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주도산업이 성장률을 끌어올린 반면, 고용과 직결된 내수 산업은 급격히 위축되는 양극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아르헨티나 국립통계청(INDEC) 발표에 따르면, 2025년 성장의 핵심 동력은 농업·광업·금융 분야였습니다.
농업 및 축산업은 전년 대비 32% 이상 급증했고, 어업은 18.1%, 금융중개는 14.1% 그리고 리튬과 천연가스 개발 확대에 힘입은 광업·에너지 부문도 두 자릿수에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농업·축산업·광업은 '가뭄 기저효과'와 국제 원자재 가격 회복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반면 제조업은 마이너스 3%대 역성장을 기록했고, 도소매·유통, 숙박·음식업 등 내수 중심 서비스업도 감소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50%대 초반에 머물렀으며, 일부 업종은 30%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문제는 4.4% 경제 성장의 과실이 고용과 소비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현재의 농업과 광업은 대표적인 자본집약 산업으로, 수출 수익은 증가하지만, 대규모 일자리 창출 효과는 제한적입니다.
반면 노동집약적인 제조업·건설업 그리고 상업은 아르헨티나 정부의 긴축과 수입 개방 정책의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86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아르헨티나 최대 타이어 제조사인 화테(FATE)는 최근 부에노스아이레스주 공장 생산 중단과 폐쇄를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라 약 920명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저가 수입 타이어 유입과 내수 수요 급감이 결정적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유제품 업체 아르사(ARSA)도 파산하면서 직원 4백여 명이 해고됐습니다.
요거트, 디저트 제품을 생산하는 대표 기업인 아르사는 인플레이션에 따른 원가 부담과 소비 위축으로 누적 부채를 감당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바이오테크 기업 비오세레스(Bioceres) 역시 2025년 대규모 손실을 기록하며 구조조정에 돌입했습니다.
이 밖에도 작년부터 글로벌 가전업체 월풀(Whirlpool)의 현지 공장 폐쇄, 전통 식품업체 카날레(Canale)의 생산 중단 등 제조업 전반에서 구조조정 사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섬유·신발 등 노동 집약 산업에서는 수백 개 중소 공장이 조용히 문을 닫고 있습니다.
하비에르 밀레이 정부는 재정 균형과 인플레이션 억제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워 긴축과 규제 완화, 수입 자유화를 추진해왔습니다.
실제로 연간 물가상승률은 세 자릿수에서 연간 31%로 크게 둔화했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실질임금이 크게 훼손되면서 소비 회복은 지연되고 있습니다.
현지 경제전문가들은 "원자재 수출 중심의 성장 모델이 단기적으로 외형 지표를 개선할 수는 있으나, 내수와 제조 기반이 회복되지 않으면 사회적 비용이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최근 아르헨티나의 명문대학인 디텔라 대학(UTDT)은 향후 6개월 이내에 아르헨티나 경제가 현재의 확장 국면을 끝내고 경기침체에 진입할 확률이 99%에 도달했다는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현지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보고서에서 UTDT는 2025년의 경제성장은 특정 분야(농업·에너지)만의 착시 현상이라고 지적하면서 ▲산업생산지수 5개월 연속 하락 ▲내수 소비 하락으로 인한 실질 부가가치세 세수 감소 ▲증시 부진 ▲소비자 신뢰 저하 등 강한 '경기 전환' 신호로 인해 아르헨티나 경제가 경기침체에 돌입할 위험이 매우 크다고 경고했습니다.
YTN 유투권 (r2kwo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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