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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26 (목)

    차등의결권 도입법 발의됐지만…소액주주권 강화 기조에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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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당,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담은 3차 상법 개정안 속도

    차등의결권·포이즌필은 논의 뒷전…야당 입법안 국회 계류

    “경영권 방어 수단 필요…비상장 한정 복수의결권 확대돼야”

    [이데일리 신하연 기자] 차등의결권 도입 등을 담은 상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지만 입법 논의는 멈춰 선 상태다. 소액주주 권한 강화를 앞세운 여당 주도의 상법 개정 기조와 충돌하면서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데일리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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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 3건이 모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해당 법안들은 차등의결권 주식 도입과 신주인수선택권(포이즌필) 신설 등을 통해 적대적 인수합병(M&A)이나 경영권 침해 시도에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 공통적으로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구체적으로는 의결권 수가 다른 종류주식 발행을 허용해 창업자와 경영진의 지배력 희석을 완화하고, 경영권 위협 상황이 발생할 경우 기존 주주에게 시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신주를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와 함께 타 회사 주식 취득 시 통지 기준을 기존 발행주식 총수의 10% 초과에서 3% 초과로 낮춰 경영권 위협에 대한 조기 대응과 투자자 정보 제공을 강화하는 방안, 집중투표제 청구 요건을 강화해 최대주주 영향력 약화를 보완하는 내용도 함께 포함됐다. 경영권 방어 수단을 정비해 기업의 중장기 투자와 안정적 경영을 뒷받침하겠다는 취지다.

    입법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가장 큰 배경으로는 여당 주도의 상법 개정 방향성이 꼽힌다. 지난 23일 ‘자사주 소각 의무화’ 원칙을 담은 3차 상법 개정안이 여당 주도로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두 차례 이뤄진 상법 개정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전체 주주로 확대하고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을 추진하는 등 지배주주 견제와 소액주주 보호 강화에 무게가 실려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차등의결권은 지배주주 권한을 강화하는 장치로 인식되며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모습이다. 여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에 맞서 재계와 보수 진영에서는 경영권 방어 수단 도입 필요성을 함께 제기해 왔다. 경영진 책임은 확대되는데 방어 수단은 부재한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다.

    다만 정치권 논의가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산업계 요구 역시 동력을 얻지 못하는 분위기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 책임 강화 입법이 연이어 추진되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경영권 방어 장치까지 막히면 한국은 경영권 방어를 아예 할 수 없는 유일한 나라가 될 것”이라며 “과거 섀도우보팅(의결권 대리행사) 제도 폐지 후에도 감사위원 선임을 못하는 회사가 몇 백개씩 나와 급하게 보완책을 마련한 전례가 있는데, 이번 상법 개정안 이후에도 사모펀드나 해외 투기자본에게 기업들이 흔들리고 나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할지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해외 주요국에서는 경영권 방어 수단을 제도적으로 인정하고 시장 환경에 맞게 운용하고 있다. 미국은 복수의결권 주식과 신주인수선택권 등 경영권 방어 장치를 폭넓게 인정한다. 일본 역시 창업기업을 중심으로 차등의결권 제도를 도입해 운용 중이며, 주주권리계획(포이즌필)도 제도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2023년부터 비상장 벤처기업에 한해 창업주에게 1주 최대 10표까지 인정하는 복수의결권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수준이다.

    다만 이마저도 발행 요건이 엄격하고 적용 범위가 제한돼 실질적으로 활용하는 기업은 많지 않은 실정이다. 한 벤처 업계 관계자는 “비상장사에 허용된 복수의결권 제도 역시 발행 요건이 많아 현재도 활용하는 기업은 몇 개사가 되지 않는다”며 “또 비상장 단계에서 허용된 제도가 상장 이후 단절되는 구조는 제도 설계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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