정비했다. 유럽 비스트로 감성을 중심에 둔 메뉴 구성을 강화했다. 프랑스 클래식 요리인 에스카르고를 비롯해 나폴리풍 도우의 마르게리타 피자, 치킨 밀라네제, 호주식 디저트 파블로바 등 동서양을 아우르는 30여 종의 메뉴를 새롭게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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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인 다이닝도 봄 미식 경쟁에 합류했다. 시그니엘 서울은 모던 프렌치 레스토랑 ‘스테이(STAY)’에서 3월 19일 미슐랭(미쉐린) 3스타 셰프 야닉 알레노를 초청한 갈라 디너를 진행한다. 보르도 생테밀리옹 그랑 크뤼 클라세 A등급 와인인 ‘샤또 파비’ 베스트 빈티지 3종과 함께하는 7코스 구성이다. 초고층 전망과 하이엔드 와인 페어링을 결합한 ‘도심 속 미식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여의도에서도 초고층 전망을 감상하며 식사할 수 있는 다이닝 공간 재정비가 이뤄진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외식 자회사 한화푸드테크는 63빌딩 고층 레스토랑을 ‘63 스카이라인 다이닝(63 SKYLINE DINING)’으로 리뉴얼해 4월 초 문을 연다. 메뉴를 전면 개편하고 와인·고량주·차(茶) 라인업을 강화했다. 예약부터 현장 운영까지 관리하는 컨시어지 서비스도 도입한다. 단순한 전망 레스토랑을 넘어 ‘특별한 날을 위한 다이닝’으로 방향을 잡았다.

    복합 리조트에서도 미식이 머무름을 완성한다.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는 봄 시즌을 맞아 호텔 패키지와 제철 메뉴, 참여형 이벤트를 결합했다. 뷔페 ‘셰프스 키친’은 두릅·냉이 등 봄나물과 해산물을 활용한 시즌 테마를 선보이고, 일식당 ‘미나기’와 중식당 ‘홍반’도 계절 메뉴로 변화를 줬다. 스탬프 투어와 키즈 캠프 등을 더해 식사와 휴식, 놀이를 아우르는 ‘플레이케이션’ 경험을 제안한다.

    형식은 다르지만 방향은 같다. 뷔페의 자유로움, 도심 비스트로의 캐주얼함, 초고층 갈라 디너의 정교함, 리조트형 체험 콘텐츠까지. 호텔들은 저마다의 식탁으로 짧지만 강렬한 여행을 설계하고 있다. 멀리 떠나지 않아도 여행의 감각은 회복된다. 불도장 한 숟가락, 봄나물 향이 스민 전채, 야경과 함께하는 한 잔의 와인. 올 봄, 호텔의 문은 객실보다 식탁에서 먼저 열린다.

    김선영 기자 earthgir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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